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일본의 정치 및 외교 평가와 2019년 일본정세 전망,  이면우(세종연구소 부소장)

일본의 2018년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내정치적으로는 오키나와 지사선거에서 야권이 공동으로 추천한 다마키(玉城デニ-)씨가 당선(9월)되어 미군기지(후텐마, 普天間)의 이전문제를 둘러싸고 그동안 진행된 오키나와 지방정부와 동경 중앙정부 사이의 갈등이 지속되게 되었고, 카지노설립을 포함하는 통합형리조트를 실시하는 법안(統合型リゾート實施法案; 7월에 성립))이나 노동법일괄개정안(働き方改革關聯法案), 그리고 외국노동자의 활용확대와 관련된 ‘입관난민법(入管難民法 - 출입국관리 및 난민법; 12월에 성립)’의 개정 등을 둘러싼 여야 간의 첨예한 대립도 있었다.

이외에도 천황의 양위와 관련된 황실전범특례법시행령이 각의를 통해 결정(3월)되었고, 민진당과 희망의 당이 서로 합당하여 ‘국민민주당’이라는 새로운 정당을 출범(5월)시켰으며, 9월에 있었던 자민당의 총재선거에서는 아베 총리가 대망의 3선에 성공하는 중요한 일이 있었다. 대외적으로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7년만의 중국방문으로 일중정상회담(10월)이 개최되어 통화스와프의 재개 등이 합의되었으며, G20회의를 통해 개최된 일러정상회담(12월)에서는 평화조약체결을 위한 고위급협의체의 신설이 결정됐다. 또한 항공모함의 보유를 가능하게 하여 원거리작전능력을 제고할 계획을 제시한 신방위대강도 각의에서 결정되어 발표(12월)됐다.

이처럼 중요한, 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2018년의 일본이 상대적으로 조용했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국정선거가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위에서 오키나와 지사선거의 결과와 그 영향을 암시했지만, 전국 및 전유권자를 대상으로 국정을 논하는 국정선거와는 그 영향력 정도가 차이가 많다고 하겠다. 그런 점에서 참의원 통상선거(7월)와 통일지방선거(4월)가 예정된 2019년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본 고에서는 아베 총리의 자민당총재 3선 달성을 출발점으로 하여 2019년의 일본정치 및 외교를 전망해본다. 집권당인 자민당의 동향은 국정선거 정도의 무게를 가진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3선 달성과 2019년 일본정치 전망

2018년의 일본 정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9월 20일에 실시된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3선을 달성한 일이라고 하겠는데, 아베 총리의 3선 가능성은 이미 예상된 것이어서 초점은 상대후보인 이시바(石波茂) 전 간사장을 얼마만큼의 차이로 이기느냐하는 승리의 모양새였다고 할 수 있다. 자민당 총재선거의 총 표수는 국회의원에 의한 405표와 당원 및 당우에 의한 405표로 구성된 810표였는데, 아베 총리는 이중에서 의원표 329표, 당원표 224표, 총 553표를 얻어 3선 달성했다. 비율적으로 보면 의원표의 81.2%, 당원표의 55.3%, 그리고 이 둘을 합한 전체의 68.3%를 획득한 것인데, 이는 55년 체재의 출범이후 처음으로 3선에 도전하는 총리라는 점에서 목표로 추구했던 70% 이상의 압승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그에 근접한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후보인 이시바 후보에게도 나쁘지는 않은 선거결과였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의원표 73표, 당원표 181표, 총 254표를 획득했는데, 이는 의원표의 18.0%, 당원표의 44.7%, 전체의 31.4%에 상당하는 성적이었다. 의원표에서의 열세를 당원표에서의 역전으로 반전을 노렸던 이시바 후보로서는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현직 총리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선전’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특히 44.7%라는 당원표의 비중은 2012년의 총재선거에서 이시바 후보가 얻었던 55%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지만 득표수에서는 오히려 23만에서 28만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는데, 이는 아베 총리에 대한 불만 정도를 보여줄 뿐만이 아니라 그에 대항한 이시바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차기총재후보로서의 재기가능성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위와 같은 상이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자민당 총재선거는 아베 수상의 대승으로 요약할 수 있고, 이는 아베 총리가 정책추진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리더십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2019년의 일본 정치 및 외교를 전망하는데 있어서는 아베 총리가 무엇을 추구하고자 하는지를 볼 필요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아베 총리는 총재선거 후의 기자회견에서 향후 3년 동안의 추진과제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제시했다: ‘재해지의 부흥 및 전세대형의 사회보장’, ‘전후 일본외교의 총결산’, 그리고 ‘헌법개정의 실현’. 본 고에서는 후자의 두 가지, 즉 ‘전후 일본외교의 총결산’과 ‘헌법개정의 실현’이라는 두 과제를 중심으로 2019년을 전망한다.

