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단번도약, 제4차 산업혁명

최재선 박사, (사)남북물류포럼 수석부회장

한국에도 없는 케냐의 핀테크 금융

간단한 질문부터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모바일 뱅킹이나, 이른바 핀테크 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선진국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이 같은 물음에 “그렇다” 라고 답변한 분은 지금 아프리카 케나에서 벌이지고 있는 모바일 뱅킹 생태계를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아프리카는 일부 나라를 제외하고는 저개발국가가 대부분이다. 빈곤과 기아, 질병, 그리고 종족 간의 분쟁이 아프리카 대륙의 이미지다. 아프리카 동북부에 있는 케냐는 2016년 기준 국민소득이 1,640달러 정도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연간 200만 원 정도인 셈이다. 이런 케냐가 2000년대 후반부터 유선 전화 시대를 거치지 않고 곧장 휴대폰 폰 시대로 직행했다.

열악한 통신 인프라를 건설하는 대신 스마트 폰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금융 분야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사파리 폰이나 영국에 기반을 둔 보다 폰과 같인 통신회사가 스마트 폰을 통해 개인간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스마트 폰 소지자는 24시간 356일 언제, 어디서나 아무런 제약 없이 원하는 돈은 보낼 수 있다. 이른바 엠페사(엠은 모바일, 페사는 현지어로 돈이라는 뜻)의 위력이다. 케냐 현지에서는 13만 곳에 달하는 엠페사 에이전트를 통해 현금 입출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케냐의 엠페사는 은행역할을 물론, 핀테크 산업의 전형적인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모바일 강국이라고 소문난 우리나라에서도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북한, 4차 산업혁명 구현의 최적지

최근 남북물류포럼이 “제4차 산업혁명과 남북협력”이라는 주제를 놓고, 아카데미를 열었다. 3주 3일 동안 개최된 이 프로그램에서 10명이 넘는 전문가들이 북한과 협력이 가능한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주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 이 사업을 후원한 단체에서도 사전 예고 없는 모니터링을 통해 이번 아카데미가 매우 좋았던 것으로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강의에 참여한 분들의 호응도 기대 이상이었다. 최근 남북한 사이의 관계가 급진전되면서 각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 아이템들이 제시되고 있다.정부 또한 서해 평화협력사업과 철도 및 도로 건설, 동해안 관광 개발 사업 등 여러 가지 협력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남북물류포럼에서 다뤘던 4차 산업혁명이라는 주제는 언뜻 보기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150만 원 가량인 북한과는 어울리지 않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시각을 바꿔보면, 지금의 북한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의 이상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앞에서 예로 든 케냐와 같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단계를 거칠 필요 없이 일거에 도약할 수 있어서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북한 경제의 단번도약도 4차 산업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 남북물류포럼 아카데미에서 민경태 박사는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는데 북한이 더 유리한 이유를 꼼꼼하게 설명한 바 있다. 기본적으로 북한의 경우 최고 지도자의 의지만으로 이 같은 사업의 추진이 가능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이해 조정이나 토지 보상과 같은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2010년대 들어 전국에 모두 27개 달하는 경제특구, 경제개발구를 지정해 놓는 등 인민경제 개발에 대한 의지를 계속 다지고 있다.

북한의 단번도약으로 남북한이 같이 잘 살아야

북한 경제 개발구를 개발할 때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면, 4차 산업혁명의 글로벌 테스트 베드 역할은 물론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그대로 적용하는데 매우 유리하다. 절호의 기회를 살릴 수 있는 곳이 지금의 북한이다.해양수산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해양수산부와 관련업계 및 기업 등은 4차 산업혁명 아이템을 현장에서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 SDS가 중심이 되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해운물류 블록체인 시스템은 올해부터 부산항을 기반으로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다. 무인 자동화 항만과 스마트 포트도 만들어진다. 수산 쪽에서는 스마트 양식장을 건설하는 파일럿 시스템이 부산 기장에 설치될 예정이다. 조선 분야에서는 자율운항선박을 개발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남쪽에서 시작한 4차 산업혁명 열풍이 북한으로 확대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다.

2월 27~28일 이틀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회담 결과를 놓고 전문가와 언론 등에서는 다양한 추측을 쏟아내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결론을 내는 분들도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우리 민족이 갈 길은 분명하다. 경상북도 봉화에서 살았던 농사꾼 전우익이 1993년에 쓴 책이 100만부 이상 팔린 적이 있다. 제목이 이렇다. ‘혼자 잘 사면 무슨 재민겨’. 4차 산업혁명으로 북한이 단번 도약하고, 남북한이 같이 잘 사는 세상, 그게 진정한 의미의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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