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 원인과 한국 정부의 과제:

‘영변 핵시설 폐기 +α’와 유엔안보리 제재 완화 합의 이끌어내야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북미관계 개선과 관련해 중요한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었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도 도출하지 못한 채 2월 28일 종료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영변 핵시설의 영구폐기를 넘어서는 비핵화 조치를 요구했고, 김 위원장 또한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 수준을 넘어서는 유엔안보리의 제재 완화를 요구해 결국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북미정상회담 종결 후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저는 더 많은 걸 요구했고 김 위원장은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합의 결렬의 원인과 관련해 “제재가 쟁점이었다.”며 “(북한이) 제재완화를 원했지만 우리가 원했던 것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보다 구체적으로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비추어볼 때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 +α의 비핵화 조치’에까지 합의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3월 1일 새벽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고 밝힌 것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그러나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핵시설 폐기 이외의 추가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까지 합의할 준비가 되어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리용호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은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의 제재를 해제하면 영변 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포함한 모든 핵물질 생산시설을 미국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폐기한다는 것”(강조는 필자)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리 외무상은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2017년 채택된 5건, 그 중에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 외무상의 이 같은 발언은 북측이 ‘제재 전면 해제’를 원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으로서는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넘어서서 유엔안보리에 의해 채택되었던 대북 제재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과 관련이 있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더라도 대북 제재가 현저하게 무력화되어 비핵화 협상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요구한 제재 일부 해제를 ‘제재 전면 해제’와 동일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 기간에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해결사’였다가 등을 돌린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하원 청문회가 열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국내정치적으로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절실했지만,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 +α의 비핵화 조치’에의 합의를 거부함으로써 결국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만약 트럼트 대통령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유엔안보리 제재의 부분 완화까지 북측과 합의했다면 북한과 ‘나쁜 합의’를 했다는 심각한 국내의 비판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비록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 도출에까지 이르지는 못했지만 양 정상은 회담 기간 내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회담 종료 이후에도 협상 지속에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매우 생산적인 시간을 같이 보냈다”면서 “김 위원장, 북한과 계속 좋은 친구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회견에서 “북한과의 핵 담판이 결렬됐지만, 앞으로 몇 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도 3월 1일 새벽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통해 회담 결렬의 이유를 기자들에게 설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난은 자제하는 매우 절제된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 3월 1일자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화기애애한 대화 사진을 게재하면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수뇌회담에서 논의된 문제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하시였다”고 밝혔다. 

그리고 “최고령도자[김정은] 동지께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먼 길을 오고가며 이번 상봉과 회담의 성과를 위하여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데 대하여 사의를 표하시고 새로운 상봉을 약속하시며 작별인사를 나누시었다.”고 보도했다.

하노이 정상회담 종료 후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해서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향후 한․미 및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목표로 했던 것보다 더 큰 빅딜을 제3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매우 중요한 첫 단계 조치임에는 틀림없지만 결코 그것만으로는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미국 내 여론을 설득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북한은 영변과 다른 지역의 핵시설 폐기 또는 ICBM의 부분 또는 전량 폐기까지 포함한 보다 과감한 비핵화 조치까지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북한이 이처럼 ‘영변 핵시설 폐기 +α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서까지 합의하면 미국도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뿐만 아니라 북한의 의류 수출과 정유제품 수입 제한 등 민생과 관련된 유엔안보리 제재의 일부 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북․미 간에 이 같은 합의가 도출될 수 있도록 한국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그리고 이도훈 외교부 평화교섭본부장을 대표로 하는 남․북․미 실무협의 개최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판문점 또는 제3국에서의 남․북․미 정상회담 추진 등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및 제재 완화와 관련해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정부가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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