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T 관련 산∙학∙연 연계체계 상당히 발달"..."北스타트업 성공사례, 운종 경제특구에서 다수 배출"

‘개성공단을 활용한 남북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사진=SPN)

북한 스타트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스타트업 성공 사례가 많이 배출되는 운종 경제특구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국엔젤투자협회가 17일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개최한 ‘개성공단을 활용한 남북 스타트업 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에서 개성공단 관계자들과 평양과기대 관계자들, 북한 경제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북한 스타트업,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 운종 경제특구에 주목

싱가포르 비정부기구 ‘조선익스체인지’ 이언 베넷 프로그램 매니저는 “조선 익스체인지는 사업과 창업 관련해 북한인들에게 훈련을 제공하는 비정부기구”라고 소개하며 “2010년부터 사업과 창업 관련해 북한 주민 2천6백 명 이상을 훈련했으며, 북한 근로자 100명 이상을 해외에 파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가 강한 상부 주도의 경제인 북한에서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가능하냐며 북한에서 중소기업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해외 공관에서조차 북한 스타트업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베넷은 “북한이 지금 실리콘밸리가 되지는 못하지만 성공적인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요건을 갖추면 성공할 수 있다”며 빅터 황과 그렉 호로윗이 ‘열대우림 모델’에서 제시한 △리더그룹 △이해당사자 △적절한 자원 △협업을 위한 활동 △인프라 △롤모델 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베넷은 2016년 조선익스체인지 워크숍에 참여했던 전기 기술자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그 기술자는 과전압을 방지할 수 있는 전기모터를 개발해 2016년 6월에 중국산 제품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신제품을 출시했고, 현재 북한에서 인터넷과 전기수선공을 통해 판매 중이다.

베넷은 “몇주 전 북한을 방문했을 때 그를 다시 만났는데 사업을 시작할 때 받았던 대출을 모두 상환한 후 수익을 내고 있었다”며 “성공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 필요한 것은 롤모델”이라고 강조했다.

베넷은 “이런 요소들이 일부는 북한에 존재하고 있지만 부재하고 있는 요건들도 당연히 있다”며 “북한 스타트업이 이제 완벽하게 호황을 거두고 있고 성숙했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베넷은 “평성 바로 옆에 위치한 운종 경제특구는 상당히 많은 스타트업 성공사례가 나오는 곳으로 북한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며 “운종 특구는 경영관리조직, 정보기술, 바이오, 산업장비, 경공업 지구 5개로 나누어지며 스포츠시설, 캠퍼스 등 다양한 시설 모인 종합단지로, 생산과 판매도 전문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베넷은 현재 북한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간극을 극복할 수 있는 5개 프로젝트로 △인큐베이터 구축 △교육과 훈련 △대학의 참여 △비즈니스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시드 투자와 자금 조달을 제안했다.

2015년 조선익스체인지가 싱가포르에서 마련한 3개월 과정의 ‘미니 MBA’ 프로그램에 북한인 12명이 참여했다. 그중 지역 인큐베이터에서 인턴십을 경험한 4명은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 멘토링을 통해 17개 스타트업에 자신들이 배운 것을 전파했다.

■"北 ICT 관련 산∙학∙연 연계체계, 상당히 발달"..."개성공단, 한계기업 탈출구에서 벗어나 다양한 업종구성 모색해야"

박천조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부장은 “개성공단의 업종 구성은 ‘한계기업 또는 중소기업의 탈출구’라는 우리의 개성공단 진출 목표와 각종 대북제재 상황의 결과”라며 “향후 재가동 시 전개될 새로운 현실과 북측의 수요를 반영한 업종 구성 등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4년부터 가동되기 시작한 개성공단은 2015년 말 기준 섬유 64개사(51.6%), 기계금속 24개사(18.5%), 전기전자 13개사(10.5%), 신발∙화학 각 9개사(7.3%), 기타 6개사(4.8%) 등 총 125개사가 입주해 있다.

