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

제임스 김 연구위원

강충구 선임연구원

고유미 연구원

2019.02. 28 

들어가며

2000 년 6 월 열린 1 차 남북정상회담은 주한미군의 역할, 신뢰도 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쳤다. 당시에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반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남북간 긴장이 크게 줄었다. 한국 내에는 주한미군의 한반도 주둔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향후 남북간 평화 협력에서 주한미군의 존재가 걸림돌이 될지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한국 내 주한미군에 대한 논의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시 행정부로 전환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는 한국의 외교정책, 남북관계 등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아가 이는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한미 정상 즉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협력에 내재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현 시점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외교협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2 차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2019 년 1 월(7~9 일)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62.5%의 한국인은 주한미군을 신뢰하고 있었다. 한국인의 주한미군 호감도는 5.62 점으로 미국 호감도(5.75 점) 수준이었고, 트럼프 대통령 호감도(4.26 점)보다는 더 높았다. 60.3%의 한국인은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67.3%는 미국의 핵우산이 북한 핵 도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한미군 인식

전반적으로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는 높았다. 62.5%가 주한미군을 신뢰한다고 답했다. 주한미군 신뢰도는 보수층에서 81.3%로 중도(57.4%), 진보 (56.2%)에 비해 더 높았다. 그러나 주한미군을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모든 이념성향에서 절반 이상으로 다수였다. 연령대별로는 60 세 이상에서 주한미군 신뢰도가 68.1%로 가장 높았다. 연령대에서도 40 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60%이상이 주한미군을 신뢰한다고 했다. 성별로는 남성(72.5%)이 여성(52.6%)보다 주한미군을 더 신뢰하고 있었다.

위의 결과는 과거 북한과 통일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을 분석한 결과에서 젊은층이 고령층보다 북한을 ‘남’ 또는 ‘적’으로 보고, 북한을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여기며, 북한에 경제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1 주한미군 신뢰도의 성별 격차는 고령층보다 젊은층에서 더 컸다. 50대, 60세 이상의 성별 주한미군 신뢰도 격차가 각각 16%, 7.9%포인트였던 것에 비해 30 대, 40 대, 20 대의 성별 격차는 31.2%, 27.8%, 24.6%포인트로 상대적으로 컸다.

다음 호감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은 주한미군에 대체로 높은 호감을 보였다. 2019 년 1 월 주한미군 호감도는 5.62 점으로 중립을 의미하는 5 점을 넘었고, 수치로는 미국 호감도(5.75 점)와 비슷했으며 트럼프 호감도인 4.26 점보다는 더 높았다([그림 2] 참조).2 주한미군 호감도는 성별, 이념성향에 따라 달랐는데 여성(5.07 점)보다는 남성(6.16 점), 진보(4.85 점)나 중도(5.36 점)보다는 보수(6.98 점)에서 더 높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많은 한국인은 주한미군의 주둔에도 높은 지지를 보냈다. 2012 년부터 2019 년까지 절반 이상의 한국인은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답했다(최고 82.1%, 최저 67.7%). 최근 한반도 내 긴장이 점차 해소되면서 주한미군의 주둔을 지지한 의견이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70%에 가까운 비율이 주한미군의 주둔이 필요하다고 봤다.3 이와 반대로 주한미군의 주둔이 필요 없다는 의견은 2019 년 29.8%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2 년(32.2%) 수준에 근접했다. 이념성향별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지지는 보수층이 82.8%로 가장 높았고, 중도(68.3%), 진보(55.6%)의 순으로 나타났다. 주한미군의 주둔을 지지하는 의견은 60 세 이상에서 80% 내외로 가장 높았고, 연령대별 성별 의견차는 고령층보다는 젊은층(20~40 대)에서 더 컸다.             ([그림 3] 참조).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n=677) 중 63.1%는 주한미군을 현 수준(2 만 8,500 명 추산)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주한미군을 현재보다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26.7%로 나타났다(현재보다 늘려야 한다 7.8%). 한 가지 유의할 대목은 주한미군을 현재보다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40 대에서 36.8%로 가장 많았고, 20 대와 60 세 이상은 각각 20.1%, 22.6%로 20% 초반에 그쳤다는 점이다.

