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식 사무총장 "인도적 지원 위해 개성 육로 개방과 달러 송금 보장 필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2018 대북지원 국제회의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카타리나 젤버거 전 SDC 평양사무총장, 다니엘 제스퍼AFSC 옹호사업담당관, 최완규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장, 이주성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정책위원장, 권순신 경기도남북교류협력팀장, 박창일 ‘평화 3000’의 운영위원장(사진=SPN)

‘2018 대북지원 국제회의’ 참석자들이 2일 유엔과 각국 정부에 “인도적 활동에 대한 투명한 규정과 절차를 마련하고 금융채널 개설 등”을 촉구했다.

(사)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경기도, 독일 프리드리히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등은 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대북 인도∙개발지원에 관한 국제회의 참석자 공동성명을 통해 “대북제재가 북한 주민들에게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며 유엔과 각국 정부에 5개 사항을 호소했다.

참석자들은“유엔과 각국 정부는 북한에서의 인도적 활동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물자 전달이 적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또한 인도주의 기관 활동가들의 북한으로의 접근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투명한 규정과 관련 절차를 마련하라”고 말했다.

이어 “유엔 산하기관과 국제기구, 주요 비정부 기관들이 북한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금융 채널을 개설하고, 북한의 인도적 필요를 대북정책의 결정과정에 반영하고, 파악된 인도주의적 요구에 필요한 재정 자원을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북한 측에도“인도주의 지원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증진”할 것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외교적인 진전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필요가 무시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면서 “특히 ‘기존의 ‘최대 압박’이라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북한의 인도적 상황마저도 포함될 수 있는 최근의 변화에 대해 많은 염려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의 인도주의 기관과 활동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제재와 여행 제한이 북한 주민들에게 심각한 결과를 야기할 수 있고,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민 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참석자들을 또 “이제야 관계 정상화에 나선 정부 간의 협상이 제재 조치로 그 동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증폭시키는 여러 제재 조치들이 협상 당사자들 간의 신뢰를 약화시켜 현재와 미래 세대가 새롭게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석자들은 “최근의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 한국의 민간단체들이 대북 인도적 지원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시했다.

참석자들은 “지원이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고 한반도의 미래 세대가 평화 공존을 이루어 나가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면서 “지금과 같은 전환의 시기에 북한 주민들을 위한 활동과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를 위한 활동들에 대해 적절하고 일관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호소했다.

■北내 상주단체 대표들, 서울 회의 참석… “변화된 남북관계 상징”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완규 신한대 탈분단경계문화연구원장은 “과거 평양 상주 국제기구나 민간단체들은 북의 여러 입장을 생각해 서울에서 개최된 대북지원 국제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코랄리 불라우조 EUPS 5 북한사무소장 부부가 참석했다”며 “변화된 남북관계를 상징적으로 반영한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대북지원 활동을 하는 국제기구 혹은 민간단체와 한국 대북지원단체의 관점과 입장의 차이를 강조했다.

최 원장은“국제기구나 국제 민간지원기구는 보편적인 인류애나 인도주의에 입각해 대북지원 사업을 해왔다”며 “어떻게 보면 북한을 동반자나 파트너라는 입장보다는 지원의 대상이라는 측면이 더 강조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의 기본입장은 남북관계의 이중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틀 속에서대북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이번 회의의 소회를 밝혔다.

최 원장은 “국가주의라는 틀에서 보면 북한은 공존공영의 대상이라기보다는 대결과 갈등의 대상,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민족 내부의 틀에서 보면 앞으로 삶을 같이 공유해야 하는 공존과 공영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년간 북한의 변화, 6M으로 요약…“금융채널, 해운사 등 협력사 확보 어려워” 

카타리나 젤버거 전 스위스 국제개발청(SDC) 평양사무총장은 “1993년부터 여러 대북사업을 해왔다”며 “상황은 점진적으로 조금 개선됐지만 인도주의에 대한 북한의 니즈는 대단히 높고 평양과 그 외 지역 간 극심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젤버거 전 사무총장은 “현재 북한 주민들의 식단은 단백질, 지방, 미량 영양소가 부족해 상당히 불균형적”이라며 “벌크푸드 방식의 식량 지원은 더는 필요하지 않고, 임신부나 2세 미만 아동을 위한 보다 전문화된 특별식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필수 의약품과 의약자재도 상당히 부족하고, 의사와 간호사를 위한 훈련도 절실히 필요하며, 오∙폐수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문제”라고 말했다.

