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최초보고서 평가와 특징: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이규창 (인도협력연구실 선임연구위원)

[요약]

북한이 2018년 12월 제출한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에 관한 최초보고서는 전체적으로 헌법, 장애자보호법 등 제도적으로 북한 장애인들의 권리가 보호받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동안 제기되어온 장애인 인권 실태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최초보고서는 유엔 장애인특별보고관의 활동 소개 및 권고 수용, 우선추진과제 제시, 이례적인 미비점 인정 등 여러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는 인권 증진 차원에서 역량구축, 지식공유 등의 개발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북한도 최초보고서에서 장애인의 권리 증진을 위한 개발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북한이 최초보고서를 통해 관심을 표명한 우선추진 과제들, 북한 스스로 부족하다고 인정한 사항들은 개발협력과 관련된 것들로 국제사회와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과제들을 중심으로 양자·다자차원의 인권대화와 기술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본문]

북한이 2018년 12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에 관한 최초보고서(이하 “최초보고서”)를 제출했다. 제출 기한인 2019년 1월 6일에 앞서 최초보고서를 제출한 것인데 장애인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북한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북한은 2016년 11월 23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고, 12월 6일 비준서를 유엔 사무국에 기탁했다. 이로써 2017년 1월 6일 동 협약이 북한에 발효되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동 협약이 자국에 발효된 후 2년 이내에 이행에 관한 최초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5조 제1항). 최초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장애인은 2016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5.5%(남성 5.1%, 여성 5.9%)이고, 유형별로는 시각장애 1.2%, 청각장애 1.3%, 언어장애 0.4%, 지체장애 2.5%, 지능장애 0.3%, 정신장애 0.4%를 차지하고 있다. 이 통계들은 북한 중앙통계국의 2017년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최초보고서 표-1, 표-2). 최초보고서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의 조문 순서에 따라 이행 상황을 기술하고 있는데 모두 76쪽에 달할 정도로 상세하다. 자세한 분석은 별도의 기회로 미루고 이 글에서는 최초보고서를 전반적으로 평가하고 북한 장애인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의 관점에서 최초보고서의 몇 가지 주요한 특징을 살펴본다.

전체적인 평가

최초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북한 헌법, 장애자보호법 및 기타 장애인 관련 법규에 따라 문화, 교육, 체육, 노동, 참정권 등의 제 분야에서 북한 장애인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음을 기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북한이 취한 긍정적인 조치들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 권리협약을 국내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2013년 장애자보호법 개정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제7항∼제9항). 또한 최초보고서는 북한이 장애인정책에 대한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 하기 위해 현재는 사문화된 것으로 평가되는 1946년 사회보험법 제정을 비롯하여 여러 관련 법규들을 제정해 왔으며, 장애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용어가 변경되었다는 점을 강조 하고 있다(제18항∼제26항). 북한 사회는 장애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전에 장애인들에게 ‘불구’ 또는 ‘병신’이라는 부정적 용어를 사용하였는데 이 같은 용어 변경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초보고서는 장애자보호법을 장애자권리보호법으로 개정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장애인들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 견해를 표시할 권리, 공무를 담당할 권리 등의 내용을 포함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제29항).

인권 실태와 관련하여 북한 장애인들에 대한 격리와 사회적인 차별, 강제불임, 선천성 장애인들에 대한 강제낙태 등이 대표적인 문제로 제기되어 왔다. 최초 보고서에는 이 같은 문제들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최초보고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 장애인들이 헌법과 장애자보호법 등에 의해 제도적으로 보호받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장애인 인권 실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우회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즉, 최초보고서는 생명권과 관련하여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북한 주민들은 헌법에 의해 인신의 불가침성을 부여받고 있으며(제77항), 장애인들이 출생 신고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없다고 기술하고 있다(제114항). 격리와 관련하여서는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거주이전의 자유를 향유하며(제112항), 장애인들이 거주지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사회 내에 포함되어 살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제115항). 사회적인 차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장애인 인식개선 노력으로 주민들도 장애인들을 우호적으로 대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으며(제116항), 강제불임과 관련하여서는 장애인들의 혼인과 가정에 대한 존중이 보호받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제133항).

