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12형을 통해 본 북한의 ICBM 개발 전망, 한국국방연구원>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현안연구실)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ICBM의 시험발사가 임박했음을 거듭 강조하였다. 북한은 이미 지난 5월 14일 고각으로 발사된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가 하와이와 알래스카까지도 포함한다고 주장함 으로써 화성12형이 ICBM급 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보다 진전된 방식으로 ICBM의 능력을 직・간접적으로 현시할 수도 있다. 한・미의 정권교체기인 지금, 북한의 ICBM 시험발사가 한・미의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고에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지난 화성12형의 시험발사 결과를 분석하고, 액체연료형 ICBM 개발 및 향후 시험발사 가능성을 전망해 보았다.

스커드 미사일이 노동 미사일의 기초가 되었고 북극성 1형이 북극성 2형의 기술적 기반이 되었듯이, 화성12형 시험발사의 성과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개발에 국한되지 않고 미 본토까지 도달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노동신문(2017.6.10.) 논설을 통해 “우리가 최근에 진행한 전략무기 시험들은 주체 조선이 대륙간탄도로켓 (ICBM)을 시험 발사할 시각이 결코 멀지 않았다는 것을 확증해주었다”고 언급하면서 화성12형 시험 발사 결과가 ICBM 개발에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2017년 5월 15일 월요일 아침, 노동신문에 공개된 화성12형의 외형은 정확히 1개월 전인 4월 15일 북한 태양절 열병식에서 등장했던 것과 동일하였 다. 미사일의 크기나 형태만 보면 정확히 5년 전 (2012년) 태양절 열병식에서 공개되었던 화성13호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당시의 화성13호에 대 해 한・미 정보당국은 KN-08이라는 식별 부호를 부여하였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KN-17이라는 새로운 식별 부호를 붙이고 있다. 지난 5년 사이에도 3단 분리형의 KN-08을 2단형으로 변형하여 길이를 줄이고 탄두의 탑재 공간을 확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KN-14형이 2015년 가을에 공개되기도 하였다. 굳이 지난 4월 열병식에서 공개된 고체연료형으로 추정되는 ICBM 2종을 추가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김정은 시대에 북한의 ICBM급 탄도미사일 개발은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점진적인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렇듯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도 현재까지 북한이 ICBM급 탄도미사일의 능력을 직접적으로 증명한 적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북한의 ICBM 개발 수준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우리가 장거리미사일로 명명하고 있는 은하3호(2012년)와 광명성호(2016년) 발사를 비롯하여 ICBM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들(엔진, 단분리,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이 수많은 시험발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보되어 왔던 것처럼, 화성12형의 시험발사 결과가 ICBM 개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지대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화성12형의 개발과정이 향후 북한의 ICBM 개발에 기술적으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 을 것인지 전망해 보기로 하였다.

화성12형의 개발 및 시험발사 과정 분석

화성12형의 시험발사가 있었던 2017년 5월 14일 부터 시간을 되돌려 화성12형의 개발과정을 살펴보면, 북한은 1개월 전인 4월 15일 열병식에서 화성 12형을 최초로 공개하였다. 이보다 약 1개월 앞선 3월 18일에는 화성12형에 사용되는 고출력 엔진의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하였다고 발표했다. 북한에서 3.18혁명엔진으로 불리게 된 화성12형의 고출력 액체연료 엔진은 2016년 9월 20일에 공개된 주 엔진에 보조엔진 4기를 추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3.18혁명엔진이 지상 분출 시험 공개를 통해 등장한지 2개월 만에 화성12형에 탑재하여 비행시험에 성공한 셈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첫 비행시험을 김정은이 참관했다는 것이다. 회의석상에서 잠시 졸았다고 숙청되곤 하는 김정은의 공포정치 하에서, 실패할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을 누구 보다 잘 아는 미사일 개발자들이 김정은을 새벽부터 불러내서 도박과도 같은 첫 비행시험을 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1회 이상의 사전 시험을 반드시 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3월 18일부터 5월 14일 사이의 북한의 시험발사를 분석해 보는 것은 화성12형의 실체에 접근하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의 특성을 이 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4월 위기설’ 이 돌던 시기에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는 국제사회의 촉각을 곤두세우기에 충분하였고 대부분 한・미・일 정보당국에 의해 즉시 언론에 보도되었다. 합참 등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3월 18일부터 5월 14일 이전까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4월 5일, 16일, 29일 등 총 3회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에 최소한 1회 이상이 화성12형의 사전 시험발사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5월 14일 의 ‘ 1호 행사’와 가장 가까웠던 4월 29일의 시험 발사는 최소한 본 행사를 앞둔 사전 리허설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날은 2분 정도 비행하다가 최대 고도 71km에서 공중 폭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이날의 시험발사에 대해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실패한 시험발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4월 29 일의 시험발사를 5월 14일 ‘ 1호 행사’ 의 사전 시험 발사였다고 가정하면, 2분 정도의 비행으로도 충분한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에서 실패의 주요 원인은 발사 직후의 엔진 이상이나 동체의 비행 불안정인 경우가 많다. 화 성12형이 1단 엔진만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엔진의 점화와 초기 비행을 시험하기에 고도 71km는 부족하지 않았을 것으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자들은 판단했을 수 있다.

