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양정상회담에 대한 미국의 시각과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

2018.10.2.

우정엽 (세종연구소)

1. 들어가며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10월 7일 당일치기로 북한을 방문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동시에 이번 방문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만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하여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4일 기자회견을 갖고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통해 북·미 양측은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 비핵화 문제 관련 보다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8월 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전격 취소된 이후 경색되었던 북·미 대화 국면이 9월 중순에 열린 평양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9월 말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가동된 한·미 정상회담, 북·미 외교장관 회동 등을 통해 풀리며 다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시 회담으로 분위기가 잡혀가는 만큼 기대를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나, 우리는 몇 가지 사안을 짚어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현재의 미국은 외교 관계, 특히 대북 정책에 있어서 미국이 단일행위자(unitary actor)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분석해야 한다. 이는 행정부와 입법부, 국민여론 등 국가를 단일행위자로 볼 수 없다는 고전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현재 미국 행정부 자체가 대통령과 관료로 나뉘고어 갈라져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품고 있는 관료집단과 현재의 상황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기대와 전망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인식의 격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9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역시 이 두 그룹이 서로 다른 인식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의 협상을 볼 때에도 이 두 세력 (즉 대통령 대 관료) 사이에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지에 따라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결정될 것이다. 

문제는 이 두 세력 사이에 어떠한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알 수 없으므로 어떠한 최종 결과물이 나오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2차 정상회담을 추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결과물이 보장되지 않는 정상회담을 최대한 막으려는 (혹은 정상회담에서의 결과물을, 즉 비핵화 조치 수준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관료들 사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냐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 등을 포함해 향후 북한 문제 해결의 진척 속도가 결정될 것이다.

2. 남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관련 합의 부분에 대한 미국의 반응

9월 평양 정상회담 이전에는 — 비록 사실인지는 확인이 불가능하나 — 대체로 다음과 같은 논의가 많이 제기 되었다. “중재안의 핵심은 종전선언을 고집하는 북한과 핵시설 신고·사찰 등 비핵화 초기 조치가 우선이라는 미국이 각각 한 보씩 물러서는 순서다. 방북 특사단이 5일 제시한 중재안은 핵시설 신고·사찰에 대한 사전 약속 → 종전선언 → 핵시설 신고·사찰 이행이 골자였다.”[출처: 중앙일보. 2018.9.10]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보도도 있었다.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언론 인터뷰에서 "북측이 핵 시설 리스트를 신고할 용의가 있다고 의사표명을 한다면 종전선언 협상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미국과 협의가 됐다고 본다"며 "특사단이 이를 설득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연합뉴스. 2018.9.6.]

이러한 보도들을 근거로 보면, 우리 정부에서는 종전선언과 핵 리스트 신고 사이에 교환 가능성을 높게 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조야에서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서 핵 리스트 신고 (혹은 신고 약속)와 종전선언을 교환하는 데에 응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고 있었다. 만약, 북한이 우리 주장대로 종전선언과 핵 리스트 신고를 받아들였다면, 미국에서는 그에 대해 협상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었다. 북한은 미국의 상응조치가 종전선언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면서, 우리 정부가 제시했던 종전선언과 핵 리스트 교환을 거부하고 새로운 제안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의 강경화 외교부장관 인터뷰를 보면 강 장관이 북한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북한의 선(先)핵무기 목록 신고 및 검증' 요구를 일단 미룰 것을 미국측에 제안했다고 한다. 또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서 매우 큰 부분이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종전선언과 같은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핵시설을 영구 폐기한다면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는 대단히 큰 도약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과 교환될 것이라고 보던 대상이 핵 리스트 신고에서 왜 영변 핵시설 폐기로 바뀌었는지에 대해 설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 부분이 향후 우리가 미국과 대북 정책을 논의하는 데에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 종전선언과 핵 리스트 교환이라는 우리측의 중재안을 받아들였다면,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료 집단 모두 이를 북한의 비핵화 협상 개시 의사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북한이 종전선언과 영변 핵시설 폐기 교환을 제안함으로써 미국 행정부 내부의 상황 인식이 복잡해졌다. 왜냐하면, 미국 관료들로서는 여전히 실질적 비핵화의 구체적 실행이라고 파악할 수 있는 핵 리스트 제출에는 못 미치는 조치이기 때문에 종전선언 논의에 대해 부정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그러한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 간의 평양 공동선언문 자체에는 ‘사찰 및 검증’이라는 단어가 없음에도 미국은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폐기하겠다는 선언문의 표현을 포괄적으로 해석해서 북한의 '핵 사찰·검증 수용'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는 미 행정부가 우리 정부로부터 받은 메시지에 사찰 및 검증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물론 있지만, 이와 더불어 종전선언과 검증 없는 영변 핵시설 폐기를 교환하는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것을 우려하는 미국 관료들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 최대한 협상의 목표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미 행정부 관료들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함으로써 북한으로부터 핵 리스트를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영변 핵시설에 대한 검증을 기정사실화하고 전면적인 핵 사찰을 압박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개입하는 신고·검증·폐기라는 수순의 ‘제대로 된’ 협상안을 끌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미국측에 전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가 무엇인가 하는 의견이 분분했는데, 미국 국무부 나워트 대변인이 “비핵화 없이는 아무 것도 일어날 수 없다. 비핵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문대통령과 김위원장은 사찰단에 대해 분명히 이야기를 나눴다. IAEA와 미국의 사찰단이 과정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공유된 인식이다“ 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측에 전한 메시지는 ‘북한의 사찰단 수용 의사’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만약, 남북 간에 영변에 대한 사찰이 실제로 논의되었고, 그것이 미국측에게 전해진 메시지라면 앞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는 어떻게 핵 사찰과 검증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3.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

