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비핵화 대화 재검토 발언과 한국의 역할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평양에서 외신기자들과 외국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가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를 계속 유지할지에 대해 조만간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선희 부상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지난 15개월 동안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하는 등 변화를 보여준데 대해 미국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떠한 형태로든 미국과 타협할 의도도, 이런 식의 협상을 할 생각이나 계획도 결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한 대가로 북한이 강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축소 조정하는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남북한 간의 낮은 수준의 교류협력에 대해서도 제재를 면제하는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중단에 대해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선언한다면 미국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과거 수준으로의 회복을 다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 부상은 또한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 중단 여부는 전적으로 김 위원장의 결정에 달렸다며 “짧은 기간 안에 결정을 내릴 것”이고 김 위원장이 조만간 북한의 추가 행동을 발표할 공식 성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지속할지 곧 결정할 것이라고 했으므로 김 위원장이 곧 ‘국무위원회 위원장 성명’을 발표해 미국과의 협상 지속 의지를 재확인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분위기가 급반전되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하고 곧 북미 실무회담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김 위원장이 협상 중단과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재개를 선언한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에 대한 실망을 드러내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축소를 재검토하는 것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북한은 다시 국제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고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최선희 부상은 하노이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비타협적인 요구를 하는 바람에 미국의 태도가 강경해졌다며 이들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북한에게 핵무기를 넘어서서 생화학무기 포기까지 요구하는 것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다만 최 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선 폼페이오 장관 등에 비해 대화에 좀 더 적극적이었다며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묘사해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조건부 협상 지속 가능성을 밝힐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선희 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보면 북한이 아직 협상의 판을 깨겠다는 의도까지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의 강경한 대북 입장을 누그러뜨려 다시 협상이 가능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바라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록 최 부상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미 대화가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북한은 한국 정부의 중재 입장을 적극적으로 희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지나치게 단계적인 접근 방법은 미국이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내에 북미 관계 정상화와 제재 전면 해제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향후 미국과의 회담에서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김 위원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를 떠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