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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북미의 셈법을 극복해야, 문용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 승인 2019.03.0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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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다른 북미의 셈법을 극복해야> 문용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서명 없이 끝났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큰 결과이다. 합의 도출이 무산된 후, 북미는 책임 공방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합의문 서명식 취소를 알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영변 이외 핵시설의 폐기를 제안한 데 반해 북한이 경제제재 해제를 강경하게 요구하였으며, 이로 인해 결국 합의문에 서명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심야회견을 통해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완전한 폐기를 제안하였으며,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라 2016년 3월 이후 채택된 5건의 제재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체해 줄 것을 제안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단계적 방안이 최선’이라는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을 통해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인식에 여전히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비핵화라는 방향성에는 양측이 동의하였으나, 비핵화 프로세스에 대한 원칙과 접근법에서는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에 기반해야 하는지, 아니면 소위 ‘그랜드 바겐’을 통한 일괄타결식 해결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주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 간 등가성에 대해서도 양측의 생각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는 최선희 부상의 발언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3월 1일 심야 기자회견에서 최선희 부상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셈법에 의아함을 느끼고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의 셈법에 따르면, 영변 핵시설의 폐기는 북한 핵프로그램에서의 중추적 비중과 상징성 모두에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제안’은 이뤄지기 힘들 정도로 큰 결단이다. 따라서 영변 핵시설 폐기가 대북제재의 ‘부분적 해제’, 특히 북한이 이미 15개월 넘게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당성을 상실한 2016년 3월 이후 결의된 대북제재의 해제를 요구할 정도로 큰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 북한의 계산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인식과는 너무나도 다른 셈법이다. 미국 내에서는 제재야말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수단이자 비핵화를 유도할 핵심 지렛대라고 믿는 분위기가 강하다. 나아가 대북제재의 해제는 영변 등 핵시설의 폐기가 아니라 북한 내 핵무기 및 핵물질의 완전한 제거와 검증 이후에야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더군다나, 대북제재의 핵심이 2016년 이후의 제재라는 점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부분적 제재 해제’라는 것은 미국의 관점에서는 대북제재의 완전한 해제라고 보일 수밖에 없다.

  이번 회담 결렬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반응이 여야를 막론하고 대체로 긍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무리해서 나쁜 합의를 하는 것보다는 합의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국내정치적 위기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북한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와 의혹이 컸다.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시간에 워싱턴에서는 코언 청문회가 진행되었고, 미국 주요 언론의 관심 역시 코언 청문회에 더 집중되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점점 더 악화되는 국내정치적 상황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내 전문가 집단의 상당수는 하노이 회담의 불발 소식을 오히려 반기고 있다.

  반면, 북한, 특히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이번 합의 무산이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 내에서도 청중비용(audience cost)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하노이 회담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되면서, 북한 내부에서 비핵화 및 대미 협상의 정당성과 타당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질지도 모른다.

  북미 간 대화 모멘텀을 유지하고 나아가 북미 간 합의를 추동할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미국, 북한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여 양국 간 대화가 반드시 타결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문 대통령에게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부탁했다고 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원인이 비핵화와 제재완화를 둘러싼 북미 간의 너무나도 다른 셈법이라면, 중재자이자 촉진자로서 양측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문제 역시 기존 제재들의 순차적 해제보다는 인도적 대북지원이나 남북협력 등 제재 예외적 조치들의 허용을 통한 물꼬트기가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남북협력 강화를 통해 북미합의를 추동하는 선순환적 구조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

  다행히 북미 양측 모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모멘텀 유지의 필요성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이번 회담이 북미의 두 정상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더욱 두터이하고 두 나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도약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가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의 획기적 발전을 위하여 생산적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보도하였다.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 역시 미국을 비난하거나 자극하는 표현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역시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하였다. 북한은 핵,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기로 약속하였고, 한미 역시 키리졸브, 독수리 훈련 등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였다.

  폼페이오 장관의 표현처럼, 아직 갈 길은 멀고 해야 할 일은 많다. 외교와 협상의 목적은 진전과 결과를 이루어내는 데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대화의 과정이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지난 70년간 계속된 반목과 불신에서 벗어나 상호신뢰와 존중에 기반한 평화적 틀을 만드는 것은 인내와 노력이 끊임없이 요구되는 지난한 과정일 수밖에 없다. 1986년 레이건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레이캬비크 정상회담 역시 결렬로 끝났지만, 1년 뒤에 역사적인 핵무기 협정 체결이라는 결실로 이어진 중요한 과정이자 거름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하노이 선언의 불발이 북미대화의 실패이자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양측의 간극과 노력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소중한 결실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seopyong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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