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대일 전략

김숙현 (대외전략연구실)

 

2018년 4월 27일 남북 판문점 선언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그 어느 때 보다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을 축으로 하는 동북아 정상외교의 만개이다.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5월 북중 정상회담을 가졌고 6월에 들어와서는 역사적 북미 정상회담을 열어 공동성명을 도출한 바 있다. 

6월 북미 정상회담 이후 동북아 관련 국가들은 향후 전개될 북미 비핵화 협상을 예의 주시하면서 북한과의 접촉면을 넓혀 나가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북한과 동북아 주요 국가들이 적극적인 대화 모색을 갖고자 하는 상황과는 달리 유독 북일 관계는 좀처럼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외형적으로 보았을 경우 북한은 대일 비난을 강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연 이러한 양상이 북한의 진정한 의도인지 아니면 관계 개선을 고려하여 향후 전개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인지를 진단해 보는 것도 동북아 정세 변화를 읽는 하나의 좋은 포인트가 될 것이라 판단한다.

식민지 과거청산 주제로 대일압박 가중

북미 정상회담 이전 노동신문의 대일비난 내용은 대북 강경정책, 위안부문제, 군사대국화, 헌법개정, 독도문제, 보수언론 문제 등 광범위한 주제로 전개되었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 이후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일제히 일본의 식민지 과거청산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대일 비난을 지속해 오고 있다.

6월 17일자 노동신문은 ‘자주·평등·상호존중은 건전한 국제관계발전의 근본원칙’ 제하의 정세논설에서 “지난 시기 적대관계·대립관계에 있던 국가라 하더라도 북한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북한을 우호적으로 대한다면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대미·대일·대서방 정책의 원칙적 입장을 천명하였다. 

그리고 6월 22일자 노동신문 논평 ‘성근한 과거청산에 일본의 미래가 있다’와 6월 28자 논평 ‘과거청산부터 성실히 하여야 한다’에서 “북한은 일본이 해야 할 일은 첫째도 둘째도 식민지 과거청산”이라며 “북일관계가 오늘까지 적대관계로 남아있는 이유는 일본이 과거의 죄악을 청산하려 하지 않고 대북적대시정책을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나아가 노동신문사의 국제관계 분석가인 리현도는 6월 30일자 정세해설 ‘역사의 흐름에 도전하면 고립되기 마련이다’와 7월 4일자 논평 ‘과거청산부터 바로 해야 한다’에서 “일본이

급선무로 나서는 과거청산문제를 뒷전에 밀어놓으려 하는 한 언제 가도 지역에서 외톨이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과거청산문제로 일본에 대한 비난수위를 높이고 있다. 연이어 쏟아지는 일본의 식민지 과거 청산 문제에 대한 북한의 강경한 입장은 북일 관계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식민지 과거청산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동시에 북한은 향후 전개될 북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식민지 과거청산문제를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하고자 하는 전략적 의도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대일 양면적 접근 모색 

이러한 일본의 대북 양면전술에 대응하여 북한은 외형적으로는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물밑에서는 비공식 접촉과 대화를 통한 양면적 대일 접근을 구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7월 6일자 도쿄신문은“최근 비공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된 북일 간 협상에서 북한이 일본에 대북 독자제재를 완화하지 않으면 납치문제와 관련된 일본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향후 북미협상이 진전되면 일본과도 본격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북한의 대일 양면적 접근은 아베총리가 다가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두고 납치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전략에 맞서 대일 협상의 전략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북한은 북미 협상의 진전에 따른 대북제재 해제와 경제발전을 위한 주변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지난 4월 20일 개최된 노동당 7기 3차 전원회의 결정서 ‘경제건설과 핵 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의 여섯째 사항에는 경제발전에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연계와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은 싱가포르회담을 기점으로 미국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데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북일 관계도 견인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은 다가오는 9월 9일 정권수립 70주년에 맞춰 대외적 성과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인 바, 8월에는 비핵화 초기단계를 실행하면서 북일 협상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북일 관계 개선의 2가지 변수

향후 북일 관계 진전의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식ㆍ비공식 북일 접촉과정에서 비핵화 및 납치문제와 상관없이 아베내각의 지지율 상승이 9월까지 지속된다면 아베총리는 대북 강경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 특히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일본이 요구하는 안보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아베총리가 미국과의 거리조절에 나서면서 독자적인 대북 대응도 가능할 것이다. 

둘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면 일본은 미사일 방어체계 ‘이지스 어쇼어’에 한반도 전역을 감시할 수 있는 최신형 레이더 ‘LMSSR’를 탑재하기로 공식 발표하면서 대북 강경자세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현재 일본으로서는 북미 관계 개선에 따른 납치 문제, 북일 국교정상화, 미일동맹, 향후 동북아 안보체제 변화 고려 등 다양한 과제를 안고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첫 번째 변수에 대해 북한은 대일 비판을 가속화하면서 일본과 물밑접촉에 응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개방을 하게 되면 수많은 외국자본이 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일본의 과거청산 보상 비용은 급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개방과 외국자본의 유입은 북한의 비핵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비핵화 과정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한다면 북일 협상은 북한에게 중요한 경제카드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변수에 대한 북한의 대응은 일본에 대한 위협을 강화하는 强對强 전략으로 응수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북일 관계는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과는 상관없이 냉각상태가 지속되어 동북아에 또 다른 냉전의 먹구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2018년 역사적인 남북 판문점 선언과 6월의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대전환은 시작되었고, 그 변화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정상들의 만남에서 대화를 통한 신뢰관계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일 관계 개선과 북일 국교정상화의 출발점도 양 정상 간의 만남과 대화가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이다.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북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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