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LOFO 칼럼 북한의 미래, 김정은의 선택

김영희 박사

산업은행 남북경협연구단 선임연구위원

지난 2월 28일, 역사적인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소식은 전 세계의 평화인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그 배경과 북미 두 정상의 득실에 대해 수많은 논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향후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행보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밥 먹듯이 하고 있고 또 볼턴 보좌관은 금번 회담에서 북한에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등을 담은 ‘빅딜’문서를 건넸다고 한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선택을 할까?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지난 3월 1일 기자회견에서 단계별 비핵화 방법에는 변함이 없으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다시 올 것인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식 계산법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것 같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의욕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최부상의 발언은 당시 김정은의 심정을 그대로 반영한 듯하다. 하지만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의 논평을 보면 비핵화협상이 재개될 수도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비핵화를 통한 북미관계 개선 입장을 조목조목 밝혔다. 김정은이 육성으로 발표한 북한의 신년사는 그해 정책방향이면서 주민들과의 약속이고 또 김정은 자신과의 약속이며 국제사회에 대한 메시지이다. 이번 신년사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일부 폐기 등 선제적인 노력에 대한 상응조치를 미국이 취해준다면 북미관계가 유익한 방향으로 갈수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미국대통령과 마주 앉으면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과, 만약 미국이 일방적인 강요나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게 되면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이익,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 그러나 김정은의 신년사와 달리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선제적인 노력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와 북한의 국제사회가 환영할만한 비핵화수준이 제시되지 않았다.그러면 회담 결렬로 의욕을 상실한 김정은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일까? 이는 북한의 미래에 대한 김정은의 여러 발언들을 통해 가늠해 보자.

김정은은 김일성이나 김정일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어릴 때 수 년동안 해외경험을 통해 아버지가 통치하는 나라의 한계를 알았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최고지도자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비교적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는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가 쓴 ‘북한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의 일부 내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중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성공하고 있는 것 같아, 공업이나 상업․호텔․농업 등 모든 것이 잘 나가고 있다고 위에서 이야기 하더군, (중략) 13억의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농업의 힘도 대단하고 식량수출도 성공적이라고 하더군,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가 본보기로 삼지 않으면 안되겠지?”(2000년 8월 원산-평양 전용열차에서 김정은이 후지모토 겐지에게 한 질문)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 아버지 김정일이 왜 김정은을 후계자로 선택했는지를 직감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대를 잇게 된다면 중국처럼 잘사는 그런 나라, 아버지와 같은 은둔의 지도자가 아니라 세계와 소통하는 그런 지도자로 거듭나고 싶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집권 초 김정은은 주민들에게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가져다주겠다고 당당하게 약속했다고 보이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김정은식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했다. 그럼에도 핵과 미사일개발로 인해 경제회생이 어려워지고 주민들의 삶을 크게 개선할 수 없게 되자 2017년 신년사에서 주민들에게 또 다시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한다.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해를 보냈는데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할 결심을 가다듬게 됩니다. (중략)《세상에 부럼없어라》의 노래를 부르던 시대가 지나간 역사속의 순간이 아닌 오늘의 현실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헌신분투할 것이며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군이 될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하는 바입니다.”

김정은의 이 약속은 그때로부터 2년이 넘은 오늘까지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후대들의 밝은 웃음을 위해 결사 분투할 각오를 다지며 새해 여정을 시작하게 됨을 언급했다. 후대들의 밝은 웃음은 미국과의 70년의 역사를 청산하고 중국과 베트남과 같은 개혁개방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김정은은 이웃나라인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통해 G2로 부상하고 있고 이번에 친선 방문한 베트남은 ‘도이머이’정책과 미국과의 관계개선으로 고속경제성장을 구가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은 김정은에게 있어 사실 부러움의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번에 베트남을 처음으로 방문한 북한 엘리트들은 베트남의 발전상에 부러움과 상실감을 동시에 느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북한 주민들이 상상했던 ‘월남’은 저들보다 못살고 문명수준이 훨씬 낮은 그런 나라였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후대들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 체제유지-정권유지를 위해 비핵화협상을 통한 북미관계개선 그리고 경제지원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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