반면, 4월 16일의 시험발사는 발사 직후에 폭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의 시험발사가 화성12 형의 사전 시험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발사 장소도 4월 29일이나 5월 14일과 달리 동해에 근접한 신포 일대였다. 4월 5일의 시험발사도 16일과 동일한 곳에서 이루어졌었다는 점에서 두 시험발사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런데 4월 5일의 시험발사에서는 고도 189km에 사거리 60km 정도 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이동식이 아닌 고정식 발사대에서 발사된 점이다. 북한이 공개한 대부분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이동 식발사대(TEL)에서 이루어졌다. 적어도 김정은 시대 들어 공개된 것 중에서 5월 14일 발사된 화성12 형만이 유일하게 고정식에서 발사되었다. 5월 14 일 이후 발사된 북극성 2형이나 스커드-ER 개량형도 모두 TEL에서 발사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4 월 5일 시험발사가 특이하게 고정식 발사대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화성12형의 시험발사였을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다. 만일 4월 5일의 시험발사가 화성 12형을 위한 것이었다면 언론 등에 보도된 것처럼 과연 실패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가정에 가정을 더하는 가설에 불과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추론을 통해 지난 4월 한 달간 발사된 세 번의 미사일 들이 모두 화성12형(KN-17)이었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하나의 시나리오로 정리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북한 화성 12형 시험발사 시나리오(사진=한국국방연구원)

상기 일련의 화성12형 시험발사 경과를 살펴보면, 지난 4월 세 번의 시험발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김정은이 현장에 참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은 전(前) 날의 성과를 대대적으로 선전하였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실패한 것은 보도하지 않으면서 성공한 것은 잘 포장하여 이튿날 공개하고 있다. 2017년 시험발사에서 일요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도 이튿날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기 때문에 전날의 시험발사 성과를 이슈화하려는 목적 때문일 수 있다. 

최근의 화성12형과 북극성2형(최초 및 두 번째)의 시험발사가 모두 일요일에 이루어진 것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높은 확률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4월 16일에 실패한 시험발사도 일요일에 이루어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 월 15일(토) 태양절 열병식에서 화성12형을 처음으로 공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월요일 (17일)에 대대적으로 선전하기에 16일(일)의 화성 12형의 시험발사 성공은 좋은 이슈가 될 수 있었는 데 실패하고 만 것이다.

한편, 4월 5일과 16일에는 동해안에 근접한 신포 인근에서 시험발사함으로써 첫 시험발사의 위험성을 고려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4월 16일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29일의 시험발사가 내륙의 북창 일대로 옮겨서 이루어진 것은 화성12형에 대한 기술적인 자신감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무리를 해서라도 내륙에서 쏘아 올려야 하는 이유가 별도로 있었을 것이다. 김정은이 참관하기 좋은 장소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김정은이 SLBM 시험발사를 참관하기 위해 신포에 갔던 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논리가 빈약하다. 

