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은 ‘평화협정’으로 포기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문 서명 후 악수하는 모습(사진=싱가포르 국제미디어 센터)

미국의 전직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간 내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대신 핵 미사일 역량을 제한하는 선에서 합의를 이룰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11일 미 브루킹스 연구소 전문가들과의 대담에서 “신속하고,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협상 카드였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VOA가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안전보장과 경제적 혜택에 대한 대가로 핵과 미사일 역량을 제한하거나 약간 축소하는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인혼 전 특보는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에 양보를 하기 전 구체적인 이득을 얻으려 하겠지만, 미국은 북한에 자신들의 요구를 강제할 만한 ‘지렛대’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조만간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며,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핵 미사일 프로그램에 제한을 두는 거래에 합의하거나, ‘압박과 억제, 견제’라는 장기간 전략에 돌입해야 하는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 문제에 대한 완전한 해결을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반면 마이클 오핸런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인혼 전 특보가 언급한 이 같은 ‘부분적인 합의’가 큰 틀에서 볼 때 비확산의 역사와 규범에 들어맞는다”고 평가했다.

오핸런 연구원은 “북한이 핵 탄두를 보유한 상황에서 생산시설만 제거하는 경우, 미국은 '완전한 유예'를 주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제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다른 제재를 중단 혹은 완화하고, 또 일부 안전 보장을 제공하면서도 외교적 관여에 어느 정도 제한을 둔다면, 이는 여전히 광범위한 비확산 체제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정 박 한국 석좌는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보인 행동은 완전한 비핵화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 폭파와 일부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 한국전 참전 미군의 유해 송환 등은 지난 7년간 아무와도 대화하지 않았던 김 위원장의 행동 때문에 확대 해석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석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그저 허울뿐인 작은 조치들을 좋은 신뢰의 신호로 내세웠었다”면서 “이런 조치들은 실제론 완전하지도, 검증 가능하지도, 불가역적이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관계를 끝내기만 하면 마치 김 위원장이 핵 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자신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북한은 핵 보유국이라는 국가적 정체성에 따라 핵 무기를 정권의 정당성을 위한 토대로 만들었고, 이는 사회와 문화 속에도 이미 스며들어 있는 상태”라며 “따라서 북한의 핵은 ‘평화협정’으로 포기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정 박 석좌는 “다만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함과 동시에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싱가포르 선언을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시험해 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매들린 크리던 전 국방부 세계전략 담당 차관보는 “성급한 평화 협정 체결에 따른 의도치 않은 결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던 전 차관보는 “평화 협정이 현재 진행 중인 핵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추후 합의될 동시적 접근을 느리게 진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해 거쳐야 할 과정과 협상들은 자칫 외교적 대화를 핵과 상관이 없는 문제로 전환시킬 수 있다”며, “이는 북한이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강화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크리던 전 차관보는 “35세 지도자에게 있어 할아버지나 아버지 시대에서 이루지 못한 핵무기를 완성하고, 여기에 한반도에 평화까지 가져왔다는 건 자신의 주민들에게 전달하기에 나쁘지 않은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정 박 석좌는 “평화 협정은 한국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라며, “미국이 통일을 가로 막는다는 인식 때문에 한국인들이나 한국 정부가 ‘불만의 씨앗’을 촉발시킬 지 여부를 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발생하는 긴장은 북한이 바라는 한미 동맹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핵 문제에 대한 단합된 노력에 있어 나쁜 징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의 세스 몰튼(Seth Moulton) 연방 하원의원은 2주 앞으로 다가온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비핵화에 대한 성과도 없이 미리 북한에 상응 조치를 취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

몰튼 의원은 12일 미국 워싱턴 DC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북한이 원하는 상응조치 요구를 미국 측이 섣불리 들어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RFA가 전했다.

몰튼 의원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취소한 것은 동맹국의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라면서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 측에 이 같은 양보를 먼저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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