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트럼프의 케미, 남북물류포럼>

KOLOFO 칼럼 제420호

"김정은과 트럼프의 케미"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케미스트리(chemistry). 줄여 케미(chemi)라고도 하는 이 단어를 우리말로 옮기면 “의기투합” 또는 “궁합”이라고나 할까. 북미정상회담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려지는 단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김정은 위원장과 케미스트리가 맞는다”고 이야기할 정도니까 이 두 사람의 의기가 분명 투합하기는 하는 것 같다.

지난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인 행동은 예상 밖이었다. 회담의 전과 후가 달라도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회담 전날까지만 해도 북한의 CVID에 목청 높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막상 정상회담 후 이루어진 공동선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문서”라고 스스로 극찬하기까지 했다. 겉으로 나타난 내용은 어느 누가봐도 전혀 구체적이지 않았다는데도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자평은 “문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이어졌으며, ”그것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강조되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배려’인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했고, 비핵화가 20% 정도 달성되면 핵무기 사용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언급도 그러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강하게 제기되었던 북한 인권문제가 점진적으로 제기될 것이라는 표명도 북한을 배려한 듯한 느낌이 들게한다. 동영상을 준비해서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던 모습 또한 각별했다고나 할까.

무엇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이렇게 만들었을까?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믿었던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북한의 CVID급 비핵화’ 보다 먼저 한반도의 평화분위기 창출이 더 중요하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인식에 트럼프가 동의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우리에게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먼저 한반도의 평화정착시키는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요와 굴복에 의한 비핵화가 아닌 평화정착을 우선하는 조치를 통해 비핵화를 이루어 나가겠다는 것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주장은 이렇다. '핵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를 상대로 천명하고, 이를 스스로 증명해 보이겠으니 우리를 믿고 미국도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 예를 들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진입 중단부터 추진하라'는 것이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한미연합훈련의 중단 결정은 이를 확인하는 조치였으며, 북한 또한 화답하듯 미사일 헨진 시험장을 파기하겠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케미는 김위원장의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도 강하게 느껴진다.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았다. 우리 발목을 잡은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진솔한 자기 고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건 사실이다”라고 답하면서 엄지척하며 악수를 건넸다. 두 사람 사이에 이루어진 의기투합의 진면목이다.

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믿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김위원장은 “이 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해보지 못한, 물론 그 와중에 어려움도 있겠지만 ... 오늘을 기화로 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거대한 사업을 시작해 볼 결심은 서 있습니다”고 말했다.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입니다”라는 대목에서는 자신의 결연한 의지를 보는 듯하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믿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을 나타내 보이려고 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소통은 평창올림픽이 개최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있었던 것으로 감지된다. 지난 2018년 1월 6일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위원장과 전화통화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비록,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강제하기 위해 대북 제재의 지속을 천명했으나, 이는 비핵화를 추동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비핵화가 단숨에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온전하게만 진행된다면 대북 제재는 점차 악화될 것이 분명하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북한이 대미 관계정상화와 함께 한반도에서의 항구적인 평화창출을 서로 확약하는 자리였다. 이제 우리 앞에는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파기, 검증을 거쳐, 양국 정상의 평양과 백악관의 교차 방문, 중국을 포함한 종전협정 체결 등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북관계 정상화의 노정이 행동 대 행동으로 연계되면서도 스스로 조치를 취해 얻어지는 한반도 평화. 지금 생각하면 합의에 따른 차후 조치가 신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 것이 오히려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면 이를 지키는 것에만 집중, 조금이라도 오차가 생길 경우, 바로 갈등관계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이제 북한 손에 달려있다. 어쩌면 북한은 미국보다 불리한 환경 속에서 비핵화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 전략자산은 말 한마디로 중단했던 것을 다시 돌이킬 수 있지만 한 번 파괴된 핵무기나 시설들은 말 한마디로 복구가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 비핵화의 궁극적 목표는 경제다. 경제·핵병진노선에서 핵을 포기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은 발전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들이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한 말을 북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의기투합이 끝까지 지속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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