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남북 군사문제를 통한 남북관계의 역사적 이정표 제시

김동엽(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평양 공동선언 서명 직후 별도로 두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이는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로 채택됐다. 남북관계사에 있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남북군사문제라는 것이고, 그만큼 이행의지도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군사분야 합의서는 전체적으로 6조 22개항이나 행정적인 마지막 6조 2개항을 제외한다면 실질적인 군사 합의는 5개조 20개항으로 구성되어있다.

1조 적대행위의 전면 중지, 2조 비무장 지대의 평화지대화, 3조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의 평화수역 조성, 4조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군사적 보장, 5조에는 군사적 신뢰구축과 합의 이행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1조는 지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 중단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지‧해‧공 모든 공간에서 완충구역을 설정하고 11월 1일부터 구역 내에서의 군사훈련을 중지하기로 하였다.

2조에는 비무장지대를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비무장지대 내 상호 1km 이내로 근접한 감시초소(GP) 철수와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공동유해 발굴과 역사유적지 발굴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합의사항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행 시기와 범위 내용을 이미 북측과 합의하고 실제 이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1, 2조가 바로 이행할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라면 3조 서해 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에 대한 문제는 남북 모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일반적 수준에서 합의가 도출됐다. 4조에서는 남북교류협력 차원에서 동서해 남북관리구역에서의 통행, 통신, 통관(3통)과 철도, 도로 연결을 위한 안전한 군사적 보장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단지 해주 직항로와 제주해협 통과문제, 한강하구 공동 이용에 대해서는 여건 조성 시 공동으로 노력해 해결 방안을 찾아가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5조를 통해 군사적 신뢰구축과 이번 군사합의서 이행을 위해 군사당국자 간 직통 전화를 설치하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다.

합의한 내용 중 이미 이행을 앞둔 구체적인 사항을 제외하고 서해평화수역과 공동어로구역 설정, 해주 직항로와 제주해협 통과문제 등 남북 간에 추가적인 협의가 필요한 문제들은 바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바구니에 담아 대화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심이 집중된 서해 평화수역 조성에 있어 여전히 구역 미설정 등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남북 간 이견차가 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이를 포함해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일반론적인 합의에 그친 사항들까지도 빠짐없이 이번 합의서에 담은 것은 합의에 대한 자신감과 상호 이해의 강력한 의지로 읽을 수 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는 이번 합의서에서 마무리되지 못한 사항들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 가능한 남북간 군사문제와 단계적인 군축문제까지 의제를 확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합의의 확실한 이행과 지속을 위해서라도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 운영이 최우선 선결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이번 합의서의 이행이 생각처럼 쉬운 길만은 아닐 것이다.

완전히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일반론적인 합의사항을 구체적이며 실행 가능한 합의로 이끌어 내기 위해서 남과 북이 넘어야 할 장애물도 많을 것이다. 이미 이행을 약속한 구체적인 합의 역시 우리 내부정치적인 이해와 남남갈등, 유엔사와의 협의 등의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존의 군사합의와 비교해 이번 합의는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을 통해 남북관계의 확대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역사적 이정표를 제시하기 위해 남북간 당면한 군사적 문제 전반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사실 내용적으로는 기본합의서 이후 남북간 이미 합의한 것들뿐만 아니라 군사회담에서 남북이 제안한 것들을 총망라한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현재 진행 중인 문제들이고 65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해 군사적 충돌과 전쟁의 위험 속의 남북 국민 모두의 삶에 평화의 일상화를 돌려주었다.

또한 민족의 공동번영을 위하여 잠들어 있던 남북 군사문제를 깨우고 숨을 불어넣었다 남북군사문제 해결을 앞세워 남북관계와 비핵화, 북미관계가 상호 동행하고 긍정적으로 병행하여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서도 남북관계가 비핵화와 평화체제, 북미관계 개선으로 나아가는데 촉진제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본다. 남북관계와 비핵평화에 있어 군사문제를 앞세우는 선군(先軍)적 발상의 전환이기도 하다.

이번 군사합의서는 판문점 선언의 2조를 좀 더 구체화시켜 나가는데 그치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는 남북간 불가침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종전선언이라고까지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도 ‘평화가 곧 경제’라고 했다.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이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함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은 경제로 평화를 만들겠다는 것보다 평화를 통해 경제발전의 길을 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미 4.27 판문점 선언에도 2조 남북간 군사 긴장완화를 통해 1조 남북관계의 발전을 떠받치고 3조 항구적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여는 열쇠 역할을 하겠다고 되어있다. 평양으로 떠나기 전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함께 군사적 위협과 전쟁 위험을 종식시키는 데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평양공동선언은 남북군사문제 선행을 통해 남북관계가 되돌릴 수 없는 평화의 시대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그린 것이다. 그러나 이번 평양공동선언에 종전선언이라는 언급은 없다. 지난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5.1 경기장에서 15만명의 평양시민을 향해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또한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약속을 지켰다고 본다. 이제 더 이상 주체가 3자냐 4자냐는 이제 중요치 않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을 통해 특히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가 이행된다면 실질적인 종전상태를 만들어가는 기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9월 평양공동선언의 1조는 남북 군사문제이고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가 핵심이다. 우리는 9월 평양에서 수확한 두 개의 역사적인 합의를 통해 지금껏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남북관계의 새로운 길을 가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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