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상주 NGO, "北 파트너 기관들, 시간이 지나며 신뢰 형성"

경기도,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2018 대북지원 국제회의'를 공동주최했다.(사진=SPN)

농업∙경제∙식품영양 전문가들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2018 대북지원 국제회의’에서 북한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려면 북한의 농업 부문과 시장의 역할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북한 내 상주하는 NGO인 EUPS 5의 코랄리 불로아조 소장은 북한 파트너 기관과의 협업경험을 SWOT 분석을 통해 공유했다. 

■북한 경제에서 농업과 시장 중요… “저개발국인 北의 영양문제, 농업으로 접근해야”

윤지현 서울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국가총생산이 10% 증가할 때 영양은 5% 개선되므로 영양문제 개선을 위한 직접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영양 문제를 보건의료 문제로 접근하는데 저개발국인 북한에는 농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양 문제를 개선하려면 영양상태보다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으로 농업시스템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GS&J 북한동북아연구원장은 “북한의 농업부문은 경제뿐 아니라 일자리 창설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며 “농업부문이 문제가 생기면 경제 전체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가동률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소와는 달리, 농업부문은 협동농장을 중심으로 농민들이 충분히 고용되며 GDP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20%가 넘기 때문에 농업 부문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권 원장은 “식량 안보를 이야기할 때 생산측면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가용성 △접근성 △이용성 △안정성 등 4가지 측면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용성은 ‘생산∙수입∙지원을 통해 확보된 식량의 합’, 접근성은 ‘수요자가 물리적, 경제적으로 필요한 식량을 획득할 수 있는 정도’, 이용성은 ‘신체적 요구에 맞게 영양가 있는 안전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는 정도’, 안정성은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권 원장은 “배급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일부 특권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배급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하므로 경제적 능력을 갖춘 계층은 과거보다 접근성이 높아졌다”며 “일반 주민의 식량안보는 가용성보다 접근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제재로 인해 북중 교역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져 북한 시장의 활력이 굉장히 많이 떨어졌다”며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소득 자체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옥수수 대신 쌀을 소비하던 주민들조차 쌀을 소비하지 못해 쌀값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급 부문에서 문제가 생기고 특히 소득 감소로 인한 시장 접근성이 저하돼 큰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또 “영양소를 고려한 식품의 질적인 측면에서 영양균형을 이루지 못했다”며 “시장을 통한 식품구입이 배급제도를 대체하면서 취약계층이나 시장 변화에 익숙하지 못한 계층은 식품 이용권에 커다란 제약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연간 550만 톤의 곡물을 확보해야 하나 자체 생산능력이 부족하고, 거의 매년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인해 곡물 생산량의 변동성이 크다”면서 “외화 부족에 따라 수입능력에 한계가 있으며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도 감소해 식량 수입이나 지원 등 외부에 조달하는 식량의 변동성도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섭취하는 식품의 질도 제재로 인해 다소 떨어져 영양 불균형 수준이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홍제환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시장과 영양상태의 연관성에 주목하며 “양강도는 소득 수준 하위 계층이 유난히 많고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에 시장이 덜 발달했다. 시장화가 덜 발달한 것이 영양상태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남북 농업 협력은 시도되지 않았든지 시도됐다가 중단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협력하는 것이 남북협력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강조했다.

■北 상주 NGO인 EUPS 5, SWOT 분석: 北 파트너 기관 역량 강화와 국제 네트워크 편입 목표

코랄리 불로아조 EUPS 5(TGH) 북한사무소장은 북측 기관과의 협력 경험을 SWOT 분석을 통해 공유하며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 파트너 기관들과 신뢰가 형성되고 이들이 국제기구와의 협업에 익숙해지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들이 밤 사이에 바뀔 수도 있으며, 유엔과 일하는 데 더 많은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프로젝트 파트너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지역기관이 후원을 받을 경우 기존 파트너십에 소홀해지는 약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불로아조 소장은 “북한 내 파트너 기관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국제 네트워크에 공식적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불로아조 소장이 분석한 강점은 △시간이 지나며 신뢰 형성 △현장에 있는 북한 전문가의 이동에 공식 제약 없음 △어린이 영양연구소∙농업과학국∙물고기양식국이 국제기구, 특히 유엔과 일하는 것에 익숙해짐 △현장에 대한 EUPS 5의 개입이 정당성 확보 △프로젝트 유지와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 승인 △상층 단위에서도 EUPS 5의 제안 수용 △교육훈련이 하부단위로 이어져 역량강화 등이다.

약점은 △도시 경영성과 조선연로자보호연맹을 제외하고는 기술적 전문성 부족 △ EUPS 5 사무실 접근 불가 △주도성, 사업 제안 능력, 분석적 기술, 비판의식 부족 △프로젝트에 관한 현장 방문만 가능(자원 부족) △지역 단위 지부 미운영 △부처별로 따로 일해 파트너간 협력 어려움 △프로젝트에서 따로 진행된 일들의 파악 어려움 등이다

기회는 △외국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른 업무 방식에 대해 개방성 함양 △스터디 투어 기간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는 기회 제공 △유럽 대학과의 파트너십 기회 △국제 네트워크와의 연계 △스스로 모금을 진행할 수 있도록 파트너 지원 등이다.

위협은 △전문가들이 밤 사이에 바뀔 수도 있음 △전문가들이 무작위로 배정돼 운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음 △유엔과 일하는 데 더 많은 보상이 따르기 때문에 프로젝트 파트너에 대한 관심이 부족함 △지역 단위의 기관이 다른 후원을 받을 경우 기존의 파트너십이 위험해질 수 있음 등이다.

2000년 12월 북한에 사무소를 개소한 TGH는 EUPS 5로 잘 알려져 있다. EUPS 5는 북한 내 상주하고 있는 5개 비영리단체 중 한 곳으로 파견 인력 4명과 북한 인력 1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북한에서 지금까지 3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현재 북한 내 5개 지역에서 물고기 양식 프로젝트 2개, 농업 프로젝트 1개, 노인 보호 프로젝트 1개 등 총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물고기양식 프로젝트는 북한 수산성의 물고기양식국과, 농업 프로젝트는 농업과학대학과 중앙채소연구소와, 노인보호프로젝트는 조선연로자보호연맹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또한, 건설 분야에서는 도시경영성과, 위생과 영양분야에서는 어린이 영양연구소와 어린이기관들과 오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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