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광복절의 단상: 공진(共進), 남북물류포럼 >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

어느해 해부터인가, 8.15광복절이 되면 해방이라는 단어보다 분단이라는 개념이 머리에 먼저 떠오른다. 무슨 이유일까? 분단에 대한 아쉬움과 아픔을 넘어 평행이론과 같은 전철이 우리 민족사에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 때문일까. 70여 년 전 우리의 선각자들은 강대국 패권정치에 대한 몰이해와 개인적인 정치 야망에 집착하여 분단이라는 질곡의 역사로 우리 민족을 몰아넣었다. 그 후 분단은 우리의 사고와 생활을 지배하게 되었고, 사회는 좌우로 나뉘어 극렬하게 대결해왔다. 그 망령(亡靈)은 수백만의 피를 앗아간 6.25동란과 개발독재시대를 거치며 우리의 인식체계를 지배하는 커다란 잔재로 남아있다.

이분법적 사고는 분단구조의 산물, 공진의 새로운 가치로 내딛어야

2018년 8.15광복절 73주년을 맞는 오늘, 한국사회는 과연 어디에 서있는가?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들은 과연 70여 년 전 역사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통합과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평범한 시민들은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아쉽게도 우리 사회는 건강한 경쟁이나 협치 보다는 단순한 권력논리, “나는 옳고, 너는 틀리다”는 이분법적인 틀(frame)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선과 악, 피아의 이분법(all or nothing)적 사고. 이는 한마디로 분단구조의 산물이다. 남과 북이 냉전의 최전선에서 수많은 피를 흘리면서 어느 한편에 서지 않으면 목숨까지도 위협받는 시대를 거치며 터득한 처절한 생존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이 나아가야할 길은 공진(共進)이다. 더불어 전진하는 것이다. 필자는 8.15광복절을 맞아 대한민국의 또 다른 도약과 통일코리아의 미래를 위해 지금까지의 이분법적 사고의 굴레를 넘어 공진이라는 새로운 가치의 세계로 큰 발걸음을 내딛을 것을 주창해 본다. 남과 북, 여와 야, 진보와 보수, 신세대와 구세대, 기업가와 노동자 등 다른 쪽에 있는 주체들이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가지 않고서는 급변하고 있는 세계사의 흐름에 휩쓸려 자칫 ‘제2의 구한말국치, 8.15분단갈등, IMF경제위기’등과 같은 국가적 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이 크다. 과거 20세기는 상대를 배려치 않고, 독식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였다. 사회는 굴러갔고, 을(乙)들은 운명을 빗대며 참았다. 도저히 분노를 참지 못할 때만 분연히 일어섰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지구촌이 실시간대로 묶여 돌아가고 있다. 민도는 상상을 초월하게 성장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은 가히 4차원적이다. 

급변하는 상황 하에서 과거 ‘일문일답, 승자독식, 동종교배’식 방식으로는 더 이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없다. 절대 가치와 방식은 없다. 다윈이 설파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을 21세기적으로 적용하는 지혜만이 해답이 될수 있다. 가치가 다른 집단이나 국가가 서로를 적대시하여 투쟁만 하거나, 과거의 경험에 매몰되어서는 미래가 없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전략적 대타협을 이루고 공진해야만 한다. 이것이 이 시대의 화두다.

협치와 더불어 가는 정신

한국의 경제와 대북 문제는 협치와 함께 공식‧비공식의 공론화 과정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 등 서구 선진국들은 연정을 통한 협치를 한지 오래다. 중요한 정책은 이념을 넘어 다음 정부로 계승되고 있다. 독일의 동방정책, 영국의 국유화정책 등이 대표적 케이스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라. 북핵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굿캅(good cop),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뱃캅(bad cop) 역할을 분담하여 적절하게 상황을 관리해 나가고 있지 않는가?

우리나라에도 진영이나 정당의 논리를 넘는 결단을 통해 국격을 한 차원 격상시킨 지도자가 있었다. 쿠데타의 주역인 노태우 대통령은 냉전이 끝나기도 전에 북방정책을 선도했고,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주도한 보수의 아이콘인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의료보험, 시장개입 등의 진보적 정책을 과감하게 도입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 이라크 파병 등과 같은 보수적 정책을 밀어붙였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기치로 구정권의 인물인 고건, 김종필씨를 각각 초대총리로 임명,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여소야대의 현 정부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양극의 목소리보다는 ‘더불어 가는 정신’이 보다 일반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당, 정부, 시민사회는 각자의 위치에서 민주사회의 기본가치인 다양성을 존중하며 상생과 협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당면한 국가적 현안인 북한 비핵화 문제도 이런 관점을 가지고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나아갈 때, 우리가 바라는 대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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