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려낸 평양 남북정상회담>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달라진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내용 “이제 미국은 북한과 대화와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분쟁을 뒤 로 하고 이제 과감한 평화를 위한 도약의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되 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5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과감한 평화’라는 긍정 적인 메시지를 전하였다. 특히 과감하고 새로운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밝힌 점이 눈에 띤다.

이러한 발언은 바로 1년 전 에 ‘로켓맨 김정은이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비꼬면서 ‘완전한 파 괴’를 언급한 것과는 180도 바뀐 것이다. 이는 이제 70년이 넘는 오랜 북미 적대관계를 완전히 청산하고 새로운 북미관계를 만들어가겠다는 뜻 으로 해석된다.

유엔총회 연설에 앞서 가진 한미정상회담 직후에 트럼프 대통령은 조 만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폼페이오 미 국 무장관도 10월 초에 평양에 갈 것이라고 발표했고, 유엔총회를 방문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2차 정상회담과 비핵화 후속조치에 관해 논 의하였다. 이것은 이미 수차례 북한과 미국 간의 서한들이 오갔고 물밑 작업이 상당부분 진척이 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비핵화 협상의 분수령이 될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10월 초에 이 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방북으로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리게 되면 회담의 성과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시기가 결정될 것이다. 만약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비핵화 방안에 관해 일괄타결이 이루어지면 북미정상회담은 10월 안에 열릴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추가 고위급회담을 거쳐서 11월 6일 미 중간선거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의 변화를 이끌어낸 남북정상회담 이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이끌어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정부의 운전자 역할이다. 7월초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 때 가진 고위급회담이 사실 상 결렬된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은 8월 23일 폼 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결정으로 회생하는가 싶더니 하루 뒤인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결정으로 위기를 맞았었다.

바로 이 때 우리 정부가 꺼져가는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 기 위해 9월 5일 대북특사단을 파견하였고,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 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비핵화를 완료한다.”는 비핵화 시간표를 얻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리고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구체 적인 일정을 뉴욕 한미정상회담 직전인 9월 18~20일로 확정함으로써 남 북정상회담→한미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한반도 비핵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시켰다. 금년 세 번째 이루어진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는 「9.19 평양 공동선 언」과「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채택하였다.

공동선언의 주요 합의사항은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 △김정은 위원장의 조기 서울 방문 등이다. 이러한 남북간의 합의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특히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첫째는 이번 공동선언에서 처음으로 남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실천조치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 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참관 하에 영구적으로 폐기하고, 미국의 상응조 치를 전제로 영변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며, 그 이후의 완전한 비핵 화 추진에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하였다. 이것은 북한이 기존의 태도를 바꿔 한국을 비핵화의 당사자로 인정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둘째는 남북한 군사적 긴장완화를 제도화하여 비핵화를 촉진하게 되었 다는 점에 있다.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에 있는 북한이 비대칭전력의 우 위가 사라질 것을 우려해 한반도 비핵화에 주저할 수 있었다. 설사 비핵 화를 진전시킨다 하더라도 북한은 군사력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재래식 군비강화에 매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한반도는 핵전쟁 위협 에서 벗어나더라도 재래식 전쟁 위협은 더 커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앞서 이번에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재래식 전쟁의 위협을 제거한 조치는 비핵화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항구적인 평화체제 의 구축을 위해서도 필요한 작업이다.

셋째는 지난 북미정상회담 이후 3개월 가까이 교착상태에 놓여있던 비 핵화의 동력을 되살려 북미 고위급회담의 재개를 성사시켰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행정부와 긴밀한 사전협의를 통해 대북 입장을 조율하 고 정보를 공유했으며, 평양 정상회담 직후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대미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이 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2차 북미정상회담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 북을 이끌어냈다. 폼페이오의 방북과 4차 북미 고위급회담의 쟁점과 과제 이번 평양 공동선언으로 비핵화 문제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기는 했지 만 여전히 타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일방조치를 취했던 것은 이른바 ‘미래 핵’으로, 핵미사일 시험의 중단과 핵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폐쇄와 같이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포기하는 조치를 가리킨다.