한편, 주한미군이 통일 후에도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본 비율은 2014 년 36.1%, 2015 년 39.5%, 2016 년 42.4%, 2017 년 35.1%, 2018 년 49.5%, 2019 년 43.5%로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그림 5] 참조).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의견을 ‘향후’와 ‘통일 후’로 구분해 비교하면, 최근 들어 둘 사이의 차이(2014 년 44.2%→2019 년 24.2%)는 거의 1/2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의견이 통일이라는 조건과 관계없이 유사해지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의견은 주한미군 신뢰도와 연관이 있었다. 주한미군을 더 신뢰하는 한국인일수록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답하는 편이었다. 이 경향은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의견을 ‘향후’, ‘통일 후’로 나눠 질문한 것과 관계없이 일관적이었다. ‘향후’, ‘통일 후’ 모두에서 주한미군을 신뢰하는 응답자는 각각 85.6%, 56.1%가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주한미군을 신뢰하지 않는 응답자는 각각 38.8%, 24.1%였다([그림 6] 참조).

추가로 주한미군과 미국 핵우산이 한반도 정세에 갖는 함의를 물었다. 구체적으로 각각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방해하고 있는지’, ‘미국 핵우산이 북한의 핵 도발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인지’의 진술문에 동의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절반 이상(60.3%)은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방해하고 있지 않다고 했으며 67.3%는 미국의 핵우산이 북한 핵 도발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주한미군과 미국 핵우산에 대한 우려가 일부 존재했지만, 다수의 한국인은 주한미군의 존재와 확장억제를 긍정적으로 본 셈이다. 

미국 핵우산이 북한 핵 도발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시각은 60 세 이상(동의함 75.4%)의 고령층에서 더 뚜렷했다. 다음으로는 50 대(67.1%), 20 대(66.3%), 30 대(64.6%)의 순이었다. 연령대 내 성별 의견차는 젊은층에서 상대적으로 더 컸는데, 20 대와 30 대는 미국의 핵우산 효과에 동의한 비율의 남녀 차이가 각각 17.3%, 12.2%로 고령층(60 세 이상 8.9%, 50 대 6.5%)보다 컸다.

미국 핵우산의 효과에 대한 견해는 이념성향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보수층 78.3%, 중도층 70.2%가 미국 핵우산이 북한 핵 도발을 억제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본 반면, 진보층은 54.2%만 이에 동의했다. 이는 북핵 이슈에 대한 접근법이 이념성향에 따라 달랐던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또 응답자의 거주지역별로도 의견차가 존재했는데, 미국 핵우산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본 시각은 서울, 경북, 강원/제주, 경남에서 70% 이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높았다(충청 66.9%, 인천/경기 63.4%, 호남 55.8%).

방위비분담과 주한미군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2019년 2월 초 타결 직전까지 논란이 됐었다.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해를 넘기며 지지부진했던 지난 1 월, 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당시 절반에 가까운 45.6%는 방위비분담금을 현 수준(2018 년)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했다. 다음으로는 미국의 요구보다 낮게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29.9%, 현재보다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17.2%의 순으로 나타났다([그림 9] 참조). 한국의 방위비분담에 대한 의견은 연령, 성별, 이념성향별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방위비분담금과 별개로 한국의 국방예산에 대해서도 물었는데, 절반에 가까운 46%는 정부의 국방예산을 현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음으로는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33.5%였고, 현재보다 줄여야 한다는 의견은 16.1%였다. 국방예산에 대한 여론은 ‘동결’ 또는 ‘인상’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는데, 남성은 동결(39.3%)과 인상(43.6%)이 비슷하게 엇갈린 반면에 여성은 인상(23.6%)보다는 동결(52.5%)에 무게를 싣고 있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미 양국은 2018 년 10 월, 제 50 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후 한국군이 주도하는 연합군사령부 창설에 합의했다. 여기에는 전작권 전환이 한국군 작전지휘체계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 한국보다 규모가 큰 미군 전력에 대한 지휘 통제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 등 잠재적 위험에 대해 우려가 동시에 제기됐다.

