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이 열차로 베트남을 방문하는 이유와 북한 언론의 보도 방식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김정은 위원장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및 북한-베트남 정상회담 참가를 위해 23일 출국한 사실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과 로동신문 등 관영 매체들이 24일 오전 일제히 보도했다. 북한과 미국이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하노이에서 제2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그동안 침묵을 유지했던 북한이 김 위원장의 출국 직후 마침내 이 같은 사실을 대내외에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안전 문제에 극도로 신경을 썼던 김정일 전 노동당 총비서는 해외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야 그 같은 사실을 언론을 통해 대내외에 공개했다. 그러나 김정일의 부친 김일성은 해외 방문을 위해 출국한 다음날 그 같은 사실을 북한 언론을 통해 곧바로 대내외에 공개했다. 1958년 김일성 당시 수상이 중국과 베트남 방문을 위해 출국했을 때에도 11월 22일자 북한 로동신문은 전날 김일성의 출국 및 신의주 통과 사실을 곧바로 보도했다. 그러므로 현재 북한 언론은 김정은 위원장의 해외 방문과 관련해 김정일 시대가 아니라 김일성 시대의 보도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평양에서 하노이까지의 거리가 장장 4천500㎞나 되지만 김 위원장이 전용기 대신 열차를 이용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 대부분이 존경하는 김일성 주석이 과거에 베트남을 방문했던 코스를 다시 밟음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김일성 주석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할아버지 김 주석의 후광을 최대한 활용하려 한 것으로 판단된다. 김일성은 1958년 11월 중국 베이징, 우한(武漢), 광저우(廣州) 등을 찾았으며, 중국이 제공한 비행기 편으로 하노이에 도착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까지 열차로 이동한다고 해도 과거 김일성 수상이 이용했던 구간을 상당부분 다시 밟는 셈이 된다. 김일성과 닮은 외모의 김정은 위원장이 장시간 열차 이용이라는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북한의 나이든 세대에게서 ‘청년 김일성’과 호찌민 주석의 과거 정상회담 기억을 되살아나게 할 수 있다면 김 위원장에 대한 노년층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김 위원장은 열차를 이용해 베트남 방문 후 귀국하는 길에 베이징에 들러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시진핑 주석에게 직접 설명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시 주석과의 이 같은 소통은 북한과 미국 간의 유착 가능성에 대한 중국 내 일부 전문가들의 우려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으로 인한 북한 내부의 안보 불안감을 모두 불식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비핵화 협상 의지를 다시 한 번 시 주석에게 강조하면서 중국의 대북 경제․군사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다른 주변국 정상들에 비해 해외 방문 기회가 적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열차 이용은 비록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주변국들의 경제 발전상을 목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1958년 김일성 당시 수상이 6일간의 베트남 방문 후 중국 상하이(上海)와 우한 등을 거쳐 귀국했던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도 귀국 시 상하이를 거치면서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넷째, 평양과 하노이 간 직항 노선이 없기 때문에 평양-하노이 운항 경험도 전혀 또는 거의 없는 전용기에 김정은 위원장이 탑승하는 것에 대해 북한의 안전 책임자들이 반대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김 위원장을 탑승하고 하노이로 가다가 혹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관련 안전 책임자는 강력한 문책을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을 책임진 북한 간부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용기를 이용한 신속한 이동이라는 편리성보다 안전을 위해 기차를 타고 장시간 이동하는 불편 감수를 권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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