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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북한 신년사 분석: 계산된 평화공세, 최강,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 승인 2019.01.0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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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북한 신년사 분석: 계산된 평화공세

최 강 수석연구위원
신범철 선임연구위원
아산정책연구원

북한 신년사는 매년 발표되고 있기에 이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결국 연속성과 변화의 측면에서 분석해야 한다. 금년 신년사에서 연속성이 보이는 부분은 자력갱생, 남북관계 개선, 북미대화, 평화체제, 북중관계 등으로 전반적으로 작년의 기조가 금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교착에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키우려 한다.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거부하고 있다.

변화를 보이는 부분은 향후 비핵화 협상이나 한미공조가 더욱 어려워 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점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에 대해 상응조치가 없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갈 것으로 공언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서도  연합군사훈련 중단이나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를 요구하는 등 한미동맹을 이간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대화와 협상, 협력과 평화를 주장하면서 “새로운 길”을 언급하면서 한국과 미국에 대해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고 평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 조건, 행동, 과정 등과 같이 이행과 관련된 세부사항에 대한 한국과 미국 간 협의와 합의가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기이다.

북한 신년사란 무엇인가?
북한 신년사는 그해 국정운영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으로 정치•사상, 경제•사회, 당•군, 대남, 대외 차원의 정책기조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 주된 대상은 북한 주민들이며 그 결과 때때로 대남메시지나 대외메시지는 적은 분량만 담기도 한다. 따라서 북한 신년사의 대외관계 메시지를 너무 심각하게 볼 필요는 없으며 전반적인 북한의 정책 기조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실체적 진실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그간 북한 신년사를 평가해 보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볼 수 있다. 첫째, 큰 틀에서 그해의 정책기조를 제시하다 보니 실제 구체적인 현안 문제에 있어 북한의 선택은 신년사와 다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책적 관점에서 북한 신년사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10년과 2016년 사례인데,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상대적으로 평화를 강조했던 신년사의 내용과 달리 북한의 도발이 빈번했던 해였다.

둘째, 북한의 신년사는 정치•사상, 경제•사회, 당•군, 대남, 대외 차원으로 구분해서 분석해 볼 수 있는데, 2016년부터는 경제 분야의 내용을 가장 강조하며 먼저 기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미 핵을 어느 정도 완성한 단계에서부터는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는 북한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경제분야와 관련해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전력, 금속, 석탄, 철도 등 4대 선행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관련된 핵심 키워드는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자력갱생, 인민생활, 경공업, 농업 등이며, 경제건설 차원에서 건설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자력갱생은 2017년부터 등장하고 있는데 오늘날 북한이 지향하는 경제건설 방향을 의미한다.

셋째, 최근 들어 전반적으로 경제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해도 그해가 지니는 특성을 신년사에 반영하곤 한다. 2017년과 같은 경우 전방위적 무력강화와 핵무력 건설을 대대적으로 기술했는데, 그 결과 역대 어느 시기보다 장거리미사일 실험을 다수 실시했다. 2018년의 경우에는 종전보다 많은 분량을 남북관계에 할애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라는 구체적 내용부터 남북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등 그 어느 때보디 남북관계를 강조했던 한 해였음을 신년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넷째, 최근 북한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이라는 큰 틀에서 대전략을 기획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015년과 2016년 신년사를 통해 강조했던 7차 당대회의 핵심 메시지는 사회주의 사상강국이었다. 2017년과 2018년을 통해 핵무력을 강조한 것은 사회주의 군사강국의 건설을 의미한다. 결국 남은 과제는 경제강국 건설인데 2017년부터 자력갱생의 이름으로 경제건설을 본격 추진하는 모양새다. 돌이켜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강성대국론 주창 이후 북한은 어느 정도 일관된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북한 신년사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표 3>과 같다.

<표 3> 2016, 2017, 2018 신년사 주요 내용

2019 북한 신년사에는 무엇이 담겨있나?

최근 북한은 경제건설을 강조해오던 추세였지만 금년 신년사는 그 어느 때보다 경제분야에 방점을 두고 많은 분량을 할애 했다. 그 결과 기존의 틀, 즉 정치•사상, 경제•사회, 당•군으로 나누어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 할 정도로 경제 분야를 길게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년사의 내용을 각각 분리해서 기술한다.

