중국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 평가와 비핵화에 대한 입장

유현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마무리하는 단독 기자회견에서 북한경제의 중국 의존을 강조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 역할론’을 제기하였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어떠한 반응을 내놓을지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8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장 겸 외교부장이 ‘대외정 책과 외교 관계’를 주제로 한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속내를 드러냈다. 

왕이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유관국 간 공동 로드맵 작성과 다자 감독체제 구성을 제안하였는데, 왕이 부장이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 기간(3.2-3.15) 중 이 같은 제안을 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 더욱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아래에서는 왕이 부장의 발언을 중심으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평가와 향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접근 방향을 전망해본다.

희망과 부담: 쌍중단과 중국의 역할론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해법으로 쌍중단(雙中斷: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미북 평화협정 협상)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중국의 주장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한미동맹 약화를 노리는 중국의 속내가 숨어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축소되면 한미동맹의 군사적 상호 운용성은 위축될 것이며, 평화협상이 진전되면 중국이 한미동맹 및 한미연합사 존속의 정당성에 근본적인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 과정에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이 의제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었다. 물론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서도 양 정상이 종전선언을 의제 중 하나로 다루었으며, 이번 제2차 회담의 실무접촉에서는 북한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구체적인 ‘상응조치’를 협상하는 과정에서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왔다. 왕이 외교부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전인 2월 27일 에 개최된 중국, 러시아, 인도 3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는 쌍중단을 실현할 수 있는 국면을 맞았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위에서 언급한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앞으로 핵 및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언급하였고, ‘비용’ 문제를 제기하면서 미군의 전략자산을 동원한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표출하였다. 실제로 제2 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한미가 키리졸브 및 독수리 훈련의 폐지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쌍중단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북한과 미국이 쌍중단의 필요성을 재확인 하였고, 회담 후 연합군사 훈련이 중단되었다는 점에서 중국에게 정상회담 결과는 일면 고무적이다. 북중 관계나 한미 관계가 미중 관계에 부속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의 비핵화보다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더욱 부합하는 것은 미국 동맹체제의 북방축을 구성하는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역할론’을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중국으로서는 부담이다. 작년 제1차 북미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실무협상의 정체로 정상회담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배후론’을 강하게 제기하였다. 또한, 2018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상과 시기적으로 맞물 려 전개되면서, 미중 간 경제갈등이 북핵 이슈에 투영되기도 하였다. 일례로 소원하였던 북중 관계를 급속히 회복한 계기가 되었던 제1차 북중정상회담(2018.3.25~28) 후, 트럼프 대통령은 1,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적 관세조치가 가능한지를 조사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하였다. 

또한, 제3차 북중정상회담 개최 후에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차 관세조치를 실시하였다. 물론 이러한 미국의 대중 경제압박이 북중 관계만을 고려한 조치라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무역갈등은 북한 핵 문제보다 상위수준의 이슈인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이 미중 경제갈등의 맥락에서 중국의 대북제재 수위를 연계하고 있는 징후가 여러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8년 8월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평양 방문이 취소된 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북한에 충분한 압력을 가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무역마찰 때문이라고 언급(8.25)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2018년 11월 아르헨티나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을 계기로 성사된 미중정상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이 “북한에 대해 100% 나와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양국 간 대북제재 공조를 공언하기도 하였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유인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의 요구와 기대치를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였다. 

결국 협상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의 양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시간이 미국 편인지 북한 편인지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를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에 좌우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에게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을 요구할 것이고, 2018년 이래 급속도로 복원된 북중 관 계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중국은 선택의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었다.

향후 중국의 비핵화 접근 방향

제2차 북미정상회담 후 중국은 스스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의 전화통화(3.1)에서 미국과 북한의 인내심을 강조하면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서 ‘건설적’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앞서 언급한 기자회견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안정과 평화는 중국이 20년 이상 추구해온 것이며, 이를 위한 중국의 역할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왕이 부장은 한반도 비핵 화 실현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단계별(分阶段) 로드맵을 공동으로 작성하고 다자 감독기제를 마련하여, 쉬운 것부터 어려운 것(由易到难)으로 순서대로 비핵화를 추진하자고 제안하였다. 

왕이 부장의 제안은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중국이 적극적 당사자로 참여하 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이다. 현재와 같이 북한과 미국의 정상에 의해 주도되는 ‘하향식’ 협상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직접 당사자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 비핵화 협상을 다자간 협상으로 전환하고, 그 틀에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기 원한다. 주목할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련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발언하였다는 점이다. 비록 김 위원장이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국이 포함되는 다자협상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쌍중단과 쌍궤병행이 실현 불가능한 이상적인 정책목표가 아니라,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이행이 이루어진다면 구체화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정책목표라는 것을 체감하였을 것이다. 쌍중단과 쌍궤병행의 추진을 통해 한미동맹이 약화되기를 희망하는 중국은 다자협상의 틀에서 일정한 역할을 감당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적극적으로 추동하는 것이 미중 간의 전략적 대립·경쟁의 맥락에서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조속히 대화를 재개하기를 희망한다. 왕이 부장이 동기자회견에서 “처음부터 너무 높은 문턱을 설정하거나, 일방적인 무리한 요구를 해서 는 안 된다”고 발언하였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의 무리한 협상 태도와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비난한 양비론(兩非論)적 입장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여파로 상당 기간 북미협상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 협상이 정체된다면, 중국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미국이 요구하는 대북제재 강화에 일정 부분 협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중국이 북핵문제를 미국과의 협상에서 ‘전략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경우, 미국도 중국에 대해 ‘대북 지렛대’ 행사를 요구하면서 중국과의 경제갈등을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즉,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복귀하는 시기가 지체될 경우 중국은 쌍중단 및 쌍궤병행으로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실익과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외부환경 때문에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압박에 일시적으로 협조하는 ‘적과의 동침’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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