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내 외교안보정책 관련 쟁점 분석

 강량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작년 12월 20일 시리아로부터의 미군철수 발표에 이어, 이달 24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완전 철수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중동의 불안정성을 제고시킨 것은 물론, 미국 내에서 미국의 글로벌 외교안보정책을 둘러싼 정치이론과 정책논쟁을 크게 부각시키는 주요 동인이 되었다.

먼저 시리아 철군발표 이후, 시리아 안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중동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와 터키 간에 협정이 체결되었고, 중동상황의 불안요인을 우려한 이스라엘이 자국 북부에 위치한 전략 항구인 ‘하이파’를 중국 상하이 국제항만그룹과 2021 년부터 향후 25년 간 운영권을 공유한다는 협정소식을 발표해서 미 국방관계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국제항구인 하이파는 미 6함대를 중심으로 미·이스라엘 합동 군사훈련의 전초기지이기도 하고, 전후 미·이스라엘 협력관계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물론 동 문제는 신속히 이스라엘을 방문한 볼튼 안보보좌관의 경고로 유예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미국의 핵심 전략파트너인 이스라엘의 이같은 일탈가능성은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국제정치의 본질을 십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으로부터의 미군철수 결정에 대한 미국 내 최근 여론조사는 찬성 52%, 반대 48%로 상당히 접전을 벌이고 있다. 주로 미국 언론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사하고 있는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예측불가능성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미군철수 조치들에 대한 미국 국내여론은 결코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국의 글로벌 안보노력에 무임승차하는 주요 동맹국들을 적극적으로 비난해 왔으며, 세계경찰로서 미국의 적극적인 국제사회 개입정책을 비효율적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왔던 정책성향은 불확실성이란 표현보다는 사뭇 일관된 정책의지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對중동정책은 급기야 미국 내에서 탈냉전시대 이후 지난 25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비판 및 변화의 당위성문제를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 차원의 이념적 차이를 넘어 서로 함께 공유해 왔던 소위 미국 외교안보정책 ‘기득권 집단’(Established Groups)들에 대한 현실주의적 외교정책 이론가들의 도전과 주장들을 한층 강화시키고 있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자들에 대한 현실주의자들의 도전

국제정치학계에서 공세적 현실주의자로 잘 알려진 미국 시카고대학의 미어샤이머 (John Mearshemier)교수는 소련의 붕괴로 탈냉전시대를 맞이한 국제사회는 그후 미국의 원톱(One-Top)시스템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미국은 공화당이나 민주당 차원의 정책이념을 넘어서는 자유주의에 입각한 세계적 패권성향을 갖는 세계경찰로서의 ‘국제개입주의’정책을 일괄되게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탁월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세계에 보급하고, 자유무역과 인권을 옹호하는 적극적인 개입정책을 통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반하는 정치세력들을 응징하는 외교안보정책을 탈냉전이후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로 이어지는 24년 동안 민주, 공화라는 이념적 정책스펙트럼 을 넘어서서 일괄되게 펴왔다는 것이다.

한편 하버드대학의 월트 (Stephen Walt)교수는 전 세계에 민주주의, 평화,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확대하려는 미국의 선의(Good Intentions)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비현실적이며 과도한 독재국가 해체노력과 국제테러 응징을 위한 적극적인 개입정책으로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이후 지난 24년 동안 독재국가들에 대한 응징으로 전쟁이 항시 상설화되어 있는 ‘전쟁일상국가’의 면모를 띠게 되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 동 기간 동안 6조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세비의 외교안보경비를 투여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아직도 미국이 원하는 민주주의국가를 단 한국가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도 못하면서, 그 과정에서 미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적대국 또는 경쟁국들을 부차적으로 이롭게 만드는 나쁜 외교안보적 결과만을 양산했다는 것이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원래 탈냉전 이전의 국제사회는 투톱 (Bi-Polar) 또는 다자간 (Multi-Polar)의 패권경쟁 체제가 유지되면서, 현실주의적 관점의 세력균형정책이 대세를 이루고 그 결과 국제질서가 나름대로의 안정을 찾았는데, 미국의 원톱 (Uni-Polar)시스템이 형성되면서, 자만한 미국이 자국의 자유주의이론을 국제사회에 투사하는 실책을 범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현실주의자들은 이런 자유주의적 패권 (Liberal Hegemony)정책은 전쟁도 불사하는 국익위주의 국제사회 권력투쟁의 본질과 국가들이 내포하고 있는 강한 민족주의의 벽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국의 내재적 자산만 허비하는 우를 범하게 되었으며, 이런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은 이제 국제개입정책에서 선별적 개입정책으로 선회해야 하는데, 현재 트럼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런 현실주의자들의 논리에 맞서는 미국의 ‘외교정책 기득권층’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탈냉전 이후 지난 24년 동안 공화당과 민주당을 아우르는 의회 차원에서, 국무부와 국방부를 중심으로 하는 전문 관료 차원에서, 미국의 수많은 싱크탱크와 기업연구소 차원에서 적극적인 개입정책이라는 일관된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을 입 안해 왔으며, 아직도 미국사회 내에서 가장 중추적인 외교안보 정책결정 관련 기득권 (Deep State)층을 형성하고 있다.