경제•사회: 자력갱생에 기반한 사회주의 경제 건설

북한 신년사는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진격로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내걸고 경제와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있다. ‘자력갱생’은 대북제재가 지속될 경우에도 이를 극복하고 경제발전을 추진한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대북제재가 본격화 된 2016년 이후 발표된 2017년 신년사부터 자력갱생이 강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를 사회주의 자립경제 노선으로 부르며 “우리 자체의 기술력과 자원, 전체 인민의 높은 창조 정신과 혁명적 열의에 의하여 국가경제발전”에 이바지 할 것을 주장했다.

거시적 차원에서 경제분야의 기술은 지난 수년간 관심을 기울여온 전력, 금속, 석탄, 화학, 농․축․수산업 등을 고루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한 경제가 가장 기초가 되는 분야들로서 경제성장과 주민생활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년 신년사의 경우 경제 분야를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기에 더 자세한 내용으로 기술되고 있다. 금년도 경제 분야 언급의 새로운 점은 북한 경제상황 악화, 원자력발전, 그리고 석탄 부분을 들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경제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로동계급은 모든 것이 어려운 속에서 자립경제의 생명선을 지켜 결사적인 생산투쟁을 벌여라”는 표현과 같이 현재 주변 여건이 어려움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도 높게 진행되는 데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편, 북한 주민들의 생산증대를 독려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전력생산을 강조하면서 원자력발전을 언급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원자력발전능력을 전망성있게 조성해나가며”라고 간략히 원자력발전을 언급하고 있는데, 종전 신년사에 나타나지 않았던 부분이다. 아마도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이나 또는 대미 협상카드로서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 부분을 강조하고자 하는 이중적 포석에서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석탄생산도 예년에 비해 크게 강조되었다. 김정은 시대 북한 신년사에서 석탄생산이 차지한 비중은 매우 적었다. 간략히 석탄생산을 독려하는 수준의 기술을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올해 신년사에서 특별히 석탄생산을 강조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이 장기화 될 것에 대비하는 행보로 보인다. 현재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로 인해 북한에는 원유와 정제유 수출이 제한되어 있다. 그 결과 북한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 확보가 필요하며 석탄 증산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표 4>를 보면 2018년과 2019년의 석탄 관련 내용이 비교되어 있는 데, 그 분량이나 구체성에서 현격한 차이가 난다.

그 밖의 새로운 내용은 ‘기업체들의 경영활동 독려’를 들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체들이 경영활동을 원활하게 해나갈 수 있게 기구체계와 사업체계를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져야 북한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북한 신년사는 과학기술 발전, 교육문제 등에 적지 않은 분량을 비정하고 있는데, 이는 경제건설을 강조해 온 이래 지속적으로 부각되었던 분야에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북한의 자력갱생이 성공하게 되면 북한 비핵화는 더욱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이 점에서 북한이 경제에 관심을 두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 방향이 개혁개방이 아닌 그 반대라는 점은 향후 비핵화 협상을 더욱 어둡게 하는 측면이 존재하다. 결국 개혁개방이 아닌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것은 비핵화 협상의 길이 아닌 핵보유의 길로 가기 위한 경제적 기반 조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사상: 김정은 유일지배체제에 대한 충성과 사회통제 강화

전통적으로 북한 신년사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정치•사상 분야는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경제•사회 분야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독자적인 구분 없이 경제적 성과와 정책 방향을 기술하는 사이 사이에서 김정은 유일지배체제에 대한 충성이 강조되었다.

