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의의: 정치적 신뢰구축에서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으로'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남북한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해 한반도에서의 전쟁 위험 제거와 적대관계 해소, 남북 교류협력의 증대, 이산가족문제 해결을 위한 인도적 협력 강화, 사회문화 분야에서의 교류협력 추진,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한 노력, 김정은 위원장의 조기 서울 방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이 같은 합의 사항 중 남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의의를 부여한 부분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위험 제거와 적대관계 해소였다. 이를 위해 남북한은 평양에서 「판문점선언 군사 분야 이행합의서」를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했는데, 이 이행합의서는 지상․ 해상․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지,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남북 공동의 작전수행절차 채택, 비무장지대 내 GP 철수, JSA 비무장화, 공동유해발굴,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남북한이 지상에서 군사분계선 기준 남북으로 약 10km폭의 완충지대를 형성하여 포병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중지하고, 서해와 동해에 약 80km 해역을 완충수역으로 지정하며, 공중완충구역까지 설정한 데 이어 우발적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공동의 작전수행절차를 채택한 것은 매우 파격적인 합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한은 또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해 군사 분야 합의서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고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상시적 소통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남북이 이처럼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이중삼중의 확실한 안전장치들을 마련한 것은 한반도에서 다시는 전쟁이 발발해서는 안 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과 올해 남북 정상 간에 형성된 깊은 신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9월 19일 저녁 평양 5․1경기장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 대통령에게 평양시민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한 기회를 준 것은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것 또한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이 평양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다시 한 번 남북한 간의 70년 적대관계 청산을 강조했다. 평양시민들은 남한 대통령의 연설을 직접 들으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실감했을 것이다.

9월 20일 오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백두산에 올랐는데 이는 남북이 모두 하나의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평양 도착 순간부터 정상회담 마지막 날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하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 귀국 후 곧 뉴욕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남북정상회담 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발표한 성명을 보면 북미 간의 입장 차이가 과거보다 좁혀진 느낌을 주고 있지만, 북미 간에는 여전히 현저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므로 한국정부는 앞으로 북미 직접 대화보다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이나 고위급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북미 관계 정상화 문제의 시간표에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올해 서울 방문 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3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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