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미국은 북한 비핵화 로드맵과 검증 문제에 대해서까지 합의를 도출하기를 원했지만 북한은 “신뢰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으로 동시행동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단계적․동시적․점진적 접근법을 고수함으로써 북미 간의 입장 차이가 명확하게 확인되었다.

 북한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측에 북미관계개선을 위한 다방면적인 교류 실현 문제와 정전협정체결 65주년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문제,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ICBM의 생산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하여 대출력 발동기 시험장을 폐기하는 문제, 미군유해발굴을 위한 실무협상 조기 시작 문제 등을 각기 동시적으로 취하는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분명 북한이 논의하자고 제안한 내용들은 비핵화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긍정적인 조치들이지만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과 검증에 대한 합의 도출을 원했던 미국의 기대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들이다.

그러므로 향후 북한을 설득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매우 큰 인내심과 대북 정책 조정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이번 북미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은 비핵화로 나아가기 위한 초기 단계에서의 신뢰구축 조치에 대해서만 주로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에 대한 논의를 회피함으로써 향후 북미협상이 결코 순탄하게 전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입장이 불합리한 것은 아니지만 그와 같은 매우 점진적인 접근법으로는 북미 간의 새로운 관계 수립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북한은 미국 및 주변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로드맵에 대한 논의에 보다 전향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미국도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 논의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북한 핵탄두, 핵물질, ICBM의 해외 반출과 검증에 대해 미국이 어떠한 보상을 제공할 것인지 북한도 관심을 가질만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이며 신속한 북한 비핵화와 대북 보상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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