지난 수차례의 시도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헌법개정의 실현’이라는 과제가 얼마만큼 지난한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중참 양원에서 절대다수의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의 아베 총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한 예로 자민당 내의 반발이다. 자민당이 지난 3월에 개정의 핵심인 ‘평화조항’과 관련해 제출한 수정안, 즉 종전의 1항 및 2항을 그대로 둔 채 3항 등을 신설하여 자위대의 존재를 명확히 한다는 안에 대해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총재선거전에서 그럴 경우 혼란이 예상된다며 오히려 전력포기를 언급하는 제2항을 직접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는데, 이 외에도 9조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등 자민당 내의 반대가 여전히 적지 않다.

헌법개정에 있어서 더 큰 문제는 현재 연립정권을 형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내고, 국회의 3분의 2 의석과 국민투표에서의 과반수라는 허들을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하겠다. 창가학회(創價學會)라는 종교단체를 모태로 하는 중도적 정당의 공몀당은 헌법개정에 대해서 ‘가헌’(加憲)이라는 수동적 또는 미온적 입장을 취해 왔다. 자민당이 자위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제 3항의 신설을 제시한 것도 결국 공명당의 이러한 ‘가헌’적 입장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데, 이런 수정안에도 불구하고 공명당은 매우 조심스럽게 여론의 추이 등을 고려할 것이라는 점이 자민당으로서는 문제일 것이다.

자민당이나 아베 총리에게 있어서 공명당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정치파트너이다. 첫째는 ‘창가학회’를 모태로 하는 공명당의 조직력 또는 투표동원력이 실질적으로 자민당의 집권 및 ‘자-공’ 연립정권의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전체적으로는 결코 큰 수치가 아니지만, 적은 투표수에 의해서도 당락이 바뀔 수 있는 소선거구 중심의 현행 비례대표병립제에서는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그러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참의원에서 일정한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는 국회, 특히 참의원에서의 주요 법안 통과에 필요한 의석수를 확보하는데 긴요하다는 점이다.

공명당으로서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자-공’연립정권이 붕괴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자민당을 견제하고 이익을 챙기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헌법개정과 관련된 공명당의 고민은 무엇보다 헌법개정 자체를 크게 반기지 않는 다는 점에 더하여, 정권유지라는 긍극적 목표에서 볼 때 과연 지금이 헌법개정의 적절한 타이밍인가 하는 점이라고 하겠다. 예를 들어, 총재선거 결과에서 보듯이, 자민당 당원들의 44.7%가 ‘모리.가케’ 스캔들의 처리방식과 같은 아베 총리의 정치운용방식에 비판적인 가운데, 헌법개정을 추진하는 것이 참의원 통상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자민당의 참의원 다케시다(竹下)파 의원들이 이시바 후보를 지지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데, 이런 정황을 고려한다면 국민투표에서의 과반수 획득에 의한 통과는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국회에서의 통과와 관련해서는 2019년 7월에 예정된 참의원 통상선거가 주목을 받는다. 아베 총리의 지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앞서 언급한 ‘지방표의 반란’이나 최근의 지지율 하락 등은 자민당의 패배 또는 의석감소를 예상하게 만들고, 그에 따라 참의원에서의 3분의 2 의석 점유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행된다면 아베 수상의 리더십은 타격을 입어 헌법개정 논의 보다는 차기정권을 향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정치가 소위 말하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암흑’에 다시금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2019년에 보이는 것이다.

