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전 차관보, "과거 단계적 비핵화 방식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이유로 미국이 점진적 접근법 거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사진-VTV)

전직 미 외교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비핵화 접근법이 ‘점진적 협상’인지 ‘일괄적 빅딜’인지 여전히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13일 "매우 짧은 기간 안에 즉각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루려는 포괄적 접근 여부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 내 의견이 나뉘어져 있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VOA에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해 어떤 정책을 지지할 지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 비핵화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분석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북한 비핵화의 범위를 확대하고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방식이 아닌 일괄적 비핵화를 추구하는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설득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런 변화는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지난 11일 ‘국제 핵 컨퍼런스’ 발언에도 묻어난다"고 지적했다.

비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점진적으로 이행하지 않을 것이고, 완전한 해법을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직책에 있는 비건 대표가 대통령의 말을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 그의 발언은 지난 1월 스탠포드 대학 연설을 통해 언급했던 단계적 비핵화 방침과 달라 다소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북한이 최종 합의를 이루기까지 갈 길이 먼 만큼, 지금의 입장들은 '초기 단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강경 입장인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비핵화 방안을 받아들였지만, 상황에 따라 이런 접근법에 또 다른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과거 단계적 비핵화 방식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이유로 미국이 점진적 접근법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방식은 오히려 비핵화 과정을 실패로 끝나게 만들 것"이라며,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 협상에 나설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상황은 어려워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북한에 비밀 핵시설이 존재해도,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는 의미가 있는 만큼 대화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일부 제재 완화 조치를 담은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은 미국으로서는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츠패트릭 전 부차관보는 "2차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은 영변 핵 시설의 영구 폐기 의지를 내비쳤지만 막상 하노이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서 "여전히 미국과 북한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북한이 더 많은 것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준비가 돼야 미국도 타협 의지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로 당분간 북·미 대화가 재개되지 못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북한이 일부 비핵화 조치와 제재 해제를 맞바꾸는 합의가 결렬된 데 대해 불쾌해 하는 만큼, 앞으로 몇 주에서 몇 달 안에 두 나라가 만날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모호한 미 행정부의 입장을 보다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스티븐 비건 특별대표가 무엇을 준비해 놓았던 건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 도착했을 때 미국의 신호가 바뀐 것인지 혼란스럽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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