젤버거 사무총장은 “지난 20년간 북한에는 크게 돈(money), 시장(market), 휴대폰(mobile), 자동차(motor car), 중산층(middle class) 즉, 크게 ‘5M’이라는 변화가 있었는데, 이제는 청년 세대의 사고방식(mindset)까지 6M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섯 번째 M인 사고방식(mindset)과 관련해“북한의 청년세대는 국가에서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젤버거 사무총장은 대북지원 단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관련해“금융채널도 활용할 수 없고 협력업체나 공급자를 찾기가 어려우며, 찾는다고 해도 선적할 해운사를 찾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어 “제재 리스트가 대단히 길고 포괄적인 내용 담고 있어 제재를 준수하는지 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는 곧 북한 내 파트너기관들이나 수혜자인 주민들과 만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을 의미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AFSC, 40년 대북협력사업 역사상 최초 방북 불허

다니엘 재스퍼 아메리카프렌즈봉사단(AFSC) 옹호사업담당관은 “지난 40년간 북한과 인적교류를계속하며 4개 협동농장과 농업협력을 해왔으나, 올해 대북협력사업을 해왔던 기관으로서 처음으로 방북이 승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AFSC는 2017년 9월 1일 미국 국무부가 미국 여권 소지자의 북한 통과 및 입국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여행제한 조치를 발령했으나 작년 11월과 올해 9월에 면제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2018년 9월이 됐을 때 여행제한 조치를 갱신하면서 면제를 신청했으나 승인되지 않았다.

재스퍼 담당관은 “인도주의적 활동은 수십 년간 북미관계에서 최소 기준선으로 간주돼 왔는데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인도주의적 면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인도지원 활동가들의 방북을 허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북한 비핵화 의지, 두 눈과 귀로 확인… “제재 완화와 해제, 북한 비핵화 촉진”

대북 지원단체 ‘평화 3000’의 운영위원장인 박창일 신부는 “지난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평양에 다녀왔다”며 “핵과 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두 눈과 두 귀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유일적 영도체계국가로서 수령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결심하고 결정하면 당간부뿐 아니라 모든 인민이 일심단결해 그 길을 가게 된다”며 “남북, 북미 관계를 개선해 핵무기 없는 인민들의 삶을 향상하는 데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북한의 입장을 고무하고 진척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 신부는 “북한에서 지금 가장 많이 요구하는 것은 제재 완화와 해제”라며 “일정 부분 북한의 비핵화의 행동에 따라 바깥에서도 제재 완화나 해제를 해나갈 때 북한의 비핵화를 빨리 확실하게 진척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도적 지원 위해 개성 육로 개방과 달러 송금 필요… “정부, 美 정부에 적극 협조 구해야”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은 “국제 NGO나 국제기구의 물자가 중국 다롄을 통해 들어가는데, 미국, 한국, 유엔 대북 제재뿐 아니라 수출통제라는 중국의 제재가 또 다른 문제가 된다”면서 개성 육로를 통한 인도적 물자 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사무총장은 “인도적 물자나 기타 필요한 물자를 이송하기 위해 개성 육로를 무기한 개방해달라고 북측 민화협에 요청했고, 개성 육로를 통해 물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북측과 협의해달라고 국제기구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 육로가 개방되지 않아 중국에서 물자를 구매해서 보내야 하는데 송금 문제가 결정적”이라며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인도적 지원 물자를 구매하기 위해 달러를 송금하려고 해도 국내 은행들이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 때문에 중국에 달러 송금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정부의 승인을 받은 인도적 물자 구매를 위한 달러 송금은 할 수 있게 보장해줘야 한다”며 “인도적 영역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미국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성 육로가 개방되면 인천항- 파주 도라산- 개성을 잇는 새로운 평화의 길이 열리지 않겠느냐”면서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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