2019년 일본의 외교 및 대외관계 전망

2018년의 일본외교는 현실주의적 노선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외교의 중심축이 미일동맹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트럼프 행정부 하의 미국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관계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여 부분적이나마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 아베 총리가 앞서 언급한 ‘전후 일본외교의 총결산’이라는 기치 아래 외교적 과제의 해결에 노력한 때문이라고 하겠는데, 그럼에도 2019년에 좀더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인지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결코 해결하기 쉽지 않은 영토문제가 일본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놓여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베 총리는 최근에만 해도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개최된 싱가포르에서 전행된 11월 중순의 일러정상회담에서는 1956년의 일소공동선언에 기초해 3년내에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합의가 있었고, G20정상회의가 개최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진행된 12월초의 일러정상회담에서는 평화조약교섭의 가속화를 위해 외무대신을 교섭책임자로 하는 고위급협의체를 신설한다는 합의가 있었다. 이러한 흐름으로 볼 때 2019년 6월로 예정된 오사카에서의 G20정상회의에서는 영토문제와 관련해서 모종의 진전된 합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내정치와 국제정치가 혼재된 영토문제라는 점에서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016년 12월 동경에서 개최된 일러정상회담에서도, 그동안 우크라이나문제로 서방의 제재를 받던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 대해 아베 총리가 지속적으로 접근한 사실들을 근거로 북방4도와 관련해 모종의 해결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영토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이 양국간의 경제협력에 대한 것이 전부였다. 이는 영토문제라는 것은 경제협력 등이 전개된 후에 쌓인 신뢰를 기반으로 해서 풀어나가는 장기적 해결과제라는 푸틴 대통령의 인식에 기인한다고 하겠는데, 그동안의 신뢰구축이 2019년에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인지 분명 지켜볼 만하다고 하겠다.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도 이러한 총결산의 과제 중 하나라고 하겠는데, 이 역시 넘어야 할 장애가 적지 않아 쉽지 않은 문제라고 하겠다. 이미 잘 알려져 있는 납치자문제나 비핵화문제가 그 대표적 장애물라고 하겠는데, 이들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견해차이가 크기에 역시 해결되기 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베 총리 및 일본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를 전후 일본의 외교를 총결산하는데 있어서 주요 과제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추진한 핵 및 미사일 개발에 대해서 일본이 취해왔던 기존의 강경노선에서 탈피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고, 그와 함께 북한과의 협의 가능성이 높음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베 총리는 앞서 언급한 총재선거 후의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 및 국교정상화를 전후 일본외교의 총결산이라는 점에서 언급했을 뿐만이 아니라, 납치자문제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 “어떠한 찬스도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대응해 나가겠다. 납치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 정상회담으로 연결하고 싶다”고 북한과의 접촉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한 9월 25일의 제73차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북한의 납치, 핵 및 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정상화를 지향하는 일본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며, “북한이 가진 잠재력이 발휘되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하고, “납치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도 북한과의 상호불신의 껍질을 깨고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 볼 용기가 있다”고 더욱 진전된 입장을 보였다.

아베 총리 및 일본의 변화는 북한을 비난하고 그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호소하는 내용이 80% 정도를 차지했던 2017년의 유엔연설과 비교해 크게 차이난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최근 동북아를 둘러싼 다양한 변화, 예를 들어 미북관계 및 남북한관계의 변화나 그에 따른 북한의 변화 가능성, 그리고 미국과의 무역갈등 등도 복잡하게 얽혀 작용한 것이겠지만, 그 이상으로 총리로서 마지막이 될 향후 3년을 어떻게 마무리하여 역사에 이름을 남길 것인가 하는 점도 고려한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한다면 2019년에는,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러시아와의 영토문제나 북한과의 국교정상화라고 하는 일본외교의 난제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조심스런 예측도 가능하다고 하겠다.

아베 총리 및 일본이 보이는 이러한 변화의 조짐은 한국의 대일정책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베 수상 하의 일본이 대한정책에 있어서도 이러한 긍정적 협의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재의 한국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와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달리 말하면 역사와 비역사 부문을 분리해 동시에 각기 추진한다는 현재의 ‘투 트랙’ 정책으로 일본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제기이기도 하다. 양 쪽을 동시에 각기 추진한다는 것은 얼핏 현명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신뢰의 구축이 아닌 오해의 연쇄를 가져와 타협의 여지를 축소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하겠다. 이제까지의 ‘정경분리’책이 어느 한 쪽에 비중을 둔 이유도 이러한 위험성 때문이라고 하겠는데, 두 가지를 모두 얻으려다 둘 다 놓치는 일이 없도록 2019년에는 현 정부의 ‘투 트랙’ 정책이 좀더 세련화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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