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 문제보다는 국내 문제(셧다운)에 집중"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왼쪽부터)(사진=미 국무부)

북미가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날짜와 장소를 확정했거나 확정에 가까운 공감대를 이뤘으나 전략상 발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면담 후 보도자료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90분 동안 만나 비핵화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北美간에는 날짜와 장소 확정했을 가능성 있다… “발표를 안 하는 것”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날짜를 확정하지 않고 ‘2월 말’이라고 발표한 것은 협상의 불확실성과 협상력, 과거의 경험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미리 날짜를 확정하는 데 따르는 이점도 있지만, 의제의 불확실성상 남은 기간에 계속 조율이 잘될지 불확실해 협상력이 떨어질 수도 있고 심리적인 압박감도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날짜를 미리 확정해두면 하루만 연기돼도 언론에 대서특필되지만, ‘2월 말’이라고 해놓으면 3월로 넘어가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며 “날짜를 확정해두고 3월로 넘기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홍 실장은 회담장소가 발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장소가 확정됐거나 확정에 가깝게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라며 “기술적인 경우나 의전을 고려해 공개하기 이르다고 생각해 공개를 뒤로 미뤘을 것이다. 북미 양측은 CIA 등의 채널을 통해 관련 협의를 이미 해왔다”고 말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지난 제1차 북미정상회담 날짜도 발표했다가 번복한 경험이 있다”며 “북미간에는 날짜는 잡았으면서도 발표를 안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날짜와 관련해) 새로운 얘기가 나왔거나 북한이 생각하는 날짜가 있었으나 미국이 생각하는 날짜와 차이가 있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본국으로 다시 돌아가 조정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며 “추후 회담을 통해 세부날짜 등은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美, 전략적으로 장소와 일정 발표 안 해… “국내문제 복잡해 북미회담으로 이슈 몰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정상회담을 2월 말에 개최한다고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며 두 가지 관점에 주목했다.

양 교수는 “미국 국내 정치상황이 복잡한데, 한꺼번에 발표하면 그 순간에는 이슈를 선점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슈가 상당히 사그라든다”며 “지금은 2월 말이라고만 발표한 후 정확한 날짜를, 또 그 이후에 정확한 장소를 발표함으로써 계속 이 이슈를 활용해 이슈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2월 말쯤이라고 표현한 것은 2월 26일 전후라고 볼 수 있다”며 “이렇게 2월 말이라고 포괄적으로 얘기한 것은 북미간 의제와 관련해 아직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측면보다도 셧다운이라는 미국 내 정치적 상황과 맞물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방정부의 관료들이 거의 일을 할 수 없는 셧다운 상태에서 북미관계만 밀고 나간다면 미국 여론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것을 모두 감안해서 ‘2월 말’이라는 포괄적인 날짜를 발표한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미 국무부)

■샌더스 대변인의 발언과 최근 인터뷰에 주목… “北美간 입장차… 美, 국내문제로 정신없어”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날짜가 바로 안 나오는 것을 보면 아직 북미 양측의 입장차가 있는 것 같고, 그러한 입장차가 해소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확정적으로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발표했을 것이다. 실무협상을 한두 번 더 한 후 조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센터장은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과 최근 언론 인터뷰 동향에 주목했다.

신 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면담 이후 ‘우리는 계속 진전하고 있고, 계속 대화하고 있다’는 등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것을 띄우기 위한 일상적이고 평이한 내용일 뿐 긍정적인 내용이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등 국내 문제로 정신이 없다. 샌더스 대변인의 최근 인터뷰 18개 중 김영철 부위원장 방미에 대한 내용은 한 꼭지뿐”이라고 말했다.

회담의 형식?... “고위급회담이 아닌 김정은 위원장 특사에 가까워”

신 센터장은 또 “김영철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이번 만남의 형식은 고위급회담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고위급회담은 정식 회담장소에서 양측이 관련 인사를 대동해 정식으로 회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번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위원장이 투숙한 호텔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어 “폼페이오 장관이 작년에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과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를 대동하고 회의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며 “김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폼페이오 장관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한 큰 목적을 위해 방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미 정상회담 전망… “이란핵합의(JCPOA)도 깬 트럼프, 공세적으로 나올 수 있어”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미정상회담 한 번 더 열릴 수는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ICBM,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 주한미군 감축, 제재 완화 등을 어설프게 타협할 가능성도 있지만 판을 깨고 공세적으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전 위원은 “그러한 ‘위험하고 어설픈 타협’으로는 미국 의회와 미국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며 지난 가을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 파기한 이란핵합의(JCPOA)에 주목했다.

전 위원은 “이란핵합의가 상당히 잘 지켜지고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더 강력한 합의를 원한다며 파기했다. 그런데 북한과 이란핵합의보다 못한 ‘위험하고 어설픈 합의’를 해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을 계속 보유하게 한다면 미 의회를 설득하고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미국 국내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는 마당에 미국 국민들이 비난하는 젊은 독재자를 무릎 꿇릴 정도가 아니라면 군사 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미국은 전쟁 중에 말을 갈아타지 않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전 위원은 “오늘 만남은 내용도 시원치 않았고 결국 성과도 별로였다”며 “오늘은 딜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해진 입장을 통보하기 위한 것이다. 딜을 하려 했다면 협상 채널이 있는 뉴욕에서 했을 것이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제시하는 딜을 받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판을 깨기 위한 만남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미 입장은 피차 빤히 나와 있어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상태”라며 “북이 완전히 핵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복귀한다는 등의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는 이상 겉돌 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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