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새로운 길’과 4차 북중정상회담의 평가 및 시사점, 세종연구소>

(정재홍, 세종연구소)

김정은의 ‘새로운 길’과 4차 북중정상회담의 평가 및 시사점   

 4차 북중정상회담의 주요 함의

   2019년 새해를 맞이하여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1월 8일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4차 북중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정상회담이 갖는 가장 큰 상징적인 의미는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이하는 양국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하게 밀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2018년 3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이후 불과 10개월 사이에 무려 네 차례나 개최되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또한 이번 회담은 양국 외교, 안보, 경제 분야 핵심 참모들이 모두 배석한 가운데 공통관심문제(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대북제재 및 경제발전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교환과 일치된 합의를 이루며 양국 간 밀월관계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1)

   이번 북중정상회담에서 가장 심도 있게 다루어진 핵심적인 의제는 무엇보다도 곧 개최될 예정인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북중 양국의 긴밀한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대응방안 마련이었을 것이다.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대외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내부적으로 경제발전을 골자로 하는 2019년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볼 때 4차 북중정상회담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정에서 중국과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미국과의 비핵화 단계적-동시적 해결 방안 협상력을 높이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촉진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제4차 북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북중수교 70주년이 되는 2019년 새해를 맞이하여 중국을 공식 방문한 것에 대해 매우 높이 평가하면서 선대의 유업을 더욱 계승 발전시켜(承前啟後,繼往開來)나가 북중 간 전통우호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고 이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 역시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이하여 북중 전통우호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가고 북중 간 교류협력을 확대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북중수교 70주년을 계기로 북중 간 본격적인 각종 교류와 협력이 예상된다.

   이번 북중정상회담에서 가장 핵심 사안인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있어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북한이 보여준 한반도 평화안정 및 한반도 비핵화 진전 노력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이미 한반도에 평화와 대화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국제사회가 모두 기대하는 공통된 인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북한의 지속적인 한반도 비핵화 견지, 남북관계 개선, 북미정상회담 성공적 개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적극 지지하며 양국 간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와 안정을 실현시켜 나갈 것을 강조하였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 발휘에 감사를 표시하며 향후 북한은 지속적인 한반도 비핵화 입장을 토대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견지해 나갈 것이며 유관 당사국들이 북한의 합리적 우려와 관심(북한 체제 안정과 경제발전)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여 한반도 문제의 전면적 해결을 조속히 이루어지길 희망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정전협상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기존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 나갈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기초해 볼 때, 북한은 사실상 정전협정 체결 당사국인 중국을 포함하여 남북미중 4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협상 개시를 올해 외교안보목표로 설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다가오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완전한 중단과 평화체제 구축 협상 개시를 이끌어내고 중국을 당사국이자 강력한 후원국으로 끌어들여 미국의 先 비핵화(FFVD: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중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또는 다자협상구도(4자 혹은 6자), 한미연합훈련과 미군의 전략자산, 유엔사와 주한미군 등 매우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전략적 소통과 공조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이처럼 4차 북중정상회담은 3차 정상회담보다 훨씬 긴밀하고 공고한 북중관계를 대내외에 과시하면서 다시금 중국이 북한의 강력한 후원자로서 과거 김일성-마오쩌둥(毛澤東) 시기의 수준으로까지 관계강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전략적 의지를 보여주었다. 더욱이 최근 전면적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 우군확보가 필요한 중국으로서는 북한과의 관계를 격상시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통한 대중 포위전략을 사전에 무력화시키기 위한 전략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향후 북중 양국은 지속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며 중국식 북핵문제 해법인 쌍중단(雙暫停: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와 한·미의 연합군사훈련 동시중단)과 쌍궤병행(雙軌並行: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병행)을 토대로 단계적-동시행동 방식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본격화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미연합훈련과 전략자산 배치 등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다시금 필요하다는 입장을 북한, 러시아와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의 ‘새로운 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금년 1월 1일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 역시 4차 북중정상회담을 계기로 비교적 명확해졌다. 요컨대 북한이 말한 새로운 길이란 결국 북중 양국이 제시한 쌍궤병행(단계적 동시행동)’ 해결방안을 미국이 거부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를 과거 동맹수준으로 격상시켜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와 경제 문제를 해결하고 북중 또는 남··중 3국이 주축이 되는 새로운 한반도 질서를 창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북중정상회담에서 수교 70주년을 전환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북중관계 발전’을 통해 기존 한반도 냉전질서를 조속히 종식시키고 북중 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한반도 질서구축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본격적인 북중 간 경제교류와 다양한 분야 협력이 예상된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매우 귀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직접 보기 위해 앞으로 중국을 자주 방문하길 원한다고 밝히고 있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12일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는 제재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차후 대북 경제 제재 완화도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아울러 2019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경제건설과 민생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북중수교 70주년을 계기로 본격적인 북중 경협 논의 및 대규모 신규투자사업 추진이 예상된다.

