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첨단 분야에서의 교류 병행할 필요"

북한연구학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2018 추계학술회의’를 열었다. '지자체 남북교류협력의 과제' 를 주제로 한 기획패널에 참여한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기석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장, 정구연 강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임경훈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장, 정대진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 교수, 최규빈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우평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왼쪽부터)(사진=SPN)

북한연구학회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개최한 ‘2018 북한연구학회 추계학술회의’에서 전문가들이 경기도와 강원도의 사례를 중심으로 지자체의 남북교류협력 구상을 평가하고 다양한 정책방향을 제안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과 유기적 연계 필요…“지자체들, 앞다퉈 경쟁 중”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과거 접경지역 정책은 중앙정부 부처간, 중앙정부와 지자체, 지자체와 지자체, 공공과 민간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그 결과 중앙정부는 부처별로 계획을 입안하고, 지자체들 역시 경쟁적으로 별도의 계획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무책임하게 계획을 던져 놓으면 지방 정부들은 국책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한다”면서 “재정적으로 열악해 국비가 들어와야 자기 지역이 발전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 위원은 “이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것은 남북관계의 경색으로 실질적인 사업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 “향후 남북화해 시에는 주체별로 유기적인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 위원은 “통일경제특구법안이 국회에 지속적으로 제출되면서 접경지역 지자체들은 관련 구상을 구체화해 경쟁적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가 인천(강화)과 개성을 연계하는 발전구상을 제시하자, 김포시는 김포와 개성을 연계한 교류협력단지 구상을, 파주시는 독자적인 통일경제특구 구상을, 연천군과 고양시도 별도의 계획을, 강원도는 설악과 금강을 연계한 구상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 위원은 “기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분담과 유기적 연계 등을 고려해 접경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접경지역, 분단으로 수십 년 발전 지체… “지역이기주의 치부? 주민들 의사 고려해야”

최 위원은 “접경지역에서의 교류협력 역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인데 중앙정부 중심으로 정책이 제안되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식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위원은 “접경지역은 다양한 규제에 노출돼 있어 지역발전이 저해되고 있다”며 접경지역의 저발전 문제에 주목했다.

그는 “접경지역은 분단 이후 남북 간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지역발전의 지체와 개인 재산권 행사의 제한 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피해의식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생태∙환경 등 DMZ의 새로운 가치에 주목한 국토활용 구상일지라도 규제로 인식되면 주민들은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위원은 “분단으로 인해 수십 년간 지역발전이 정체된 지역의 개발 요구를 지역이기주의로 치부하거나, 생태⋅환경과 같은 가치를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접경지역 평화적 이용, 북한과의 협의 필수

최 위원은 또“북한이라는 상대방과의 협의도 고려되지 않았다”면서 “군사적으로 첨예한 접경지역을 평화적으로 활용하려면 북한이라는 현실적 상대방의 입장과 수요에 대한 고려가 필수”라고 말했다.

■ ‘南 자본-北 저임금 노동력’공식 탈피… 첨단 분야 교류 병행-산업적, 경제적 연계 강화

최 위원은 “남한의 자본과 북한의 저임금 노동력이라는 기존 공식에서 벗어나, 첨단 분야에서의 교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위원은 기존의 통일경제특구 구상을 언급하며 “개성공단 자체가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남측으로 데려와 활용하겠다는 구상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외국인 노동자나 불법체류자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하는데, 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하면 ILO(국제노동기구)에서 입장이 우스워질 것”이라며 “북한 노동자들의 값싼 인건비를 활용하겠다는 컨셉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의 ‘조선 노동당 친선방문단’은 2018년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중관춘, 첨단 농업 기술 현장인 농업과학원 등 진일보한 경제개발 현장을 중점적으로 방문했을 정도로 첨단과학 분야에 대한 북한의 관심이 매우 높다.

최 위원은 “노동당 중앙위 7기 3차 전원회의에서 새롭게 채택한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집중’ 등과 관련해 북측의 수요와 관심을 고려하여 특구의 성격과 산업배치 등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한 지역 간 산업적 연계 등을 고려해 남북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고, 그 시너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폐쇄형 특구 아닌 폭넓은 교류 지향해야…“개성공단은 폐쇄형 경제특구”

최 위원은 “기존의 단절된 경계를 넘어 교류협력의 폭과 길이가 대륙까지 확대되는 것을 염두에 둔 구상을 마련해야 한다”며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러시아의 신동방정책, 몽골의 초원의 길 등 동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국가전략을 고려해 남북교류 정책도 기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폐쇄형 경제특구 방식보다는 남북 간 산업연계 등을 통한 폭넓은 교류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성공단은 폐쇄형 경제특구로 운영돼 북한 내부경제와의 연계는 물론이고 남북간 경제적 연계구조를 만드는 것에 실패했다”며 “북한 내부경제가 활성화되는 상황에서는 북한 내부에서 물자를 조달하고 특구 생산제품의 북한 내 판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특구 내 “홍콩과 유사한” ‘남북공동시장’ 개설

김기석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장은 “강원도가 장기적 구상으로 가장 공들인 것은 강원평화특별자치도 구상”이라면서 “특구 내에 경제교류차원의 ‘남북공동시장’ 개설”을 제안했다.

이어 “(남북으로 분단된) 강원도가 군사안보를 제외한 남북관계에 대해 자율권을 갖고 자율적으로 문화, 스포츠, 인도적 교류 등을 해 나가며 점진적 통일모델을 정립하고, 국가 지방분권모델의 확장성을 강화하며 강원도 신성장동력의 추진모델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남북으로 분단된 고성군을 남북일제가 적용되는 특별자치군으로 지정하여 남북과 UN 합의하에 자치권을 인정하고 장기적으로 홍콩과 유사한 준국가적 기능을 부여하며 무비자 왕래를 통한 관광 등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면서 남북공동시장을 개설해 운영해보자”고 말했다.

이어 “북방문화교류센터를 개설하여 공연장, 음식점 등 남북교류차원의 사업들을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면서 궁극적으로 남북고성지역을 금융, 관광, 식품산업, 카지노 등을 포함하는 국제도시로 발전시켜 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강원도는 2017년 9월부터 특별법 기본방안을 마련하고 하고 이를 10월에 ‘강원평화특별자치도 설 치와 평화통일특별자치구 지정 등에 관한 특별법안’으로 최종 마련하여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접경지역 패싱?... “통과지대가 될 우려” vs. “통과론은 ‘망령’일 뿐”

정대진 아주대학교 통일연구소 교수는 “경기도는 통과지대가 되지 않고 중간거점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교류가 활성화하고, 평화생태관광벨트와 서해권 물류·산업 경제 벨트가 구축되면 경기도가 중심이 돼 철도, 물류 여러 헤택을 볼 수 있지만, 일부 해양 자원이 부산항에서 신의주로 바로 이송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기석 원장은 “통과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철도를 만들어 놓으면 수요가 생긴다”며 “ ‘통과론 망령’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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