자유주의적 개입정책론자인 달더 (Ivo Daalder) 시카고외교협회의장은 미국은 지금까지 동맹중시, 자유무역시장, 민주주의와 인권확립을 3대 외교안보 핵심과제로 설정 하고 이를 실천해 왔으며, 그 결과 미국은 인류역사상 가장 안정적이면서 영향력 있는 세계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하며, 만약 미국이 동맹과 자유무역시장을 무시하는 ‘미국 일방주의’를 강조할 경우 세계적 리더십을 상실한 국제사회의 갈등과 분쟁은 훨씬 제고될 것이며, 이는 결국 미국에게도 큰 피해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외교안보정책을 놓고 자유주의에 입각한 국제주의적 개입정책, 현실주의에 입각한 선별적, 효율적 개입정책, 완전한 고립주의 등의 세 가지 이론적 성향과 상호간의 논쟁은 수면 밑에서 항상 지속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며, 이에 대한 미국시민들의 여론편향 정도는 대체적으로 4 : 4 : 2 정도로 형성되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이에 따른 외교안보정책의 패러다임전환 시도는 이런 수면아래 잠재해 있던 국제적 개입주의 정책과 선별적 개입주의 정책에 대한 작금의 이론적 대립을 한층 제고시켰다.

현실주의에 입각한 선별적 개입주의와 트럼프 외교안보정책의 연관성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주의에 입각한 선별적 개입주의를 주장하는 학자나 관료 들을 중용하거나, 정책입안 시 이들의 이론을 인정 또는 전면에 배치한 사례는 없다. 그러나 점차 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결과들은 여실히 선별적 개입주의자들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고 있다. 그 예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선별적 개입주의자들의 이론적 논리가 트럼프정부의 국가안보 전략(NSS)과 국방안보전략(NDS)에 십분 반영되어 졌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서유럽 동맹국가와의 관계 재조율, 중동에서의 철군정책, 중국과 러시아정책, 한반도정책 등에서도 여실히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선별적 개입주의에 대한 수용이 미국의 지난 정부들 사이에서 시도된 적이 없고, 유독 트럼프시대에 국한된 독특한 현상이라고 평가할 수만은 없다. 오바마 대통령 도 미국주도의 세계전략으로 인한 지나친 국방비 지출을 제어하려고 노력했으며, 미국 의 국력을 ‘선택과 집중’ 형식으로 활용하고자 시도했으나, 정부, 의회, 기업, 민간연구 기관 등에 포진된 ‘외교안보 기득권층’의 저항을 넘어서지 못하고, 결국 국제주의적 개입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대통령들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한 점은 같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실주의에 기반을 둔 선별적 개입주의자들의 정책현안들을 아예 대선공약 사안으로 두었고, 이후 당선자의 명분으로 정책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는 사실이 다. 그는 지속적으로 국제주의적 개입주의 성향을 갖는 백악관참모, 국무부, 국방부 수 장들을 차례대로 갈아치웠으며, 결국 시리아철군을 명분으로 미국 외교안보정책 기득권자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임하는 매티스 국방장관을 경질했다. 그 결과 백악관과 정부 주요부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식의 현실주의에 기반을 둔 선별적 개입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국제주의적 개입주의자들은 존재하지 않으며,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독자적인 결정에 상당한 추진력이 붙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과 같은 미국중심의 현실주의적 선택들이야말로 이미 30년 전부터 자신이 주장해왔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현실주의에 기반을 둔 선별적 개 입주의자들의 이론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거나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자신의 일관된 정책성향을 보고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희화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은 결코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형태가 아니라, 주도면밀한 기획과 선별적 개입주의자들이 주장 해왔던 탄탄한 이론적 배경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향후트 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역설적이게도, 더욱 통합되고 예측 가능한 형태로 작동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외교안보정책과 주한미군 철수문제

트럼프의 외교안보정책이 현실주의에 기반을 둔 선별적 개입정책이라면 다음의 3가지 동인이 함께 작동하고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는 첫째로 지정학에 기반을 둔 세력균형정책이 정책입안에 항상 가용되고 있다는 점, 둘째로 대내외언론에서 흔히 거론되고 있는 트럼프의 고립주의정책은 사실이 아닌, 비현실적인 인식이라는 점, 셋째로 전략적 으로 중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더 많은 미군의 전략자산이 투입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측에게 1.5배의 증액을 요구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놓고 2018년 10차례의 양측 간 실무협상이 결렬되었고, 동 문제가 해를 넘겨 2019년으로 이양되자, 트럼프정부의 동맹관계 변화와 미군철수 가능성문제를 놓고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으나, 전적으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주한미군철수 또는 감축문제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5년마다 협의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2013년에도 실무협상이 결렬되어 2014년 3월에 가서야 합의되었던 것처럼, 이번도 2019년 초에 아무런 문제없이 양측 간에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으로부터 미군을 철수하면서 이란문제에 대해서는 전략적 가중치를 높여서 대응하고 있듯이, 한반도 상황에 따라 주한미군의 전략적 가치가 제고되어야 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주한미군을 철수하기보다 더 많이 배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한반도에서 보병을 중심으로 하는 전면전의 가능성이 과거보다 훨씬 축소되었기 때문에, 보병중심의 한미 연합훈련의 적실성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또 미군의 세계전략에 따른 순환 배치문제가 항상 주한미군 전체전략에 영향을 주어왔듯이, 주한미군의 숫자가 부분적으로 재조정된다 하더라도, 이는 분명히 주한미군의 전면철수 문제와는 확연히 다른 문제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경우에 따라서는 주한미군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단기간에 한미관계에 연동될 문제는 아니며, 결국 미국의 對한반도 중장기전략에 따른 장기변수로 적용되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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