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는 미국과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협상용’일 가능성"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사회적 비용 등을 높여 북한 국가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지만 북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도 끼쳤다고 분석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14일 "북한에 대한 제재가 길어질 수록 물자 부족과 밀수의 증가 등으로 국가 시스템은 망가질 수밖에 없다"고 VOA에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연료 부문에서 북한이 느낄 아픔이 클 것“이라며 "원유와 정제유 유입을 제한한 유엔 안보리의 조치 때문에 북한 정권은 연료를 최대한 아껴서 사용하겠지만 비축분이 바닥나기 시작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선박간 환적 방식을 통해 정제유를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방식은 조달 비용을 높인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교수는 "각종 부품을 조달하는 문제도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의 고통을 깊게 할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기계에 들어가는 컴퓨터 전자장치나 전기 부품 등 소모성 제품들이 독일, 프랑스, 중국 심지어 미국에서만 생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사례를 들었다.
이어 북한 내에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들을 예로 들면서, "이 차들은 언젠가 부품을 교체해야 할 시기가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부품들을 ‘밀수’라는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부품의 가격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 북한의 고통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브라운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가 길어질수록 밀수를 포함한 북한의 ‘비공식 무역’은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다만 "이 경우 북한 정권의 통제력이 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도 "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 내 ‘경제적,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제재를 회피할 방법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물자 조달 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제재가 없다면 지금처럼 여러 방법을 동원해 물자를 확보하려는 노력도 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비용도 저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의 대외 무역 의존도가 지난 몇 년간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은 북한 경제가 제재에 더욱 취약한 구조가 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뱁슨 전 고문은 그러나 "제재가 북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도 끼쳤다"고 분석했다.
북한 정권은 내부적으로 소비재 품목과 경공업 산업 발전을 장려하기 위해 제재라는 현실을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중국 등이 만든 제품들과 질과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외쳤는데, 실제로 어느 정도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런 노력들이 직업을 창출하고, 외환 시장을 안정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뱁슨 전 고문은 북한이 원유 제재에 대응해 ‘석탄가스화(Coal Gasification)’ 기술을 지난 몇 년 간 발전시킨 것 또한 제재가 북한 사회에 끼친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했다.
석탄가스화는 석탄을 고열로 기체화해 합성 가스를 만드는 기술로, 천연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거론 선임국장은 북한의 가중된 고통이 제재 완화 요구로 이어졌다는 일각의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스탠거론 국장은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렵긴 하지만 북한의 원화 대비 달러 가격과 원자재 비용이 대체적으로 안정돼 있다”며 "제재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아울러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하는 물품의 양은 월별에 따라 30~40%가 줄었을 뿐이며, 이는 북한이 여전히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스탠거론 국장은 “제재가 강한 영향을 끼친 것이라면, 북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국내 경제에서 물가 변동폭도 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현상은 미국이 제재를 가했던 이란에서 관측됐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북한의 제재 완화 요구는 미국과 한국에 압력을 가하는 ‘협상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스탠거론 국장은 “당장 제재로 인한 고통은 없을 수 있지만 추후 경제적 압력으로 인해 양보를 해야 하는 상황을 전략적으로 막으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