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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겉과속
  •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 승인 2019.03.0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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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겉과속>

 ‘제재 해제’와 ‘영변+α’ 계산법의 충돌
 
기대와 달리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합의 없이 종료되었다. 회담 결과에 대한 예상은 북한 비핵화의 부분 합의인 ‘스몰딜’과 큰 틀의 합의인 ‘빅딜’ 여부로 나뉘어 있었으나 결과는 합의 부재, ‘노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8일 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 불발에 대한 원인을 북한 측 책임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요지는 북한은 영변 핵단지 폐기의 대가로 대북제재의 전면 해제를 요구했지만 들어 줄 수 없었으며, 미국은 영변 외 다른 우라늄 시설도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이외에도 더 많은 것을 원했다며, 미사일 시설과 핵탄두 무기 시스템을 언급했다. 3월 3일 미국의 언론에 출연한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의 포기를 포함한 ‘빅딜’ 문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부상은 3월 1일 새벽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입장을 반박했다. 리 외무상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 전문가의 입회하에 북·미 공동으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으며, 상응조치로 11건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 중 2016년 이후 취해진 5건의 해제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최선희 부상은 3월 2일 한국기자들에게 영변을 다 내놓겠다고 제안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명백히 했다.
 
북·미 양측의 해명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검증과 영구폐기를 제안하고 일부 대북제재의 해제를 요구했으며, 미국은 ‘영변+α’를 요구함으로써 합의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영변의 핵시설은 북한의 핵 사이클과 핵 물질 생산의 중심거점이며, 사찰과 검증이 동반될 경우 북한 핵프로그램의 전모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진일보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유이다. 
 
북한이 상응조치로 요구한 2016년 이후에 취해진 5건의 유엔 대북제재의 해제는 사실상 대북제재의 전부를 의미한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선 것은 북한 경제 전반을 위축시키고 있는 바로 5건의 대북제재 때문이다. 그 이전 대북제재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맞춤형 제재라는 점에서 핵·미사일 개발의 일정단계를 상회한 북한에게 큰 압박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은 5건의 대북제재 해제를 압박수단의 무장해제로 받아들였다. 아울러 영변 핵단지를 영구폐기해도 제 3의 지역에 은닉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시설과 핵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그대로 남는다는 점도 미국의 고민이다.
 
이 같은 양측의 견해차는 새로운 것이 아니며, 따라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이 비핵화 협상의 결정적 위기를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 상존한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점이다. 하노이에서 노정된 북·미간 이견은 정상간 단기간의 협상을 통해 합의가 도출되기 어려운 복잡한 기술적 차원의 문제이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루어진 양측의 실무회담 및 고위급회담, 특사교환과 친서외교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비핵화에 대해 북·미 양측의 이견이 현격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으로 공을 떠넘긴 실무협상팀의 안일함은 이해되기 어렵다.
 
‘양치기 소년 딜레마’와 ‘블러핑(bluffing) 딜레마’
 
지난해 본격적인 북·미 협상에 나선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 및 엔진시험장의 해체에 착수했다. 풍계리는 북한의 유일한 핵실험 시설인데다 폭파된 시설을 단기간에 복구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에서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은 현 단계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북한이 6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했기 때문에 풍계리 핵실험장은 용도가 다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동창리 시설이 완전하게 해체될 경우 북한은 새로운 로켓엔진 개발을 할 수 없다. 풍계리와 동창리의 시설이 없을 경우 아직 불완전한 상태인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완료하는 것도 어렵게 된다. 
 
북한이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하노이에서 제시한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는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영변 핵단지는 300개 이상의 핵시설이 밀집한 북한 핵프로그램의 핵심시설로, 핵분열탄(원자탄) 제조를 위한 분열물질인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은 물론 핵융합탄(수소폭탄) 제조를 위한 삼중수소의 생산이 가능하다. 영변 핵시설이 폐기될 경우 북한 핵 프로그램 일관체계의 핵심 고리가 제거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검증을 받아들일 의사를 밝혔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전된 입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시선은 차갑다. 그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이 처한 ‘양치기 소년 딜레마’ 때문이다. 북한은 북·미 비핵화 양자협상은 물론 6자 회담을 통해 도출된 수많은 합의와 약속들을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스스로 불신을 초래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국제사회의 만류를 아랑곳하지 않고 무한질주형 핵·미사일 개발의 노선을 선택했고, 결국 스스로 대북제재의 틀에 갇히고 말았다. 비핵화의 획기적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이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과장법인 ‘블러핑(bluffing) 딜레마’에 처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그 동안의 모든 협상은 실패했으며, 자신만이 제대로 된 해법을 가지고 있다고 공언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의 모든 비핵화 합의보다 진전된 결과를 도출해야 성공한 협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프로그램의 동결과 영변 핵시설의 폐기를 넘어 보다 진전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전 개인변호사 코언의 의회증언과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뮬러 특검의 조사결과 발표 등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정치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적당한 타협을 선택할 수 없었다. 미국 내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불발에 대한 비난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양보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기류가 형성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 전망
 
