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TE, 북한과 무역을 위해 최소 4개의 위장회사 이용"

미국 법무부건물(사진=VOA)

북한과 해외 기업들의 ‘제재 회피’에는 전 세계에 개설된 위장회사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 ‘ZTE’도 위장회사를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대북제재를 위반한 기업 3곳을 수사한 미 연방수사국(FBI) 애리조나 피닉스 지부 마이클 드리온 특별 수사관은 27일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창의적인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같이 VOA에 말했다.

그러면서 “FBI는 이번 수사가 미국 화폐를 이용해 제 3자와 거래를 하는 해외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리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을 비롯한 대북제재 위반에 연루된 회사들은 위장회사를 이용하는 등 과거 국제사회가 목격하지 못한 독특한 방식을 동원했다.

지난해 미 법무부가 몰수 소송을 제기하면서 공개된 ‘단둥즈청 금속회사’의 소송장에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기업도 위장회사를 이용하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소장에 따르면 ‘단둥즈청 금속회사’의 운영주인 치유펑은 자신의 위장회사들을 통해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ZTE’와 거래했다.

ZTE는 북한 국영통신회사인 ‘조선체신회사’와 중요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FBI와 미 상무부의 조사에서 드러나 당시 ZTE는 이 무역을 위해 최소 4개의 위장회사를 이용했다.

그리고 치유펑이 ZTE의 위장회사에 1천590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미 법무부는 주장했다.

북한산 석탄을 불법으로 수입한 ‘단둥 즈청’이 북한에 지급해야 할 돈을 ‘ZTE’의 위장회사에 대신 지급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분산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해외 기업들의 위장회사는 지난 2016년 북한과 5억 달러 규모의 무역 거래를 한 혐의로 피소됐던 ‘단둥 훙샹’의 사례에서도 대거 발견됐다.

당시 ‘단둥 훙샹’과 관련인들의 25개 계좌에 대한 소송을 제기한 법무부는 ‘단둥 훙샹’ 등이 최소 22개의 위장회사를 이용해 제재 대상인 북한의 ‘조선광성은행’과 미국 달러를 불법으로 거래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 위장회사들은 홍콩과 조세 피난처로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세이셸 공화국 등에 설립됐으며, ‘뷰티 챈스’나 ‘나이스 필드 인터네셔널’ 등 북한과의 거래와 연관성이 없는 듯한 기업명을 사용했다.

아울러 이들 기업들은 대부분 하나의 주소를 공유해 사실상 한 개의 기업이 운영하는 ‘위장회사’라는 게 미 사법당국이 주장했다.

최근 미 법무부가 중국과 싱가포르 소재 3개 회사에 대해 제기한 자금 몰수 소송에서도 북한이 20개가 넘는 북한과 해외의 ‘위장회사’를 동원해 단순한 거래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의 제재 회피에 북한 외교관들이 중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소장에서 확인됐다.

법무부는 단둥 훙샹에 대한 소장에서 "지난 2009년 12월 이 회사 관계자가 베이징 주재 북한 상무참사로부터 ‘긴급’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이메일에는 북한의 한 회사가 캐나다의 한 기업에 685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북한 측은 단둥 훙샹 측이 ‘조선광성은행’의 단둥지역 대리인으로부터 이 돈을 건네 받아 캐나다 측에 지급할 것을 요청했다.

북한 측 상무참사는 이런 방식으로 단둥 훙샹에 연락을 취해 북한 회사들의 여러 거래를 주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4일 터키 국적자들과 터키 회사를 비롯해 몽골주재 북한 대사관 소속 리성은 경제·상무참사를 제재한 바 있다.

이 때도 리 참사가 터키인 등과 무기와 사치품을 거래했다고 지적하는 등 북한 외교관이 실질적으로 북한의 불법 거래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 정부가 북한과 해외 기업들의 제재 회피 방식에 ‘창의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이런 평범하지 않은 방식이 북한의 조달 비용을 높인다는 사실도 소장에서 드러났다.

중국과 싱가포르 소재 3개의 회사에 대한 자금 몰수 소송을 명시한 소장에는 북한의 위장회사가 허가 받지 않은 송금책과 거래하면서 ‘수수료’를 지불했다는 내용이 나타났다.

아울러 북한이 최초 이체한 금액은 여러 회사를 거쳐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 액수가 줄어드는 모습이 관측됐다.

또 ‘단둥 훙샹’의 소장에서도 북한의 한 회사는 ‘요소 비료’ 구매 비용으로 단둥 훙샹에 1t 당 405달러를 지급하지만, 단둥 훙샹은 싱가포르의 한 회사에 1t 당 320달러에 구매해 북측으로 넘겼다.

북한은 이런 방식으로 각종 물품을 구매할 때마다 단둥 훙샹에 약 20%나 높은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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