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핵 신고서 제출은 미군에게 표적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김정은에겐 항복 선언"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찍은 모습(사진=구글어스)

초기 단계에서 북한에 완전한 핵 신고서를 요구하는 것은 비핵화 절차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헤커 박사가 주장했다.

미국 핵물리학자인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박사는 최근 미 북한 전문 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완전한 핵 신고 요구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필요한 신뢰를 구축하기보단 더 많은 의심만을 낳을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 신고서 제출과 검증 합의를 비핵화 약속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0년 방북해 약 2,000기의 신형 원심분리기를 목격한 바 있는 헤커 박사는 "완전한 핵 신고서 제출은 미군에게 표적 리스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김정은에겐 항복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또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완전한 핵신고서 제출이 비핵화 과정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핵신고는 반드시 검증 약속을 동반하게 되며, 여기에는 핵물질 생산 등 기존의 모든 핵 활동과 시설에 대한 사찰, 검증은 물론 복구 불능에 대한 보증 단계가 포함돼 질질 끌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례로 북한이 지난 2008년 영변 원자로와 재처리 시설에 관한 1만8천 쪽 분량의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미국이 이후 추가 신고를 원했고, 북한은 미국이 "골대를 계속 옮기고 있다"고 비판하며 협상이 결렬된 사례를 거론했다.

헤커 박사는 "북미 간 신뢰 수준이 북한 측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단계가 아니라며, 먼저 신뢰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양측이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없는 북한'이라는 "합의된 최종 상태(agreed end state)'에서 협상을 시작하되, 북한이 중대한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29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헤커 박사의 주장이 현재 상황과 차이가 있는 전제에서 출발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북한에 원하는 것은 '완전한 신고서'가 아닌 '초기 신고서'라고 말했다.

이어 "이 초기 신고서에는 주요 핵물질 생산, 재처리 시설, 원자로, 핵무기 생산 시설 등을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IAEA 등 국제 검증단이 먼저 현장을 살펴본 뒤 북한이 완전한 신고서를 제출하면 그 때 검증 절차를 수립하는 것이 자신이 이해하는 미국의 구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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