미국에는 7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후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하여 매우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폼페이오 장관의 7월 방북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의 협상 거부로 인해 미국은 앞으로 그와는 협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북한은 종전선언과 북한의 어떠한 조치를 교환하는 것을 논의하는 협상의 형태를 취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미국에게 종전선언을 요구하는 데 그쳤었기 때문이다. 남북의 평양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진전’이라고 파악하는 부분은 적어도 북한이 미국과 뭔가를 상호 교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보인 부분이다.

미국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그가 폼페이오 장관의 대화·협상 상대역(courterpart)가 되기를 희망하였고,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스티브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상대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단순히 ‘카운터파트의 조정’이라기보다는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과 본격적인 “북한 비핵화에 대한 협상”의 틀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폼페이오 장관의 언급에서부터 시작해 그와 리용호 외무상과의 만남, 그리고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의 회담 제의는 모두 이와 같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은 이번 폼페이오의 10월 방북에서 다시 한 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테스트하려고 할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 이미 취한 조치들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믿어주지 않는다고 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지금까지 취한 조치들을 가지고 당장 미국에게 “상응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가지고 있는 대북 불신을 키울 뿐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연 북한이 지난 8월 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하게 만든 상황에서부터 현재 시점까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려 할 것이다. 앞으로 미국이 여전히 핵 리스트 신고를 전제조건으로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이번 방북에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기정사실화하고, 영변 핵시설 폐기 및 검증과 그에 대한 상응조치 교환을 논의할 것인지 아직은 미국의 입장이 불확실하다.

미국은 북한이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임할 의사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할 텐데, 조만간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했을 때 김영철 부위원장이 아닌 리용호 외무상이 그의 카운터파트로 나오게 된다면,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보다 진전된 태도로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더해 폼페이오 장관이 제안한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등 북한 외무성 소속 카운터파트 간의 북·미 실무급 회담 개최에 북한이 동의한다면 미국은 보다 더 높은 평가를 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 예상은 언제나 쉽지 않다. 더군다나,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거센 소용돌이와 급격한 부침을 거듭 보이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예상이 어렵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방북과 관련해서도 그의 방북이 비교적 빠르게 결정되었고, 또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나기로 했다는 점을 들어 비핵화 합의에 큰 진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심지어 이번에 소위 ‘빅딜(big deal)’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까지도 나온다. 이번 방북을 비교·가늠할 수 있는 과거 사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사례들이 유일하다.

그런데 올해에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이벤트는 모두 합쳐 네 차례 있었다. 그 가운데 세 차례는 방북이 실제 이루어졌고, 한 차례는 막판에 취소되었다. 그 중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던 두 차례는 모두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이전이었고, 주된 내용은 북·미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조율과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이었다. 김정은 위원장 면담이 불발된 세 번째 방북은 미국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협상 진전을 목표로 한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김정은 위원장도 만나지 못했고,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협상에서 아무런 진전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예정이 없다던 네 번째 마지막 방북은 방북 길에 오르기 전 막판에 취소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보면 이번 폼페이오 장관이 만 하루도 되지 않을 만큼 매우 짧은 시간만 북한에 체류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까지 만나게 된다고 공식 발표한 것을 보면, 이번 방북은 비핵화 협상에 중점을 둔 것이기보다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초점이 맞춰진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것이 장기적으로 북한의 비핵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에는 양국의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비핵화의 구체적 결과물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강하지 않아 보인다. 결국 두 가지 사안이 별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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