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 vs. 김정은, "신용을 지켜라"

세미나 종합토론에 참석한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 안병민 한국고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김두환 LH 토지주택연구원 국토지역연구실장, 이태호 삼일회계법인 남북투자지원센터장(왼쪽부터) (사진=SPN)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14일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관련해 “과거의 일방적이고 계몽적인 대북구상은 변화하는 북한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상황을 정확히 알고 맞춤형 전략을 만들어야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고 돌아온 이종석 전 장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통일연구원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연 ‘한반도 신경제구상 추진전략 세미나’에 좌장으로 참석해 이러한 문제의식을 환기했다.

이 전 장관은 개소식에 참석한 소감에 대해 “(북한이) 공장 부지를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풀도 깎고 단정하게 해 놨다. 청소하고 내부 수리만 조금 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정세가 좋아지면 남북 경협과 관련한 일체의 논의를 이쪽(연락사무소)에서 할 수도 있다. 북측 상대방에게 접촉하고 싶으면 중국 심양이나 북경을 통하지 않고 공동연락사무소 통해서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만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 전 장관은 “참여정부 때와 북한의 경제 상황이 다르고 경제 의지도 그때와 다르다”면서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북한 경제 성장과 개방 수준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자신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었던 지난 2003년 6월 30일 개성공단 착공식을 회상하며 이러한 문제제기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당시 착공식에서 북한은 ‘개성공단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법률과 주권이 적용되는 지역’이라고 강조하곤 했는데, 이제는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특구 발전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 ‘경제연구’라는 잡지에 '외국 투자를 유치하려면 그 사람들의 입맛에 어떻게 맞춰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 전 장관은 또 “10년 전부터 또는 그전부터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구상에 혹시 관성이 작용하는 것이 아닌가 항상 자기 검열이 필요하다”면서 “ 우리는 '북한에 뭘 해줄까’를 생각하는데 경제개발특구를 왜 만들었고 어떤 형태로 발전시키겠다는 북한 나름의 구상과 전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북한의 실제 경제상황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 보도된 것과 달랐다”면서 “북한 GDP가 전년보다 3.5% 감소했다는 한국은행 통계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중 접경지역 답사에서 중국인 무역상들과 나눈 대화를 언급하며 북한의 변화에 주목했다.

이 전 장관은 “5~6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무역상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은 절대 개혁 못 한다’, ‘화차에 물건을 실어 보내면 물건만 떼어먹는 게 아니라 화차까지 안 돌려준다’고 말하곤 했다”면서 “최근에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이 최근 북중 접경 답사에서 만난 중국인 무역상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해 북한 상인들이 사기도 치고 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용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전 장관은 “’북한에 가면 돈도 떼먹히고 화차도 떼먹힌다’는 이야기를 과거만큼 빈번하게 듣기 어려울 것”이라며 “북한의 상황을 정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김정은 위원장이 권력 정상에 오른 후 북한이 국제 상거래 관행에 근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