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협정, 4자간 불가침 확약 필요...한반도 평화지대화"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정외과 교수,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왼쪽부터)(사진=SPN)

북한 핵 프로그램을 핵심·주요·잔여분야로 나누고 이에 상응하는 체제보장과 보상조치를 단계적으로 가동하는 시퀀스 비핵화방식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전쟁 종식과 동아시아 평화공동체 모색’을 주제로 열린 ‘2018 평화재단 창립 14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의 입장차를 고려한 절충안을 이같이 제시했다.

■북-미 입장 절충한 시퀀스 비핵화 방식... “북핵을 핵심·주요·잔여 분야로 분류”

조 위원은 “비핵화방식에 대한 북미 양측의 입장차가 존재하는 한 종전선언단계가 성사된다고 해도 프로세스의 단계마다 이견과 난관이 반복될 개연성이 상존한다”며 북미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비핵화방식에 대한 빅딜”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북한 핵프로그램의 핵심분야를 조기에 반출·폐기를 원하는 미국의 프론트로딩 방식과 북한의 자발적 비핵화방식을 결합하는 절충안인 시퀀스 비핵화 방식”을 제시했다.

그는 “시퀀스 비핵화방식은 자발적 비핵화방식을 일부 수용하되 북한 핵프로그램을을 핵심분야, 주요분야, 잔여분야로 나누어 각 분야의 시간표와 절차에 합의하고 이에 상응하는 체제보장과 보상조치를 단계적으로 가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핵심분야는 이미 생산해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과 핵탄두 그리고 운반수단인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등 북한의 과거핵, △주요분야는 영변의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시설 그리고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관련시설로 분류했다.

조 위원은 “핵심분야의 비핵화조치를 조기에 선행하는 프론트로딩(Front Loading)을 실행하고 북한 체제보장과 대북제재완화를 포함하는 보상조치를 병행 가동하는 것”을 강조했다.

이어 “프론트로딩의 대상이 북한 과거핵의 전모가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의 상응조치가 보장될 경우 북한도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이며 “시퀀스 비핵화방식의 전제는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대한 신뢰의 형성”이라고 덧붙였다.

이 방식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까지 북핵의 핵심분야와 주요분야에 대한 폐기 시간표와 절차에 합의하는 것이다.

조 위원은 “북한 핵프로그램의 규모와 폐기의 기술적 문제를 감안했을 때 단기간 내에 완전한 비핵화조치의 시행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생산된 핵무기와 주요 제조시설 등 핵심분야와 주요분야의 비핵화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퀀스방식의 비핵화는 신고에서부터 출발하는 매뉴얼 방식의 쟁점을 우회하면서도 신속하게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를 진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북미 모두에게 유용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발표문 캡처)

■체제보장과 보상 시퀀스... “종전선언⟶단계적 제재해제⟶제재해제와 평화협정 체결⟶관계정상화”

조 위원은 비핵화 프로세스에 상응하는 체제보장과 보상조치의 시퀀스도 강조했다.

조 위원은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보상조치의 시행은 종전선언⟶단계적 제재해제⟶제재해제와 평화협정 체결⟶관계정상화의 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위원은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의 입구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조기에 도출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기반으로 평화협정의 체결을 위한 협상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제재의 해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언급한 영변핵시설의 영구폐기 시작 또는 과거핵의 폐기가 명확한 상황에서는 단계적인 대북제재의 해제를 통해 비핵화를 견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화협정의 체결에 대해서는 “북한 핵프로그램의 핵심분야와 주요분야의 비핵화가 달성되었다는 판단이 섰을 때 가능하다”며 “시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평화협정 체결시점에서는 북한 핵프로그램의 전모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며 남은 과제는 잔여핵 프로그램의 중장기적 비핵화조치”라고 덧붙였다.

■한반도 평화협정, 4자간 불가침 확약 필요... “한반도 평화지대화, 나아가 동아시아 비핵안보레짐까지”

조 위원은 “한반도 평화협정의 경우 종전선언과 분리돼 2단계에서 체결된다는 점에서 그 핵심내용은 불가침에 관한 내용이 될 것”이며 “다자적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한국전쟁의 주요 교전 당사자인 4자간 불가침에 관한 확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북미 간 불가침 확약은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어떠한 형태의 군사적 위협과 공격도 금지한다는 내용이 중심이 될 것”이며 “중국이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참여할 경우 한반도 전역에 대한 모든 군사적 위협과 공격의 금지를 확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관련 당사국의 불가침약속은 후속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구체적인 군사적 조치, 즉 군비통제를 통해 행동으로 실천돼야 할 것”이라며 “운용적 군비통제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실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주한미군 전력의 조정과 성격전환이 필요하며, 중국 역시 한반도를 대상으로 하는 군사적 태세를 전환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한반도 군사적 긴장의 근본적 해소는 물론 남북한의 분단을 기반으로 형성된 한미일 대(對 ) 북중러 대립구도, 그리고 미중 간 군사적 패권경쟁구조의 근본적 해체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와 같은 과정이 완성될 경우 한반도는 평화지대로 전환할 것이며, 동북아 안보협력의 확대를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은 “평화협정 체결과정에 미중 간 패권경쟁의 요소가 반영되거나 평화협정의 성격이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고 한반도에서 항구적 평화상태를 달성하기 위한 본래의 목적을 관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반도 냉전체제는 남북 적대관계, 미북 적대관계, 미중 경쟁관계 세 가지가 해소돼야 핵무기 포기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진다"며 "이런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은 100% 기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이론과 사례연구는 안보불안이 없어져야 핵포기도 이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할 여건, 즉 남북관계와 미북관계 개선, 제재 해제,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수립을 북한의 비핵화에 맞춰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그러기 위해 조한범 위원이 제안한 로드맵을 충실하게 이행한다면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재단 창립 14주년 기념 심포지엄 단체사진(사진=SPN)

■동아시아 3각 경제 링크... “동아시아 교통물류·산업 비즈니스·개발금융 공동체”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동아시아의 경제 협력과 상생이 중요하다”며 △동아시아 교통 물류 공동체 △동아시아 산업 비즈니스 공동체 △동아시아 개발금융 공동체로 이뤄지는 3각 경제 링크(Link)를 제안했다.

홍순직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남북한이 협력해 나가는 것이 핵심이지만, 주변국과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그래서 정부는 외교 분야에서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 구상’을 밝히면서 신북방·신남방 정책이란 두 기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신경제구상이 남북한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수레축이요 톱니바퀴라면, 동북아플러스 책임공동체 구상은 주변에서 이축과 맞물려 함께 움직이고 추동하도록 해주는 또 다른 수레바퀴요 톱니바퀴”라고 덧붙였다.

홍 위원은 “이 두 개의 톱니바퀴를 연결시켜 주는 것이 바로 육·해·공 물류교통망과 금융 네트워크의 연결이고, 추진동력은 산업협력이라고 할 수 있다”며 “그래서 조봉현 부소장이 그 해법으로 동북아 3각 경제를 제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