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김영철 北통전부장과 면담 약속해야"

탄도미사일 발사장에서 참관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작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하며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지 약 1년이 흘렀다. 북한 전문가들은 국면전환의 계기가 된 핵무력 완성 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미 고위급회담이 12월 초순에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북미 협상의 동력을 이어 나가기 위해 북미가 해야 할 과제를 각각 제시했다.

미국은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면담을,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의 해체 확인을 위한 외부 전문가를 연내에 초청해야 한다.

■北 핵무력 완성 선언, 평화로의 방향 전환 계기… “약속 지킨 北, 밝은 미래 보여줘”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작년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올해 신년사를 통해 방향전환을 했다"며 "작년 핵무력 완성이 국면전환의 신호탄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 있지만, 전쟁 직전의 국면에서 평화의 길로 방향 전환을 한 커다란 계기를 만들었다"며 "여전히 비핵화 로드맵이 합의되지 않고 북미고위급회담이 재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계는 있지만 일 년 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덧붙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일 년간 핵도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남측, 미국, 국제사회와 약속한 것을 스스로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내년에도 이 약속을 지속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남북, 북미관계 발전에 대한 일종의 밝은 미래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한 배경과 이유에 주목했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은 사실상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기 위해 달려왔는데, 여기서 말하는 완성은 단순한 기술적 완성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핵무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완성”이며 “2013년 이후 김 위원장의 행보는 핵미사일 고도화를 수단화해 결과적으로 경제발전과 국면전환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집권 직후부터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했는데, 핵개발을 이렇게 외부에 과시하면서 빠르고 압축적으로 진행한 전례가 드물다”며 “핵무력 완성선언을 통해 다음 국면으로 가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가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4월 20일에 전략노선을 변경하고 경제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약 두 달간 30개 단위의 현지지도를 돌며 자신의 경제발전 목표와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사진=미 국무부)

■美의 과제는? “트럼프, 상호주의에 입각해 김영철 통전부장과의 면담 약속해야”

양무진 교수는 "원래는 북미 고위급회담이 G20 회의 전에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는데, 오늘 청와대의 메시지를 보니 11월 중에는 좀 어려울 것 같다"며 "적어도 미중 정상회담 이후인 12월 초순까지는 한 번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간 쟁점에 대한 갈등이나 첨예한 기 싸움이 있다면 북미 고위급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작지만, 현재 고위급회담 개최가 지연되는 이유는 쟁점에 대한 갈등 때문이 아니다”라며 “김영철 통전부장이 방미 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수 있다고 미국이 확실히 말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평양에 4회 방문했는데, 그중 한 번만 제외하고 김 위원장을 만났다"며 "김영철 부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을 요청하면 그것에 응하는 것이 상호주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부장을 만나겠다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며 “이 결단이 없다면 북미 고위급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북미 제2차 정상회담 모두 순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北의 과제는? “연내 풍계리와 동창리 사찰 약속 지켜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내년 1월 말 이후 의회 검토 앞둬"

홍민 연구위원은 “미국이 북한의 치명적인 약점을 잡았다는 말이 있다”며 “북한이 내부적으로 '올해 안에 비핵화를 대가로 뭔가를 확실히 받아내겠다'는 식으로 시간과 결부된 특정한 약속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핵무력 완성 이후 가려 했던 길에 대한 대가 확실히 주어지지 않아 북한이 얻은 것이 없다”며 “북한이 향후에 북미 관계의 불안정성에 대해 많이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홍 연구위원은 “남북 간에 합의한 종전선언과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은 미뤄져도 북미 고위급회담은 다음 주까진 열리리라 생각한다”며 “북한도 풍계리 핵실험장이나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장 사찰단 초청 등 올해 안에 하기로 한 것들을 준비할 시간도 필요할 것이고, 미국도 북한이 약속한 풍계리와 동창리 사찰 두 가지는 꼭 이행하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은 ’북한의 핵 신고가 2차 북미정상회담의 전제가 아니다’라는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며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올해 안에 풍계리와 동창리만 해주면 2차 북미정상회담까지 핵신고 리스트나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1월 말 이후로 넘어가면 의회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검토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그전까지 가시화된 성과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데, 미국으로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 북한이 약속했던 풍계리와 동창리 사찰이 기대할 수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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