사실 4월 16일에 김정은이 신포에서 화성12형의 첫 시험발사를 참관했는지는 알 수 없다. 4월 17일 자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16일에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 축하연에 참석한 것으로 보도했지만 정확한 시간대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은이 신포까지 다녀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4월 한 달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둘러싼 경과가 내포하는 몇 가지 함의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 4월 위기설’ 이라는 한반도의 긴장 상황에서도 사거리를 의도적으로 축소하기는 했지만 ICBM급 탄도미사일의 능력 과시를 서둘렀을 가능성이 있다. 화성12형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는 초기의 평가와 달리 ICBM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평가가 많다. 즉, 최근 ICBM 시험발사를 운운하는 북한이 외부로부터의 압박이나 국제사회의 경고에 귀기울여가며 ICBM의 시험발사 여부를 저울질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급적 선전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발사시기를 조율할 수는 있을지언정, ICBM 시험발사가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라는 추상적인 경고나 중국의 원유공급 축소와 같은 제한적인 경제제재로는 북한이 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탄도미사일 개발에서 배치(전력화)까지의 속도가 빨라졌다. 엔진의 지상 분출 시험(3.18.) 이 후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아 화성12형에 실어 비행시험에 성공(5.14.)한 것은 탄도미사일 개발을 경험했던 국가들이 보았을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김정은은 북극성 2형을 단 두 번 시험발사하고는 실전배치를 지시하였다. 기존에 ICBM을 개발했던 국가들과 달리, 북한은 엔진시험에 몇 번 성공하면 바로 비행시험하고, 비행시험도 성공하면 실전 배치를 시도하고 있다. 일단 열병식에서 공개한 다음에 시험발사하는 북한식의 미사일 개발 형태를 두고 서구식 잣대를 들이대면 항상 과소평가할 수 밖에 없다. 미국이나 구소련처럼 수십 수백 번의 시 험발사는 전방위 대북제재로 압박받고 있는 북한에게는 사치이며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단 1회의 시험발사만으로도 ICBM을 배치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셋째, ICBM용 1단 엔진의 비행시험을 최소 2회 (4.29. 및 5.14.) 최대 4회(4.5/16/29. 및 5.14.) 실시하여 1회(4.16.)를 제외하고는 기술적 목적을 달성했을 가능성이 있다. 화성12형에 탑재된 3.18혁 명엔진은 ICBM과 위성발사용 발사체에 모두 사용 될 목적으로 개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화성12형의 시험발사 결과는 북한이 주장하듯이 신형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화성12형) 개발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신형 대륙간탄도로켓(ICBM)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김정은이 2017년 신년사에서 ‘ ICBM 완성 임박’ 을 언급하고 6개월이 지나지 않아 노동신문에서 ‘ ICBM 시험발사 임박’ 을 다시 경고하고 나선 기술적 배경에는 지난 화성12형 개발과정에서 축적된 3.18혁명엔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4월 5일부터 5월 14일 까지의 시험발사가 모두 화성12형 시험발사였다고 가정하면, 여기에 사용된 3.18혁명엔진은 4번의 비행시험 중 최대 3회 성공하여 최소 75%의 신뢰성을 갖춘 것으로도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액체연료 엔진을 비롯한 ICBM의 각 구성품들이 오랫동안 준비 되어 왔기 때문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특성상, ICBM의 비행시험이 성공할 경우 지체 없이 실전배치 수순에 돌입할 수도 있다.

화성12형의 시험발사 결과에 대한 기술적 분석

북한이 화성12형을 시험발사한 정치적 목적이 ICBM 개발능력을 과시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출한 것이라면, 기술적으로는 ICBM에 사용될 액체연료 엔진의 비행성능 시험이 주요한 목적이었다고 판단된다. 핵실험과 달리, 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 결과는 비행 궤적, 속도, 대기권 재진입 여부 등을 한국・미국・일본이 보유한 정밀 탐지・추적 기술로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경쟁적으로 탐지결과를 공개함으로써 가능해진 면이 없지 않다.

