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교육진흥원, '남북한 화해시대 국민적 화합․통합을 모색하다' 발제문 요약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올해 한반도에서는 이전의 정세 변화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올해 한반도에서는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전례 없는 대화와 평화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도 근본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남북 및 북미 대화는 정상들 간의 신뢰구축을 토대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냉전구조 해체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마치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올해 초부터 매우 일관성 있는 정교한 구상과 대전략을 가지고 남한 및 미국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처럼 북한에 대해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발언을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핵협상에 대한 그의 입장이 계속 변화해왔고 서서히 구체화되어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의 협상전략에 대한 과대평가를 넘어서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입장과 정책을 변경하게 된 이유, 북한의 고민과 전략을 보다 냉정하게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2018년에 핵협상에 대한 북한의 입장과 정책은 ① 비핵화 협상 거부 단계 → ② 북미대화와 비핵화 협상 검토 단계 → ③ 핵실험 중단 및 비핵화 협상 의지 대외 천명 단계 → ④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 단계 → ⑤ 북미관계 개선 의지 천명과 북미신뢰구축 모색 단계 → ⑥ 북한 비핵화 진전과 한반도 종전선언 교환 모색 단계 → ⑦ 비핵화 시한, 내용, 방법론 구체화 및 대북 제재 완화 추구 단계의 7단계를 거쳐 변화해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졸고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이 올해 비핵화 협상에 나오게 된 중요한 한 요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요인은 아닐 것입니다. 올해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핵 병진노선조차 폐기하면서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고 있는 것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하나하나씩 취할 때 미국과 한국으로부터 상응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걸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의 비핵화 완료 시점까지 미국이 대북 제재를 완화하지 않겠다고 하면 북한은 결코 그 같은 미국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은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가 병행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북한에게 일방적으로 비핵화 일정표를 요구하는 것은 북한이 절대로 수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의 비핵화 일정표과 그에 상응하는 국제사회의 보상의 일정표에 동시에 합의가 이루어져야 북한 비핵화가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내에, 즉 2021년 1월 이전까지 북한의 비핵화를 5단계에 걸쳐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1단계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영구폐기하고, 2단계에서 북한 ICBM의 50%를 해외 반출하며, 3단계에서는 나머지 50% ICBM도 반출하고, 4단계에서는 북한 핵탄두의 50%를 해외 반출하고, 마지막 5단계에서는 나머지 50% 핵탄두를 반출하면서 각 단계별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만약 북한이 이 같은 비핵화 일정표에 합의한다면, 미국은 정치적 선언 수준의 ‘한반도 종전선언’을 수용하고 대북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영구 폐기하면, 북한의 의류와 수산물 수출 및 경협 등 민생 분야와 관련된 UN 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먼저 해제시켜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북한의 ICBM과 핵탄두 폐기의 진전에 따라 미국은 북한과 초보적 외교관계(연락사무소 또는 영사관 개설)를 수립하고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본격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의 핵탄두가 전부 해외 반출되면,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평화협정에 서명하며,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도 상당부분 완화 또는 대부분 해제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ICBM과 핵탄두의 폐기를 신속하게 진행할수록 북한이 그만큼 빠르게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북한은 비핵화에 더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 북한에 주고자 하는 상응조치와 북한이 요구하는 상응조치가 다를 수 있으므로 북한의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로드맵은 북․미 또는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고위급 회담 및 워킹그룹을 통해 작성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노력과 동시에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초당적 대북정책 수립을 위한 ‘한반도평화발전위원회(한평위)’ 신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수평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 대통령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대북정책도 큰 변동을 보여 왔는데 이 같은 대북정책의 일관성 부재는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을 어렵게 해왔습니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청와대와 정부 관계자 및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 전문가들로 구성된 초당적 대북정책 합의 기구 구성을 더는 미루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올해 안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루어지면 이는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면 문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간의 입장 차이를 좁히기 위해 김 위원장과 보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서 환영과 반대 시위로 남남갈등이 격화될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5일 한 야당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국립묘지에 헌화하고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를 하는 것이 전제되면 답방을 환영하고 국회 차원의 김 위원장 연설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지난 2월에도 한 야당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남에 대해 극렬하게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김영철 부위원장이 북한의 비핵화 협상에서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그의 방남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남북대화도 어려워졌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과 천안함 사건 사과를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김 위원장의 답방이 북한이 더욱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김 위원장을 설득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북한의 경제관료들도 대거 초청해 그들이 KTX를 타고, 한국의 발전된 산업시설들을 시찰하며, 제주도 등을 방문하게 함으로써 남북협력에 대한 북한의 기대감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남북협력에 대한 북한의 기대감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의 방향으로 더욱 과감하게 나아가게 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서울 답방을 약속하고도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한다면 김 위원장에 대한 한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도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김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에 대해 맹렬한 반대나 열렬한 환영을 넘어서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해 차분하고도 따뜻하게 환영하는 성숙된 자세가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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