   현재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과거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조속히 탈피하여 한반도 정세 대전환에 따른 새로운 북중관계 시대에 대응해 나갈 것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북한은 경제-핵 병진노선에서 경제우선주의노선으로 전환하였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모든 정책의 초점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통한 주민생활개선으로 김정은이 소위 북한의 덩샤오핑(鄧小平)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어 대북제재 완화 및 경제협력을 위해 북중 간 보다 긴밀한 대북공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분위기이다. 따라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전될 경우 북중, 남북, 남·북·중 3자, 남·북·중·러 4자간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현재 한국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사업이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계될 경우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에서 평화분위기 조성을 통한 경제적 공동번영 시너지 효과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는 전략적 시사점

   북중수교 7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 맞춰 이루어진 김정은 위원장의 네 번째 방중은 상당한 시사점과 전략적 함의를 지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새로운 북중관계의 장을 마련하였으며 든든한 후원자인 중국을 뒷배경으로 삼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고 중국은 북한과의 전략적 소통강화를 통해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할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조만간 개최될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다면 북한은 중국과의 긴밀한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국제사회 압박 등에 적극 대응해 나갈 수 있으며 반대로 북미정상회담이 원활하게 풀려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 합의를 이룬다면 중국과의 본격적인 경제협력 및 대북투자, 활발한 인적교류 등이 예상된다. 특히 새로운 북중 관계 구축은 시진핑 지도부가 제시한 두 개의 백년목표(兩個百年)인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의 꿈(中國夢)’ 실현을 위한 중장기적인 대외전략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4차 북중정상회담에 소위 ‘중국의 키신저’ 로 일컬어지는 최고 전략통인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상무위원이 직접 참석한 것은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강화가 더 이상 한반도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닌 미중패권경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대목이다. 결국 북중정상회담에서 양국간 긴밀한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자고 한 것은 북한과 중국 모두 쌍궤병행인 단계적 접근 및 ‘행동 對 행동’ 원칙으로 접근하여 북핵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지난 9.19 공동성명에 포함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함께 경제-안보의 동시보상인 단계적 접근 및 ‘행동 對 행동’ 원칙과 일맥상통한다. 북중정상회담 이후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북한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양국의 접촉유지는 도움이 되며 중국이 부정적인 변수가 되는 건 불가능하며 중국은 항상 한반도 문제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면서 북중 간 긴밀한 공조와 협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하였다.

   최근 중국의 관영매체들을 비롯한 주요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보여준 강력한 비핵화 의지 표명, 핵-미사일 시험발사 중단과 동창리, 풍계리 실험장 폐쇄,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등을 강조하고 있어 미국도 여기에 맞춰 대북제재 완화 혹은 해제를 통해 북한과의 점진적 신뢰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은 북핵문제의 구조적이고 근본 원인을 북미간 적대적 대결관계로 인식하고 있어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 되지 않는 이상 북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북중 간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 강한 비핵화 의지를 통한 경제발전 및 민생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중국 역시 명분상 더 이상 미국이 주도하는 과도한 대북 제재 동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재 북한이 줄곧 강조한 체제안전 보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승자패자의 제로섬(零和博弈)방식으로 북핵문제 해결을 시도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다 균형(합리)적이고 세심한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만간 개최될 예정인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된다면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폐기, 영변핵단지 폐기 등을 제시하며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조치(예: 대북제재 완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협상 개시 등)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나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先 비핵화(FFVD) 조치만을 요구한다면 북한이 수용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더욱이 시진핑 지도부는 미중 패권경쟁으로 인해 역내 정세가 매우 불안정한 상황 하에서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를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이미 중국은 북중수교 70주년을 계기로 북한과의 전략적 소통 및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따라서 향후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을 진전시키면서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 및 협력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1) 이번 김정은 방중에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하여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당 외교담당), 박태성 노동당 부위원장(과학교육 담당),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참가했으며, 중국에서는 왕후닝(王滬寧)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딩세샹(丁薛祥) 공산당 판공청 주임,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정치국원, 왕이(王毅) 외교부장,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중정상회담에 참석하였다.   

2) 이번 북중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조선반도 정세관리와 비핵화 협상과정을 공동으로 연구-조정해 나가는 문제와 관련하여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진행하였다”고 밝히고 있어 모든 한반도 현안 문제들에 있어 중국과 보다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통해 단계적이고 동시행동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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