또한,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결과를 자세히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주장, 공개된 사진과 영상, 탐지된 신호정보 등을 비교하면서 비로소 입체적인 분석이 가능해졌다. 북한이 주장한 내용과 공개된 영상정보 또는 탐지된 수치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이번 화성12형은 발사 전・중・후의 모든 과정이 고해상도 사진과 영상으로 전면 공개되면서 미사일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가 계속 공개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을 진단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고는 화성12형 의 아직 풀리지 않는 몇 가지 의문점들에 대해 기술적인 분석을 시도함으로써 북한의 ICBM 개발을 전망해 보았다.

【의문점 ①】: 축소된 사거리

실제로 발사된 사거리와 화성12형의 제원으로부터 산출된 최대 사거리의 차이가 크다. 시험발사 직후 일본 방위상(장관)이 발표한 최대 고도와 사거리는 북한이 하루 뒤에 공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의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미사일은 최대 고도 2,111.5km에 사거리 787km를 비행한 것이다. 북한은 주변국을 의식하여 고의적으로 고각(lofted)사격을 했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을 최대 사거리 궤적으로 환산하면 4,000~ 5,000km의 비행이 가능할 것으로 국방부는 판단하 였다.

그러나 북한은 북극성 2형을 추가발사(5.21.)한 이후 『조선중앙통신』 발표(5.22.)를 통해 화성12형의 잠재적인 사거리가 하와이까지 도달할 수 있는 약 7,500km 이상임을 시사하였다. 국방부는 5월 14 일 시험발사 결과에 기초하여 평가한 것이고, 북한은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단 추가 및 표준형 탄두 탑재시 고려)를 발표함으로써 사거리의 편차가 발생한 것이다.

지난 열병식에서 공개된 화성12형의 사진과 5월 15일자 『노동신문』에 공개된 사진은 거의 동일하다. 열병식에서 보여준 사진들이 대부분 대각선 방향에서 촬영된데 반해, 시험발사 과정에서 공개된 정면과 측면 사진들로부터 미사일에 대한 보다 정확한 분석이 가능해질 수 있었다. 화성12형의 직경은 1.6~1.7m, 길이는 17~19m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 3월 18일 시험했던 액체연료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며, 만일 탄두의 중량이 500kg 정도라고 가정하면 기존 미국이나 러시아의 ICBM 제원과 비교하더라도 화성12형의 외형상 제원은 ICBM 분류기준인 5,500km를 능가하여 6,000km 이상은 충분히 비행이 가능한 수준이다. 북한이 고의적으로 사거리를 축소한 것이라면 정치적 또는 기술적으로 의도한 바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정치적으로는 북한이 언급한 대로 주변국을 자극 하지 않기 위함일 수 있다. 여기서 북한이 가장 자극 하지 말아야 할 주변국은 필경 미국일 것이다. 4월 위기가 지나고 새로운 국면 전환을 기대할 수 있는 지금,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보여주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비록 자신들의 협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할지라도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감수해야만 했을 것이다. 즉, 협상력은 높이면서 미국의 제재는 회피하는 수준에서의 도발로 선택한 것이 ‘사거리를 축소한 ICBM 급 탄도미사일의 능력 현시’ 였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러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면서 동시에 필요한 미사일이나 탄두의 성능을 시험하는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 대형 중량핵탄두’ 를 탑재 함으로써 탑재량(payload)과 사거리의 trade-off 관계를 이용하여 사거리 축소와 ‘ 대형 중량핵탄두’ 실험의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문점 ②】: ‘대형 중량핵탄두’ 탑재