현재 핵은 남북정상회담의 평양 공동선언에서 영변핵시설들에 대한 신고와 검증을 통한 폐기를 약속하면서 해결의 방향이 정해졌다. 이제 쟁점이 되는 부분은 영변핵시설 이외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현재 핵’과 아직 북측이 입장을 공개하지 않은 ‘과거 핵’이다. 먼저 영변핵시 설 외에 강선 지역에 고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인 원심분리기의 존재가 의 심 받고 있다. 아직 거론되지 않은 부분은 바로 ‘과거 핵’이다. 북한은 미국이 주되게 관심을 갖고 있는 핵·미사일 및 제조시설과 같은 ‘과거 핵’에 대해서는 명확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기본입장인 ‘단계적 동시행동적 조치’라는 접근법에서 보면 ‘과 거 핵’에 대해서는 일단 ‘현재 핵’을 마무리 짓고 다음 단계로 조치를 취 하겠다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 문제가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최대 걸 림돌로 작용해 왔다. 그런 점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구체적 합의를 이뤄 내지 못한 일부 ‘현재 핵’과 ‘과거 핵’에 대해서는 향후 북미 협의에서 다뤄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비핵화에 관해 충분한 협의를 나눈 것 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김 위원장의 추가 메시지’에 그 내용이 담겨져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까지 논의됐던 쟁점들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를 추정해 볼 수 있다. 우선 김정은 위 원장이 우리 대북특사단에게 밝힌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 비 핵화 완료”가 들어있을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폭스 뉴스에서 특정 시 설과 특정 무기시스템의 폐기를 다룰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볼 때, 영변 지역 외 원심분리기의 신고·검증과 같은 ‘현재 핵’, 그리고 ‘핵무력 일부 의 조기 폐기 논의’와 같은 ‘과거 핵’관련 내용일 가능성이 있다. 이미 개발해서 배치한 핵무기 같은 ‘과거 핵’의 경우 신고와 검증의 순 서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신고·검증의 절차 없이 북한이 자발적으로 일 부를 해체하고 폐기한 뒤 사후에 사찰을 받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6~8개월 내에 60%의 핵무기 폐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져져 있는데 핵무기의 수량을 60%로 규정한 것은 북한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초기 공격능력을 없애는 데 필요한 수량이기 때 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북한이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다가 최 근 들어 일부라도 수용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제4차 북미 고위급회담의 비핵화 의제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말까지 2년간 진행할 비핵화 시간표, 그리고 신고된 핵프로그램 을 검증할 IAEA사찰단의 방북 허용, 조기 폐기해야 할 핵탄두의 수량과 기한, 해체의 주체 등을 예상할 수 있다. 다시 한번 한반도 운전자 역할에 적극 나서야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미국과 북한 간 불신의 골을 메우고 비핵화-안전보장 교환과 관련된 의견 차이를 좁히면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정부는 북미간 협상에만 맡겨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비핵화와 안전보장을 담은 전체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대안을 만들어내는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비핵화 타결을 위한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력의 일정수량을 조기 폐기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하더 라도 폐기의 주체와 반출이 문제가 된다. 핵무력의 폐기는 미국과 러시 아의 입회 아래 북한이 담당하되, 해체된 핵무력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감 시 하에 북한지역 내에 보관하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로써 미 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단계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고, 북한은 완 전한 체제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핵무력의 가역성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 문이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북측의 실질적 비핵화 조 치와 미국 측의 상응조치 사이에 불가피하게 발생할 ‘시간 차’를 잘 관리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이 정확하게 동시에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맞교환하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이 시간 차를 ‘신뢰’로 메워야 한다. 아무래도 북한이 조금이라도 먼저 조치를 취해야 할 가능 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는 미국이 신속하게 상응조치를 취하 도록 설득하고 북측에도 이 같은 내용을 담보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이룩하는 데 한국의 역할이 어느 때보 다도 중요하다.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창의적인 대안 제시와 남북미 3자 틀 속에서의 적극적인 조정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해 내고 항구적 이고 공고한 한반도 평화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서 지속적인 노력을 다 해야만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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