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상생경제 구축을 위한 제언

이   윤   석 (선임연구위원, 3705-6274)

<요    약>

□ 향후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남북 간 교류 및 협력사업이 활발해지고 경제분야에서 상생경제를 구축해야 할 것임.

□ 남북 간 상생경제는 길(道)을 여는 데서 시작되는데, 물리적으로는 도로길, 철도길, 바닷길, 하 늘길을 하루빨리 복원하고 새로 열어야 하며, 보다 중요한 ‘마음의 길’을 열어야 함.

□ 평화체제 구축은 경제협력으로 인한 북한경제의 재건 및 성장은 물론 정전상태로 여전히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으면서 지출하고 있는 각종 안보 및 군사적 비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 을 것으로 기대됨.

□ 남과 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지향해야 할 것은 결국 남북경제공동체이며, 이를 통해 북한의 경제재건과 함께 동북아시아 전체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동력의 확보임.

□ 향후 남북경제공동체의 구축을 위해 남북 사이에 사람의 교류, 상품 및 서비스의 교역, 화폐의 교환 등 이른바 ‘3교(交) 정책’을  중장기적  시각하에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음.

□ 남북경제협력은 남북 간의 경제적 비교우위를 결합함으로써 국내경제의 성장동력을 높이고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임.


어느새 가을의 계절 9월에 접어들었다. 지나간 8개월을 돌이켜보면 4월에 역사적인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6월에는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렸으며, 얼마 안 있어 3차 남북정 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렇듯 남북관계는 불과 1년도 채 안되어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이 대북제재와 관련하여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지난해 미국과 북한 사 이에 일촉즉발의 긴장국면 이후 화해국면이 조성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조만간 대북제재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남북 간 교류 및 협력사업이 경 제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본고는 앞으로 남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한반도에서 궁 극적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상생경제는 길(道)을 여는 데서 시작된다
그동안 남과 북은 분단체제 아래에서 서로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가 없었다. 왕래가 없으면 통하 지 않으며 통하지 않으면 불편과 오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하루빨리 막혀있던 길( 道 )은 다 시 연결하고, 없었던 길도 새로 열어야 한다. 물리적으로는 도로길, 철도길, 바닷길, 하늘길을 하루 빨리 복원하고 새로 열어야 한다. 

다행히 도로길과 철도길을 열기 위한 협상은 현재 진행 중에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한 상태이므로 조만간 좋은 소식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하늘길의 경우 북한영공을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직항로를 우회하는 데 따른 추가비용만 연간 120억 원이 든다고 하니, 향후 남북교류 활성화에 대비하여 다양한 직항노선 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바닷길도 지구온난화로 점점 북극항로의 상업적 이용가능성이 높아짐에 따 라 북한의 나진항이나 우리나라의 동해항을 비롯한 동해쪽 항구들이 전략적 및 경제적으로 더욱 중 요해질 것이며, 이를 대비하여 항만 현대화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물리적인 길의 재개 및 개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마음의 길’을 여는 것이다. 지난 65년 동안 남북은 서로를 적대시하고 상대방의 참된 모습을 왜곡함에 따라 서로의 생각과 삶을 제대 로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각계각층의 다방면에 걸친 교류협력 을 전면적으로 활성화하여 그동안 닫혀있던‘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길을 새로 깔아야 한다. 

올해들어 스포츠 및 문화교류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활성화되었으나, 여전히 교류정도가 미미하고 학계와 언론계의 경우 이렇다 할 제대로 된 교류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 학계와 언론계 의 교류는 서로의 생각과 실상을 교환함으로써 남북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호신뢰와 이해증진을 위해 하루빨리 실행에 옮겨야 하는 시급한 과제이다. 학계와 언론계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기 위 해서는 통신 및 접촉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하므로, 남북이 적절한 시점에서 이를 가능케 하는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물리적인 길과 마음의 길이 열리게 되면 단일 경제 권 형성을 위한 상생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단순한 진리 : 평화가 경제다

한반도의 비핵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당연히 한반도 내에서 전쟁과 대결국면을 종식시키고 영 구적인 평화와 상생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한반도의 비핵화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경우 남북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인 이득이다. 경 협으로 인한 북한경제의 재건 및 성장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전상태로 여전히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으면서 지출하고 있는 각종 안보 및 군사적 비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으며, 이를 경제재건에 필 요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연간 국방비 지출규모는 약 43조 원으로 전체 예산의 10%를 차지하며 GDP대비 로는 2.4%이다. 이는 평화체제 구축으로 병력감축과 불요불급한 국방비지출을 줄일 경우 대북투자 에 필요한 꽤 큰 규모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북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북한의 국방비 지출은 GDP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어 추정치이긴 하나 거의 GDP의 1/4 가까이 되 는 80억 달러 내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규모에 비해 실로 막대한 군비지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평화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반드시 이루고 싶은 지상과제일 것이다. 남과 북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대국인 미·중·러·일의 국방비를 다 합치면 거의 1조 달러에 육박 하는데,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정착되면 이의 1%만 감축하더라도 100억 달러라는 엄청난 국방비절감을 도모할 수 있다. 