전작권 전환에 대한 한국인의 의견은 분명히 나뉘지 않았다. 전작권을 예정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39.6%로 가장 많았으나, 전환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31.5%나 됐다. 더 나아가 전환계획을 폐기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10.5%로 적지 않았다. 전작권을 예정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51.2%는 전작권 문제가 우리나라의 주권과 관련이 있어서라는 이유를 들었다. 다음으로 ‘한미동맹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16.5%, ‘우리 군이 자주국방 능력을 갖춰서’는 16.3%로 비슷했다. 반대로 전작권의 전환시기를 연기하거나 전환계획을 폐기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33.5%가 우리 군이 자주국방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라는 이유를 들었고, 북한의 안보 위협과 한미동맹 유지를 이유로 든 비율은 각각 26.1%, 25.8%로 비슷했다.

나가며

2000 년대 초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한때 부정적이었다. 2003 년 EAI•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는 40%대로 나타났다. 2002 년에는 미군 장갑차에 의해 여중생 두 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한미 당국에 대한 저항으로 촛불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4

이와 달리, 최근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는 비교적 높았다. 2012 년부터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는 높았다. 2019 년 1 월 조사에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 한다고 본 한국인의 비율은 소폭 감소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한반도 내 긴장이 완화되면서 일어난 현상으로 해석된다. 주한미군의 주둔을 지지한 한국인은 여전히 다수였는데, 이는 다음의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한국인은 북한의 위협이 감소했음에도 주한미군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남북군사합의서에 담긴 군사적 긴장 해소와 신뢰구축 과정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많은 한국인이 주한미군의 존재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고,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하고 있었다는 점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둘째, 한국인에게 주한미군 주둔에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할 만한 미군기지 배치 관련 문제가 해소됐다. 즉 한미 양국은 대외적으로 주한미군 및 한미동맹과 관련해 공공외교를 펼쳐왔고, 지난 20년간 거주지와 떨어진 여러 지역에 산개해 있던 40여 개의 미군기지를 폐쇄하면서 평택에 최신식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를 조성했다.

셋째, 반미(反美)여론이 거셌던 시기 미 부시 대통령과 한국의 진보성향 대통령의 관계에 비하면 문재인-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긍정적이다. 취임 후 한 때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며 한국인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한국인의 긍정적 인식은 한반도 내 긴장 완화와 별개로, 한미동맹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한국인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했고, 주한미군의 역할을 높게 평가했다. 또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의견은 이념, 성별, 연령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났다. 특히, 60 세 이상과 40 대 이하 남성에서는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지지가 더 높았다.

이번 조사결과를 종합해 보면,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다음의 정책적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긍정적이었지만, 동맹 관련 위험 요인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여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을 도모하는 한미동맹을 통해 양국이 얻는 혜택을 명확히 이해하고, 한미동맹 관련 문제를 다뤄야 한다. 둘째, 장기적으로 한미 양국은 통일을 포함한 잠재적 정세변화를 고려한 동맹의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2009 년, 2014 년 각각 한미 정부가 공동으로 발표한 한미동맹 미래비전 선언은 이에 부합한다. 향후 문재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한미동맹 강화, 동맹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양국이 사전에 합의한 조건에 의해서 예정대로 이뤄져야 한다. 성급한 전작권 전환은 정파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고, 여론의 역풍에 마주할 가능성도 있다. 넷째, 한미 양국은 동맹에 대한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주한미군의 공공외교에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2002 년처럼 한국 내 반미여론이 확산되지 않도록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를 유지하는데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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