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종전선언+α’를,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α’를 얻어내고자 할 것”

북한연구학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2018 추계학술회의’를 열었다. '6.12 이후 비핵평화 프로세스 평가와 전망' 기획패널에 참여한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장철운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김준형 한동대학교 교수, 양운철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변상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연구실장, 임재천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왼쪽부터)(사진=SPN)

북한의 2018년 국면전환 상황이 과거 4개의 국면전환 시기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전략이 아닌 전술적 변화만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2018 북한연구학회 추계학술회의’에서 '완전한 비핵화’ 공약 이후 북한의 안보전략 분석과 전망'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실장은 “북한의 외교∙대남∙군사 전략에 큰 변화가 가시화되지 않는데 우리가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크게 평가해 주는 것 아닌가 재고하고, 북한의 정책변화를 잘 간파해 북한의 요구사항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8년 상황, 과거의 국면전환 4개 시기와 유사… “특히 1996-2000년 시기와 유사”

이호령 실장은 “북한이 도발 위주 국면에서 대화 공세의 국면으로의 전환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로 1967~1972년, 1983~1992년, 1996~2000년, 2012~2018년”을 들며 “이 4개의 시기에 도발이 감소하고 대화가 증대해 그래프간 간격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 4개의 시기 모두 북한의 정치∙군사∙경제 상황과 남북∙북중∙북미관계에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해당 국면에서 북한은 공통적으로) 1인 지배체제와 사회통제를 강화하고 헌법을 개정했으며, 도발 국면이 고조되는 시점에 군사전략과 능력 강조를 발표했고, 도발 국면기에 경제개발계획이 실패하고 속도전을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가 북한의 대외환경과 남한의 대북정책 변화와 상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1967∼1972년 닉슨 독트린과 박정희 대통령의 대북정책 변화가 북한의 대남정책 변화를 가져왔고, 1983∼1992년 동유럽 붕괴와 냉전종식, 그리고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 정책과 7.7선언을 통한 남북경협 제안 등이 1990∼1992년 남북대화 국면을 활성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1996∼2000년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첫 남북정상회담을 가져왔고, 2012∼2018년 문재인 정부의 신베를린 구상에 기초한 대화 제의에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석을 시사함으로써 현재 3차례 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를 대화국면으로 급속히 전환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도발 국면에서의 북중 관계는 갈등 혹은 냉각기이고 국면전환기에는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으며, 도발 및 국면 전환시기에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모색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2018년 국면전환을 과거의 국면전환과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이 실장은 2018년 국면 전환이 1996~2000년 시기와 그 이후 국면전환과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 실장은 “(1996~2000년) 한국의 적극적인 대북정책과 북한의 호응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됐고, 회담 전인 5월 북한이 중국을 방문해 회담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고, 중국의 개혁개방 권고에 7.1 경제개선 조치를 취하는 등 북한의 변화가 가시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금창리 지하시설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자 미사일 회담을 비롯해 2000년 조명철 차수가 미국을 방문해 클린턴 대통령을 접견하며 북미 공동코뮤니케를 합의했으나, 이듬해 공화당으로 교체되면서 미국은 대북 강경책으로 선회했다”고 덧붙였다.

■‘완전한 비핵화’ 선언 이후 외교∙대남∙군사전략의 큰 변화 없어

이 실장은 “‘완전한 비핵화’ 선언 이후 외교∙대남∙군사전략의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지난시기 북한이 보여 왔던 국면전환과 ‘전략적 결단’이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북한은 국면 전환기에 군사정책과 조직의 변화를 보이나, 대화국면으로 전환 시 북한군의 능력과 훈련은 정책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라며 "북한이 기본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북한의 대남정책은 남조선혁명을 목표로 대남 혁명전략과 연방제통일을 목표로 한 통일전략의 결합”이며 “북한의 전략적 결단 이후 대남관계 및 통일 정책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국면전환 이후, 북한의 대남전략은 과거부터 주장해 온 ‘우리 민족끼리’, ‘자주통일’에 기초해 6.15합의, 10.4합의,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선언을 이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또 “2018년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하며 선제조치를 취한 것부터 3차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 담은 영변 핵시설 폐기 부분은 모라토리엄과 동결을 담은 2012년 2.29 합의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과거부터 주장해왔던 평화협정 추진이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수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외교전략은 오히려 과거부터 유지해왔던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비핵화 위한 선결조건 리스트 작성 필요

이 실장은 "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과 비핵화 입구 조치가 북미 간 빅딜로 다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북한은 ‘종전선언 + α’를, 미국은 ‘영변 핵시설 폐기 + α’를 얻어내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은 핵∙경제 병진정책의 성공적 추진 덕에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고 한 만큼, 북한의 일방적인 선제조치를 기다리며 약속을 이행했다고 평가할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위한 선결조건 리스트 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그렇지 않으면 결국 북한이 시기별로 변화시켜온 평화협정 프레임 속에 갇혀 ‘선 평화협정, 후 비핵화’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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