북·미 양측 모두 협상의 파기로 인해 초래될 고비용구조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국면은 지속될 개연성이 크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양측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도 비난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강조했으며, 폼페이오 장관은 신속한 북·미 협상의 재개 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매체는 회담 결과를 보도하면서 북·미가 신뢰관계를 강화하고, 양 정상은 새로운 상봉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실무진에서 정상에 이르기까지 북·미 양측이 진행한 다양한 비핵화 협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핵화에 대한 입장차가 크다는 점과 하노이 합의 불발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로 남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정치적으로 점차 복잡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여론도 불리한 상황이고 언론이 탄핵가능성을 공공연하게 언급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문제의 함정에 빠질 경우 비핵화 협상이 동력을 상실하고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의 국내정치적 상황도 복잡하다. 김 위원장은 사찰·검증을 수반한 영변 핵 단지 폐기를 야심찬 카드로 제시했지만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대북제재의 해제를 원하고 있는 북한주민의 실망과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협상 방식 및 리더십에 대한 측근들의 의혹도 김 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이다.
 
북·미간 비핵화 이견의 절충도 어려운 과제이다. 북·미간 수많은 협상에도 불구하고 비핵화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으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의 불발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제안에 대해 미국이 상응조치로 대북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 영변 핵시설 폐기라는 기존의 입장에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리용호 외상의 언급대로 북한이 새로운 협상카드를 마련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구체적 성과 없는 지루한 북·미간 비핵화협상 또는 협상 교착국면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중재자를 넘어 촉진자 역할이 필요하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은 양측 간 불신을 내재한 협상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입증했으며, 한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각인시킨 계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5.26 통일각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바 있으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도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가져온 산물로 볼 수 있다. 평양 남북공동선언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영변 핵 단지 폐기 의사를 밝혔으며, 이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적 의제였다. 하노이에서 귀국길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북한을 설득해 달라고 한 것도 한국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는 북·미에 국한된 것이 아니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근본적 위협이자 남북관계발전의 장애물이다. 한국은 북·미 비핵화협상의 단순한 중재자가 아니며 한반도 문제 전반의 해결을 견인하는 촉진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북한의 실천적 행동을 유도하고, 대북제재의 단계적 해제 등 상응조치의 도출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과감한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신속하게 대북 및 대미 특사파견을 통해 양측의 의도를 파악하고, 판문점 실무형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개최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부담을 덜 수 있는 창의적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영변+α’와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의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영변 핵 단지와 다른 지역의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 등 모든 핵물질 생산 시설의 폐기가 전제될 경우 부분적인 대북제재의 해제를 위한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경우 한국정부의 독자제재라는 점에서 사업재개를 위해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금년 신년사에서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두 사업의 재개는 북한을 견인하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현 국면에서 가능한 영역에서 남북관계를 전방위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비핵화와 아울러 한반도 문제 전반의 해결을 도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비핵화를 넘어 남북의 공존·공영과 통일의 달성이며,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강조한 신한반도체제의 형성을 가속화 할 필요가 있다.
군사적 신뢰구축은 한반도의 안정은 물론 비핵화 프로세스에도 긍정적이라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남북 협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시작된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를 신속하게 완료하고 남북 군사공동위원회를 본격 가동함으로써 군사적 신뢰구축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하노이 회담은 단발이 아니고 지속되는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겉만 보고 그 결과에 실망도 경악도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북·미 양측이 각기 속내를 명확히 드러내어 향후 협상과정에서 불필요한 복선의 그물을 거두어낸 측면이 있다. 우리는 어떤 상황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는 준비를 갖추면서 하노이 회담을 한번 건너뛰는 징검다리로 삼아 촉진자의 길에 나서야 할 것이다. @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seopyong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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