2016년 3월 공개된 표준화된 핵탄두는 외형상 직경 70~80cm, 중량 약 500kg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기폭에 필요한 전원장치로 추정되는 원반형 물체도 공개되었다. KN-08의 재진입체 중간 부분보다 앞부분에 배치된 모습이 흐릿하게 공개되었는데, 원반형 물체가 앞쪽에 있고, 이어서 구형(球 形)의 핵탄두가 배치되는 형태였다. 화성12형의 재진입체 형상은 2016년 당시 공개되었던 KN-08과 비슷하다. 만일 ‘ 대형 중량핵탄두’ 의 직경이 90~ 100cm 정도라면 핵탄두를 재진입체의 중간지점에서 다소 뒷부분(미사일을 수직으로 세울 경우 아랫 부분)의 공간이 넓은 지점으로 배치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이보다 큰 핵탄두라면 재진입체가 아 닌 로켓 몸통에 탑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로부터, 로켓 몸통과 재진입체의 연결 부분에 PBV(Post Boost Vehicle, 북한이 말하는 ‘ 전투조종부’)이 부착되어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열병식과 5월 14일 화성12형의 공개된 사진들로부터, 로켓 몸통과 탄두부 연결 부분에서 PBV용으로 추정되는 액체연료 밸브가 발견되었다. 또한, 재진입체 중간 지점에서 원격자료전송용 안테나가 부착된 것이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전체적으로 핵탄두 관련 부품(전원장치, 핵탄두 등)의 위치가 재진입체의 뒷부분으로 밀려나고 원래 핵탄두 탑재 위치에는 원격자료전송용 장치가 탑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직경이나 외형이 증가한 ‘ 대형 중량핵탄두’ 는 단순히 핵분열 물질의 양을 늘려서 위력을 증대시켰 다는 의미는 아닐 수 있다. 2016년 1월의 4차 핵실 험 이후에 발표된 성명에서 시험용 수소탄을 언급한 후 2개월이 지난 2016년 3월에 공개된 모형을 가리켜 표준화된 핵탄두라고 북한은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이 수소탄일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미국이나 구소련이 개발했던 수소탄의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으며, 핵분열 반응이 만들어 낸 고온고압의 상태로 핵융합을 발생시켜야 하므로 핵분열 장치와 핵융합 장치가 결합된 형태를 갖추어야만 한다. 따라서 북한이 주장하는 ‘ 대형 중량핵탄두’ 가 수소탄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핵융합 장치가 추가된 핵탄두를 의미할 수도 있다는 추정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굳이 직경이 크게 증가할 필요는 없이 다소 길이만 증가할 수도 있다. 화성12형의 재진입체의 형상이 길게 변형된 원뿔형(Tri-conical, 젖병 모양)이란 점에서 잠정적으로는 수소탄 1발을 탑재 할 공간이 부족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 대형 중량핵탄두’ 를 IRBM에 탑재한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설명한 것처럼, 북한이 화성12 형의 현재 능력으로 공격 가능한 목표의 한계는 분명하다. 시현된 최대 사거리는 4,000~5,000km 정도이고, 이보다 조금 길다고 해도 ‘ 대형 중량핵탄두’ 를 탑재하고 하와이의 태평양사령부까지는 도달 하기 어려울 수 있다. 

화성12형이 IRBM에 머물 것이라는 성급한 판단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에 있다. 화성12형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한 지상목표가 괌이나 하와이 정도라면 표준형 핵탄두로도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 즉, ‘ 대형 중량핵탄 두’ 를 화성12형에 탑재하여 시험했다는 것은 현재의 재진입체의 형상을 유지한 채 여기에 ‘ 대형 중량 핵탄두’ 를 탑재하여 미 본토처럼 보다 고가치 표적에 대한 핵공격 능력을 갖추겠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할 수 있다. ICBM급으로의 사거리 연장 가능성을 염두에 둔 시험발사였을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의미이다.