박 부장은 “개성공단의 특성상 마이크로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의 투자를 통해 일부 성장한 기업의 진출→멘토링→교육→창업지원 구상이 가능하다”며 “한계기업 탈출구에서 북측도 선호하는 업종의 진출로 개성공단 생태계 변화를 선도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개성공단의 경우 제한적이긴 하나 협업 공간(Co-working space)과 네트워킹센터(Networking center)로서의 기능을 통해 남북 ICT인력 간의 협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은 또 “ICT 관련 산∙학∙연 연계체계는 북측에서도 상당히 발달한 영역”이라며 “북측의 경우 연구결과가 실제 생산활동에 반영되는 특성을 감안해 IT 대기업이나 스타트업 등과의 산학협동 프로젝트를 통해 남측 관련 학생들의 현장경험 장소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부장은 “우리는 다양한 부처가 스타트업 창업지원을 위한 각종 정책과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엔젤투자나 벤처캐피탈 조성으로 창업의욕을 고조하고 있고, 북측은 원격기술전당(보급실)을 통해 지방 단위로까지 교육을 강화하는 등 ICT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싱가포르 소재 조선익스체인지는 2009년 북측 대상 창업교육을 진행한 이후 현재까지 2천여 명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 것으로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박 부장은 또 개성공단 투자 환경과 관련해 “개성공단에 주로 개성시 인력들이 활용됐으나 주요 직군(IT, 전자 등)은 평양 소재 대학 출신 인력들도 공급됐다”며 “최근 북측이 단과대학들을 종합대학으로 변경해 ICT 관련 학과를 증설하는 추세이므로 개성시 소재 대학(고려 성균관 대학교) 내 해당 학과 신설 등을 통해 인력을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측은 50여 개 대학 200여 개 학과에서 10만여 명의 인원을 배출하고 있다는 입장”이라며 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보도를 인용해 “2018년 7월 현재 북한의 원격교육체계는 50여 개 대학 200개 이상의 학과에서 수천 개의 공장, 기업소 소속 근로자 10만여 명이 공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부장은 “개성공업지구법에 따라 합영∙합작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므로 단독투자하되 기업운영 측면에서 기존 북측에서의 운용시스템을 반영해 남북이 공동협의∙개발 가능한 구조로 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익분배 측면에서 합영∙합작에 준하는 내부 합의를 통해 북측과의 상호이익을 제고할 수 있다”며 “생산보완 측면에서 ‘연구-개발-생산공정’ 상 ‘연구-개발공정’은 개성공단 스타트업 기업에서 ‘생산공정’은 제조기업을 활용한 위탁가공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은 이미 법제화 완비… “다른 특구들보다 우리 기업에 특혜조건 많아”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축사에서 "개성공단은 이미 법제화가 완비된 곳으로 물적 시스템도 완비됐다"며 "비핵화 과정에서 조건만 된다면 남북 경제협력이 우선적으로 정상화될 수 있는 곳인 개성공단은 이미 14년의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공단과 나진 선봉 등 여러 특구를 세밀하게 비교한 결과, 개성공단이 노동제도와 조세제도 측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개성공단은 최초부터 북의 특혜적 조치로 나온 것으로 다른 특구들보다 법제가 우리 기업들에 특혜적 조건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남북 경협 시대로 들어간다면 이미 완비된 개성공단을 통해 이른 시일 내에 경제활력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이라며 "남북 스타트업이 만나면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전유택 평양과학기술대학교 총장도 축사에서 “3년 전 평양과기대에서 개발한 손전화 충전기를 개성공단에서 제조해 북한 지역에 보급하면서 이미 개성공단과 좋은 유대관계를 가져왔다”며 “평양과기대는 개성공단의 재가동과 앞으로의 제4차 산업협명 시대를 향한 개성공단 전망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개성공단이 한반도의 남북청년 창업가들이 시작하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스타트업의 중심이 될 것을 기원하면서 교육자로서 더욱더 열심히 통일인재 양성에 주력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북한 사회의 국제화와 경제자유를 도모하기 위해 2010년 남북한 공동으로 설립된 교육기관인 평양과기대는 컴퓨터전자공대와 국제금융경영대·농생명공대에 이어 치과대학과 의과대학이 문을 열었고 앞으로 건설공학과 설치를 기대하고 있다. 

평양과기대는 지난 9년 동안 52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600여 명의 재학생이 15개국 출신 교수들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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