국제협력 관점에서의 특징

첫째, 유엔 장애인특별보고관의 방북 활동 소개 및 권고 수용. 최초보고서는 유엔 장애인특별보고관의 2017년 5월 방북 사실 및 북한에서의 활동을 기술하고 있다(제5항). 그리고 유엔 장애인특별보고관의 권고를 수용하여 관련 국내법 개정 작업 진행 중임을 강조하고 있다(제28항, 제29항). 이는 북한 장애인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유엔 장애인특별 보고관과의 협력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둘째, 실행계획, 전략계획을 통한 장애인정책 추진. 최초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실행계획(Action Plan), 전략계획(National Strategic Plan)을 수립하여 장애인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실행계획 2008-2010, 실행계획 2013-2015, 실행계획 2016을 수립·시행하였으며, 경제발전전략 2016-2020에 장애인문제가 포함 되어있고, 현재 장애자권리보호를 위한 전략계획 2018-2020이 시행 중에 있다고 한다 (제30항). 최초보고서에 대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심의, 금년 5월에 있을 제3차 북한 UPR 기회를 활용하여 실행계획, 전략계획의 작성과정과 국제사회와의 협력 여부, 구체적인 내용 파악이 필요하다. 그리고 북한이 향후 실행계획과 전략계획을 수립할 경우 양자, 다자 인권대화 및 기술협력을 통해 북한 장애인 인권 증진을 위한 사항들이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셋째, 관심사항 표명. 최초보고서는 북한이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해 크게 두 가지 분야를 우선 추진 과제로 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장애여성의 권리 증진과 관련한 것이다. 최초보고서는 조선장애여성협회가 장애여성의 인식제고, 수요평가, 장애여성의 경제·체육·문화활동 조직을 주요 활동 영역으로 하고 있으며, 조선장애여성협회 일군들의 역량 구축이 최우선추진과제(top priority)라고 기술하고 있다(제43항). 다른 하나는 북한 장애인들의 접근성 보장이 우선과제 중의 하나라고 천명하고 있다(제65항). 최초보고서가 북한 장애인들의 접근성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2017년 유엔 장애인특별보고관의 방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5월 평양을 방문한 카다리나 데반다스 아길라(Catalina Devandas-Aguilar) 유엔 장애인특별보고관은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북한에 장애인들을 위한 기반시설이 미비하며, 대부분의 사회기반 시설에 장애인들의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아길라 특별보고관은 장애인 접근이 불가능한 주택시설과 환경적 장벽,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 제한 등은 북한 장애인들이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고 생활의 모든 면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어려움이라고 지적했다.

넷째, 이례적인 미비점 인정. 최초보고서는 이례적으로 북한 장애인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있다. 최초보고서가 인정하고 있는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접근성에 관한 것이다. 최초보고서는 북한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촉진하기 위한 환경 개선 등 국제기준인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비춰 많은 개선사항이 존재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제76항). 다른 하나는 북한 장애인들의 공동체 삶과 관련한 것이다. 최초보고서는 수화의 표준화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의사소통문제로 인해 농아자들에게 공공서비스시설을 만족하게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맹인들의 수요를 충족시킬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있다(제118항).

다섯째, 국제협력에 대한 열린 태도와 제재에 대한 불만. 최초보고서는 북한이 장애인들의 권리 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을 해왔음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제199항∼제204항). 북한은 2014년 발표한 조선인권연구협회 보고서에서도 국제인권조약상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이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대화와 협력을 할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다만 북한은 최초보고서에서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이 유엔 안보리 제재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제205항).

북한 장애인 권리 증진 방향: 인권과 개발협력의 선순환 구도

최근 인권 개념은 자유권, 사회권 등 협의의 인권에서 평화와 개발을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광의의 인권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개발협력의 경우 교육, 훈련, 노하우전수 등의 기술협력을 통한 역량구축, 지식공유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도 장애인 권리 증진을 위한 세 가지 형태의 국제협력 즉, 양자 간, 다자 간, 민간단체를 통한 국제협력을 규정하면서 개발협력, 역량구축, 지식공유가 필요함을 규정하고 있다. 국제 개발협력에 장애인을 포함할 것, 역량구축 촉진 및 지원, 지식에 대한 접근 촉진 및 공유가 그것들이다(제32조).

최초보고서는 북한이 장애인의 권리 증진을 위한 개발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여러 곳에서 보여주고 있다. 장애인 문제에는 협의의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식량안보, 공공보건, 교육, 아동보호, 재난위기감축 등의 영역이 포함됨을 인식하고 있다(제200항). 아울러 최초보고서는 장애관련 기관 일군들의 역량구축을 위한 국제협력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제201항).

장애인을 포함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이 수용 가능한 분야부터 양자, 다자 인권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접촉면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점에서 본다면 북한이 최초보고서를 통해 관심을 표명한 우선추진과제들, 북한 스스로 부족하다고 인정한 사항들은 개발협력과 관련된 것들로 국제사회와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다시 말해 이 과제들을 중심으로 양자·다자차원의 인권대화와 기술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사항들이 2019년 북한인권증진집행계획과 2020년에 수립해야 하는 제2차 북한인권증진기본계획(2020-2012)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북한인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북한인권증진과 남북관계발전 및 한반도 평화구축(제2조), 남북인권대화(제7조)가 실현될 수 있고 북한인권 개선의 영역도 다른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KINU 2019

※ 이 글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통일연구원의 공식적 견해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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