그 주된 내용은 전인민이 노력하여 사회주의 강국 건설에 매진할 것을 주장하면서 체제에 충성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관료주의와 부정부패를 배척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는데, “당과 대중의 혼연일체를 파괴하고 사회주의 제도를 침식하는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의 크고 작은 행위들을 짓뭉개버리기 위한 투쟁의 열도를 높여”나갈 것을 공언했다. 동시에 대외관계 개선에 따라 혹시 확산될지 모를 외부사조에 대한 통제도 강화해 나갈 것을 시사했다. “사회주의 생활양식과 고상한 도덕 기풍을 확립하기 위한 된바람을 일으켜 우리 인민의 감정 정서에 배치되는 비도덕적 비문화적 풍조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며 우리 사회를 화목한 하나의 대가정으로 꾸려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는데, 결과적으로 금년에도 지속적으로 사회통제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사회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일인지배체제의 경직성으로 인해 언제라도 체제 유지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절대권력체제일수록 복지부동이 심하고 뇌물 등 부정부패가 창궐하기에 이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매년 신년사에 반영되어 왔는데, 금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당•군: 군의 경제적 기여 및 첨단 재래식 군사력 강조

금년 신년사에는 작년에 비해 군사부문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어 기술되어 있다. 역시 경제건설에 많은 시간을 사용했기에 군사부문에 할애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제한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당에 대한 기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군사분야에서는 북한이 중점을 두고 있는 첨단재래식 전력 구축에 대한 강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군수공업과 관련해서 잘 나타난다. 김정은 위원장은 “군수공업부문에서는 조선반도의 평화를 무력으로 믿음직하게 담보할수 있게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를 다그쳐 나라의 방위력을 세계 선진국가 수준으로 계속 향상”시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미 핵무기를 완성했기에 재래식 군사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이고 이를 위해 첨단무기 생산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군사부문은 당의 군대, 4대강군노선, 불패의 위력, 결사보위의 정신, 전투력 강화, 그리고 경제분야에의 기여 등 최근 들어 강조해오던 내용이 유사하게 기술되어 있다.

당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변화는 없다. 당정책의 주체로서 인민대중을 강조하며 체제에 대한 충성을 견인하려 했고,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리고 당조직의 역할을 제고하면서 “시대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맞게 정치사상사업을 진공적으로 벌려 우리 인민의 강의한 정신력이 사회주의건설전역에서 높이 발휘되도록” 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북한식 사회주의의 성공을 위해 전체 인민의 참여를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남관계: 민족공조를 통한 외세 배격 압박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해에 이어 금년에도 남북관계에 상당시간을 사용하면서 대화 기조를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리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구호 아래 금년에도 정상간 대화를 비롯한 다양한 교류협력을 통해 남북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러한 기조는 지난 12월 30일 전해진 친서의 내용이 그대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북한은 한미관계나 남북경제협력과 관련하여 공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늘 강조하던 외세와의 단절이나 민족공조 주장은 제외한다 해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은 한국 정부가 수용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다. 이는 작년 개최된 북미정상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에서 양해된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연합군사훈련 연기와 소규모 군사훈련 개최’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일단 합의를 해 놓고 그 다음 단계에서는 더 요구하는 북한의 전형적인 협상술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남북간 신뢰구축에도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한국 정부가 적극 호응할 경우 한미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이간책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는 것 역시 한국을 통해 미국을 설득하려는 협상술로 해석된다. 현실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되기 전에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만일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한국의 정부나 기업들이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그럼에도 마치 배려라도 하는 듯이 이를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는 것은 결국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행위이고, 궁극적으로는 한국 정부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 역시 한미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민감한 영역이다.

대외관계: 외교적 고립탈피와 핵보유 굳히기

북한은 작년에 대화로 전환하면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한 것을 주동적 조치로 평가하며, 개선된 대외환경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중관계의 회복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평화체제를 위한 다자협상을 언급함으로써 중국을 염두에 둔 듯한 행보를 전개했다. 작년에 세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쌓아온 유대를 강조함과 동시에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중국의 우려를 덜어주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또한 신년사는 북한-쿠바 관계 개선 등 북한의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한 노력을 예년에 비해 많이 담고 있다.