【의문점 ③】: 재진입체 외부에 (원격자료전송용) 안테나 노출

화성12형의 공개 사진을 보면, 대기권 재진입시 온도가 수천℃까지 상승하는 재진입체 외부에서 안테나로 추정되는 물체가 식별되었다. 통신 수단이라면 재진입체 뒷부분에 설치해도 되는데 재진입체 측면에 설치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아무리 시험발사 목적이라고 해도 재진입체에 영향을 줄 수 도 있다는 점에서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재진입체의 형상이 고속재진입에 사용되는 원추형이 아니라 젖병 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압력충격파가 안테나 부착 부위에는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음으로써 안테나에 가해지는 온도와 압력이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일단, ICBM에 사용되는 화학적 삭마(융제, ablation) 방식을 적어도 IRBM에는 적용하고 있지 않다 는 것을 말해준다. 화학적 삭마란, ICBM급 탄도미사일의 재진입 시 형성되는 6,000~7,000℃ 이상의 고온고압 조건에서 재진입제 외피가 열을 흡수하여 공기 중으로 날아감으로써 탄두를 보호하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재진입 기술이다. 화학적 삭마 방식은 재진입체 외피가 깎여 나가기 때문에 여기에 안테나를 설치할 수는 없다. 화학적 삭마를 적용할 경우 원추형 외관을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진입 간에 균등하게 삭마가 이뤄지도록 재진입체를 회전시켜야 한다. 그런데 외부에 돌출된 안테나가 부착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안테나가 대기권 재진입 간에 정상 작동했는지도 알 수 없다. 발사 후부터 대기권 재진입간 공기 밀도가 높아지는 일정 고도까지는 정상 작동이 가능하지만 최소한 공기밀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고도 30~60km 부근에서 온도가 급상승하면서 작동이 멈췄을 수 있다. 하지만 안테나의 신호가 멈췄다고 해서 재진입에 실패했다고 보는 것도 잘못이다. 반면, 사진으로 공개된 30분 11초(원격자료전송시간)라는 정보만 가지고 재진입에 성공했다고 보는 것도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정확한 비행거리를 알 수 있어도 원격자료전송신호(telemetry)의 발신 시점을 알 수 없으면 탄착 직전의 몇 초 동안 진행되는 재진입시에 신호가 수신되었는지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개발 중인 ICBM에 화학적 삭마 기술을 적용할 것인가? 만일 IRBM의 재진입체에 가해지는 최대 상승 온도가 3,000~4,000℃ 정도라면 이론적으로 여전히 화학적 삭마 현상 없이 버틸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할 수 있지만, 4,000℃ 이상은 화학적 삭마를 활용하여 탄두를 보호하는 융제기술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과연 북한이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게 될 것인가? 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대기권 재진입시 급격하게 온도가 상승되는 30~60km 고도 이상에서 핵EMP 형태로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ICBM에 필요한 화학적 삭마 현상에 기반한 고속재진입 기술이 없다고 해서 ICBM의 개발이 요원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최악의 상황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안보적 관점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ICBM 재진입체의 낙하 속도(마하 20~24)를 재진입 당시 IRBM 수준(마하 15~20)으로 감소시키면 굳이 화학적 삭마를 일으키지 않고도 재진입이 가능해진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ICBM의 고속재진입 기술에 북한이 그리 집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화성12형에 기반한 ICBM 개발 및 시험 발사 가능성

2012년 최초로 공개된 KN-08의 재진입체와 화성 12형의 재진입체의 형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길이도 거의 비슷하다. 다른 점이라고는 로켓의 몸통뿐이다. KN-08이 3단이고 화성12형이 1단이라는 점과 직경이 2m에서 1.6~1.7m 정도로 축소되었다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서 화성12형의 직경을 조금 늘리고 2단 엔진을 추가로 탑재하면 KN-08은 현실화된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화성12형의 엔진(3.18 혁명엔진)이 KN-08의 1단 엔진으로 사용되기 위해 추가적인 성능향상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화성12형에서 1단 엔진만으로 높은 추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에 KN-08에서는 2단과 3단 엔진이 추가될 경우 1단 엔진에게 요구되는 추력은 직 경을 조금 늘리더라도 크게 변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 대형 중량핵탄두’ 는 화성12형에 적합한 핵탄두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다른 탄도미사일(예를 들어, KN-14, 고체연료형 ICBM 등)에 탑재할 계획인 ‘ 대형 중량핵탄두’ 의 대기권 재진입간 안정성과 같은 시험을 이번 화성12형 시험발사 과정에서 별도로 실시한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 대형 중량핵탄두’ 의 재진입 시험결과로부터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핵탄두의 성능개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과 이 핵탄두는 다른 탄도미사일체계에 탑재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가지 별개의 시험(ICBM의 1단 엔진 시험과 대형 핵탄두의 재진입 시험)을 화성12형의 시험발사를 통해 동시에 해결한 셈이다. 