물론 주변 국가들에게 미칠 수 있는 경제적인 파급효과까지 감안한다면 평화체제가 가져올 경제적 번영의 결과는 실로 막대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적한 바와 같이1) 올해 우 리나라와 미국은‘워게임’(한미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많은 돈을 아끼고 있으며, 주변 국들도 군사훈련 등에 쏟아 붓고 있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줄인다면 사회적·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경제공동체를 향하여

그동안은 대북제재로 인해 남북경협이 본격화될 수 없었으나, 필자는 조만간 북한에 대한 제재완 화가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중간선거를 앞두 고 가장 중요한 대외적인 업적을 이루고 싶을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도 비핵화에 따른 대가로 경제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제재완화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미미한 수준에 서 이루어지고 있는 경협사업은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과 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남북 경제공동체이다. 현재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즉‘남북관계발전법’제7조에서는“정부는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통하여 남북경제공동체를 건설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함으로써 남북 경제공 동체 구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7월 중순 싱가포르 국빈방문에서“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를 기반으로 남북이 경제공동체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으며, 최근 광복 절 기념사에서는 유럽연합의 모체가 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를 언급하면서  우리도‘동북아철도공 동체’창설을 통해 향후 동북아 경제 및 에너지공동체를  추구하자고  제안하였다. 따라서 남북 경제 공동체는 궁극적으로는 동북아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경제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으며, 동북아지역이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하면 향후 동북아지역의 경제적 위상도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국회에는 북한과의 접경지역 국회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2016년에 발의한 통일경제특구 설치 와 관련된 법안들이 5개나 제안2)되어 있는 상태이고, 문재인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경제 특구의 설치를 언급한 바가 있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남과 북을 국가 간의 관계로 인식하는 반면, 당사자인 남과 북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 계(남북관계발전법 제3조 1항)이고, 남한과 북한 간의 거래는 국가 간의 거래가 아닌 민족내부의 거 래(남북관계발전법 제3조 2항)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통일경제특구 설치와 관련하여 구체적 인 청사진 논의될 때 이러한 문제에 대한 처리방향 등에 대해 남북 사이에 긴밀한 논의가 이루어져  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추진된 경협사업들은 개성공단과 같이 북한지역에서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자본 및 기술이 결합된 형태였으나, 앞으로는 북한의 단순 노무자와 같은 인력뿐 아니라 과학기술인과 같은 고급인재들이 남한지역에서 남한의 연구 및 기술개발에 참여하는 형태로도 인력교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력의 보다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적절한 시점에 남북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 할 것이다.

또한 대북투자가 본격화되고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이 활발해지면 반드시 자본의 흐름도 수반하게 되는데, 이는 자연스럽게 남과 북 사이의 자금결제방식 및 통화사용과 관련된 문제를 낳게 될 것이다. 필자는 중장기적으로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단일한 통화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 에 대해 남북이 상호 간 협의를 통해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단일통화를 추진하는 방안3)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도 북한 일부 주민들은 장기적으로 남한과의 경제통합 가능 성을 염두하고 한국 원화를 보유하고 있는 주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과거 독일이 통독 이 전에도 그러했듯이 남북 사이에도 상대지역 방문 시 환전 및 사용을 허용하여 북한 원화 및 한국 원화가 한반도 내에서 자유롭게 통용되도록 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남북 경제공동체를 구현하는 과정의 일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성장동력으로서의 남북경협과 3 交 정책
현재 우리경제는 3% 내외의 저성장 국면에서 경제활력을 잃어가고 적절한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 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피부에 와 닿 는 정책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이런 시점에서 남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의 경제재건 과 함께 동북아시아 전체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각종 개발사업들을 추진해 나간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성장동력은 없을 것이다. 

북한은 풍부한 지하자원,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동북아시아로의 입지조건, 때 묻지 않은 관광자원, 2,500만 소비자 등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풍부한 자본, 50여 년간의 개발경험 축적, 우수한 고급인력, 탄탄한 물적 및 사회적 인프라 등을 갖추고 있어 남북이 경 제파트너로서 발휘할 수 있는 시너지는 상당하다고 생각된다.

북한도 2016년 5월, 36년 만에 열린 제7차 당대회에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한 이후 경제전 반을 활성화하고 경제부문 간 균형을 보장하여 국가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 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통해 경제개발구(우리나라의 경제특구)의 외 자유치로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대한민국이 경협사업들을 통해 성장애로로부터 경제활 력을 되찾는 계기가 된다면 남북 모두가 상생의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자는 앞서 얘기한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 향후 남북이‘3교(交) 정책’을 중장기적 시 각하에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교는 교류(交流), 교역(交易), 교환(交換)을 말하는데 교류는 사 람의 왕래, 교역은 상품 및 서비스 매매 그리고 교환은 화폐와 같은 지급수단의 유통을 일컫는다. 앞서 서술한대로 남북 경제공동체를 지향하기 위해 순차적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압축적으로 표 현한 것이다. 

인적교류를 통해 왕래가 자유로워지면 자연스럽게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도 활발해질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실물거래를 뒷받침하기 위한 화폐의 통용과 금융부문의 인프라가 갖 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물론 실물부문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인프라의 구축은 초기단계에서부터 필요할 것이므로 금융부문의 경우 분야별 경협추진에 따른 세부 대응방안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금융인프라 구축사업 경험이 있고, 북한도 체크카드 및 모바일 결제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등 금융에 대한 인식과 금융거래가 확산되고 있다고 하니 북한의 금융인프라 구축은 생각보다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봄이  온다’로 시작된 남북의 만남이 이제 곧 ‘가을이  왔다’로 결실을  맺을  때가  되었다. 가을은 추수의 계절이다. 추수는 봄에 뿌린 씨앗을 정성스럽게 가꾸고 올해와 같이 무더운 날씨를 견디고 인고한 농부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자 혜택이다. 

남북이 65년간 분단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 내고 오래전에  뿌려놓은‘통일을  향한  염원’이라는  씨앗이  이제  곧  경협이라는 결실로 열매를 맺을 차례이다. 한반도의 상생, 즉 남과 북의 상생은 이제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며, 한반도의 상생이 곧 전 세계의 상생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반도가 상생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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