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 열병식 평가와 비핵화 협상 전망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

북한이 오늘(9일) 정권 수립 70주년을 기념해 평양에서 열병식을 진행했다. 북한군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뿐만 아니라 중거리미사일도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될 남북정상회담과 향후 북미 고위급회담에서의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협상을 염두에 두고 북한의 타협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북한이 오늘의 열병식에 다시 ICBM을 가지고 나왔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협상 의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제기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어제(8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령 형식으로 장성급 군부 인사를 단행했다. 1991년 12월 김정일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직에 추대된 이후 올해 2월까지 북한은 계속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 형식으로 군부 인사를 단행해 왔으므로 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북한이 이번에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령’의 형식으로 군부 인사를 단행한 것은 ‘당중앙군사위원회 주석령’으로 군부 인사를 결정하여 공표하는 중국 모델을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이 당중앙군사위원장 명의로 군부 인사를 발표한 것은 그도 중국공산당처럼 집단지도체제 방식으로 정책과 군부 인사를 결정하고 있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중국 지도부의 환심을 사고 대외적으로 그의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열병식에 ICBM을 가지고 나오지 않음으로써 향후 남북 및 북미 협상에서 북한의 ICBM의 폐기/해외 반출 문제가 우선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김 위원장이 한국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현 임기 내에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함에 따라 2019년까지 미국이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는 ICBM을 우선적으로 폐기하고, 2020년까지 북한 핵탄두를 폐기/해외 반출하는 방안이 향후 남북 및 북미 협상에서 진지하게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북한이 이처럼 구체적인 비핵화 시한을 제시하면서 올해 연말까지 보유 ICBM의 50% 정도를 우선적으로 폐기하고, 내년 여름까지 나머지 50% 정도도 폐기하겠다고 하면 미국도 연내 종전선언을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북한의 ICBM이 먼저 내년 여름까지 전량 폐기될 수 있다면 한국정부는 그 시점에 개성공단을 재가동하고 금강산관광을 재개하며 남북철도․도로연결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또한 핵탄두의 50% 정도를 2019년 말까지 폐기하고 나머지 50%를 2020년 여름까지 폐기하면서 핵탄두가 전량 폐기되는 시점에 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외의 다른 북한 비핵화와 대북 보상의 로드맵도 가능하지만 북한이 2020년 여름까지 ICBM과 핵탄두를 4단계에 나누어 폐기하고 각 단계별로 한국과 미국이 제재완화와 안전보장 제공 등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타협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SPN 서울평양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