미국과도 싱가폴 정상회담을 통해 형성된 새로운 북미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을 주장하며, 북한이 취한 “주동적이며 선제적인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적 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 두 나라 관계는 보다 더 획기적으로 발전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일견 북미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북한의 문제 인식과 주장은 향후 북미대화가 더욱 어려워 질 것임을 시사한다. 먼저 북한이 핵문제와 관련하여 핵보유국 지위를 암시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은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임을 강조하면서 미국을 대화로 유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은 기존 핵보유국들의 의무다. 북한이 이를 언급한 것은 겉으로는 ‘핵보유’를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속내는 ‘이미 핵보유국으로서 협상에 임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부분에 관심을 보일 수 있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핵동결을 말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 생산만을 중단한 채 핵물질은 지속 생산하겠다는 의도로도 읽을 수 있다. 결국 검증을 통해 확인되어야 하는데, 검증을 거부하는 북한의 태도는 북한이 핵무기 생산을 실제로 중단했는지 알지 못하게 만든다.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며, 만일 미국이 정세를 오판할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새로운 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작년 신년사에서 주장한 ‘책임 있는 핵강국’의 길로 추정할 수 있다.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여 핵무기를 보유하되 국제사회의 우려를 고려하여 핵무기를 사용하지도 이전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완강한 태도는 어떻게 해서든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들의 비핵화 조건을 까다롭게 그리고 모호하게 해서 결국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고자 하는 협상전술로 보인다.

실제로 어느 경우에도 북한은 핵을 보유할 수 있는 길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만일 미국이 제재해제라는 상응조치를 하면 북한은 그 다음 단계에서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까지도 비핵화의 조건으로 주장할 것이다. 이 때 미국이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북한은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거부할 것이다. 이미 미국은 경제제재를 해제한 상황이기에 북한을 압박할 수단이 없게 된다. 결국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먼저 해제하는 상응조치를 해도 비핵화는 어렵고, 상응조치를 해주지 않아도 비핵화는 어렵게 되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희망하고 있지만 그 준비단계인 고위급회담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고위급회담을 하게 될 경우 미국이 제기할 신고•검증 문제를 회피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북한은 정상회담으로 바로 가서 신고•검증 문제를 정치적으로 타결하려고 할 것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철저한 검증은 불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은 교묘한 방법으로 핵 보유를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이른 시기에 북미고위급대화를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북미정상회담 역시 북한이나 미국 중 어느 일방이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당분간 개최되기 어려울 것 같다.

정책 건의

북한과의 대화는 필요한 일이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의 비핵화는 우리 정부가 추구해야 할 기본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신년사를 통해 본 북한의 태도는 향후 비핵화 협상을 더욱 불투명하게 한다. 이에 정부는 다음의 세 가지를 특히 유의해야 한다.

첫째, 북한 비핵화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북한은 말로는 완전한 비핵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비핵화는 6자회담 9.19 성명에 있는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와 IAEA에 복귀하는”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미국이 핵우산을 철폐하고 그 조종권을 가진 주한미군이 철수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 개념을 시사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북한의 입장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우리 정부의 책임이 크다.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때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비핵화 개념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음에도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와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같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핵개발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적인 것이고, 그렇기에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승인한 것이다. 정부는 북한 비핵화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북한과의 협상에서 이를 요구해야 한다.

둘째, 철저한 한미공조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신년사에서 주장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나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는 한미간의 갈등요인이다. 한국 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거나 미국을 설득하려 들 경우 정책공조에 불협화음이 불가피하다.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가 갈등할 경우 그 혜택은 고스란히 북한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신고와 검증과 같은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 없이는 연합군사훈련을 추가로 중단하거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한미가 공통의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어 북한을 설득해 내야 한다.

셋째, 재래식 군사력 강화 방안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반대하고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을 강조하면서도, 군수공업을 통해 자신들의 재래식 전력을 현대화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한 만큼 이제는 첨단 재래식 분야에서 한국에 뒤쳐진 것을 따라잡겠다는 의도다. 북한의 의도대로 재래식 전력이 상승한다면 이 분야에서 한국의 상대적 우위가 상쇄된다. 향후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된다면 북한의 재래식 도발과 확전위협에 한국이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이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와는 별개로 북한에 대한 재래식 전력의 우위를 보다 확고히 유지해야 한다. 기존 틀에 맞은 적당한 국방개혁이 아니라, 북한의 재래식 전력 증강에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에 집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답방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답방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보여 주기식 성급한 답방 추진은 북한을 유리하게 하고 오히려 우리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SPN 서울평양뉴스 편집팀  moonjeong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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