‘ 대형 중량핵탄두’ 가 수소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의 핵능력 향상에 이번 시험발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화성12형의 시험 결과를 가지고 ICBM을 개발한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예측이 가능하다. 즉, 북한의 액체연료 엔진 기반 ICBM 개발 옵션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화성12형, 2단 엔진+표준핵탄두 탑재형】: 화성 12형 로켓 몸체의 윗부분을 2단 엔진과 추진제로 채우고, 북한이 말하는 표준화된 핵탄두를 탄두부(재진입체)에 탑재하는 것이 원래 화성12형의 제대로 된 모습이라 판단되며, 탑재중량 500kg에 최대 사거리 7,500km 이상의 ICBM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다. 미 본토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아닐지라도 북한이 조선중앙통신(5.22.)에서 언급했듯이 하와이나 알래스카에 대한 공격 능력은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KN-14와 유사한 형태로 화성12형 변형】: 화성 12형의 직경(1.6~1.7m)이 화성13형(2012년 공개 된 KN-08과 2015년 공개된 KN-14의 직경 2m)에 비해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직경을 늘리는 것은 기술적으로 쉽게 변경 가능하므로 직경을 2m로 늘리고 2단 방식으로 변경한 다음 재진입체 부분을 뭉툭하게 바꾸면 바로 KN-14와 동일한 모습이 된다. KN-14의 탄두부에는 그야말로 ‘ 대형 중량핵탄두’ 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며, 탑재중량 1t에 최대사거리 1만km 이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핵탄두의 형상을 다탄두(MRV나 MIRV) 방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핵탄두 탑재공간의 확보와 탄도미사일의 능력을 갖춘다는 점에서 가장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KN-08에 화성12형 1단 엔진 적용】: 2012년 공개된 3단 방식의 KN-08에 화성 12형의 1단 엔진을 적용하는 것으로, 탑재중량 500~750kg에 최대 사거리 1만2천km까지 구현 가능한 ICBM을 개발하는 것이다. 3단의 직경이 1.5m 정도로 작지만 ‘ 대형 중량핵탄두’ 의 탑재도 가능하다. 하지만 표준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3.18혁명엔진을 1단 엔진으로 한 3단 분리방식으로 미 동부지역까지 공략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추정 된다.

화성12형의 시험발사 결과만으로 무수단 미사일의 개량형 정도로 평가하는 것은 화성12형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없게끔 한 북한의 숨겨진 의도를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6년부터 연속해서 미사일 발사에 실패하던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능력을 과소평가한 결과가 화성12형 개발의 시간을 벌어준 것처럼, 북한의 ICBM 개발능력에 대한 과소평가는 북한에게 미사일 개발의 시간만 벌어줄 수도 있다. 분명하게 화성12형의 시험발사는 ICBM 개발과 관련된 심각한 도발이며, 수소탄 개발에 필요한 대기권 재진입 시험을 병행했고 부분적으로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음 시험발사는 새로운 탄도미사일을 등장시킬 수도 있지만, 만일 화성12형을 이용한 도발이라면 화성12형 원래의 능력(2단 엔진에 표준형 핵탄두 탑재형)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ICBM 개발 수순에 따라 1단 엔진 시험에 성공했으니 2단 엔진 시험까지만 보여 줄 수도 있다. 표준 핵탄두 모형을 탑재하고 고각으로 발사한 다음 단분리하고 2단 엔진이 점화되어 어느 정도 비행한 후 자동으로 폭파시키는 것이다. 당연히 최대사거리를 시현한 것이 아니고 공중에서 폭파되었으니 실패라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북한이 굳이 ICBM을 1만km 이상 발사하여 강력한 압박에 봉착하는 것보다는 능력만 보여줌으로써 억제력을 달성하고 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는 점 에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이다. 이번 시험발사를 포함하여 향후 일련의 ICBM 개발과 관련된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미국과 우리 정부는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지,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여 한・미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조율해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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