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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北 HEU(고농축 우라늄) 검증 난항 예상...남아공 비핵화 사례 주목""일부 오차 있어도 핵확산 우려 충분히 해소시 검증 성공 판정"
북한 비핵화 과정의 기술적 문제 토론회 모습(사진=SPN)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보유 신고량에 오차가 있어 검증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예상되지만, 남아공의 사례에서처럼 핵확산 우려가 충분히 해소되면 검증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원자력∙외교∙통일 전문가들은 18일 통일연구원(원장:김연철)에서 ‘북한 비핵화 과정의 기술적 문제’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비핵화 검증과정의 현실적 한계를 짚어보고 검증과정에서 우리가 더 폭 넓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논리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북한의 HEU 보유량 추산? 불확실하다

안진수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은 50kg 미만, HEU은 약 800kg”으로 추정하면서 HEU 보유량 추산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 플루토늄의 현 보유량에 대해서는 “5차∙6차 핵실험에서 우라늄을 사용했는지, 플루토늄을 사용했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50kg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원심분리기 가동률이 100% 미만이면 HEU 보유 추산량이 적어진다는 것을 암시했다.

농축 우랴늄 800kg은 2007년부터 매년 (P2형) 원심분리기가 1,000대씩 추가로 가동되고, 원심분리기의 가동률이 100%라는 가정으로 계산한 것이다.

이란의 (P1형) 원심분리기 가동률이 3년이 지나도록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을 보면 북한의 경우도 원심분리기 가동률이 100%가 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안 전 연구원은 “(2016년) 4차 핵실험 폭발규모(6kt 추정)가 작은 것으로 보아 HEU의 보유량이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폭발규모(6kt)로 보아 수소탄이 아닌 것은 확실한데, 실험 당시 HEU를 확보하고 있었다면 50~300kt 규모의 원자탄을 실험한 후 수소탄이었다고 주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라늄 농축시설 검증? 원래 어렵다…의심은 필연적

원자로를 가동해야 하는 플루토늄과 달리 우라늄은 매장량을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데다 그 농축시설도 연기, 냄새, 특수물질을 배출하지 않아 시설 여부를 감지하기 어렵다.

안 전 연구원은 “우라늄 농축시설은 필요한 시설면적이 넓지 않고, 소규모 시설을 분산하여 운영할 수 있고 소모하는 전력량도 적어, 비밀시설의 존재를 탐지하기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설의 존재 여부를 검증하기 쉽지 않으므로 영변 농축시설 외에 비밀시설이 있다고 의심받고 있고, 북한이 농축시설을 추가로 공개해도 의심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아공, 오차에도 검증 성공 판정…결국 신뢰가 관건

안 전 연구원은 “북한이 수십 년간 생산, 사용, 폐기, 보유 중인 핵물질의 물질 수지(mass balance)가 북한이 신고한 내용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신고량이 발표되는 순간부터 커다란 논란과 여론 분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안 전 연구원은 “(북한의 신고량에 오차가 있어) 일부 사항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핵확산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해소된다면 검증에 성공한 것으로 판정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농축시설에 대한 물질수지 검증에서 상당한 오차가 발견됐으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남아공이 거짓말할(정황상 의도적으로 전용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검증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비핵화 검증 과정에서도 신뢰가 관건인 것으로 보인다.

비핵국인 한국, 검증 참여 제한…참여할 논리 마련해야

안 전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핵무기 비보유국이기 때문에 핵무기, 재처리, 농축 관련 등의 검증에 참여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최관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정책연구센터장도 "우리나라는 비핵국가이므로 검증 관련 역할이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역할과 역량, 재원에 대한 상세 준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비핵국인 우리나라가 북한의 핵폐기 과정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치적 동력을 확보하면서 가기 위해서는 초기 비핵화 속도와 빠른 시간내 낮은 수준의 '비가역성'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낮은 수준의 비가역성은 정치적 군사적 측면에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 위협을 해소했다는 정치적 성과와 군사적 위협 감소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낮은 수준의 비가역성에 해당하는 조치로는 향후 핵미사일 개발 장소 폐기와 미사일 발사장 폐기, 모든 핵시설 가동중단, 영변핵심 핵시설 중간단계 이상의 불능화, 모든 핵프로그램 신고 목록제출" 등을 들었다.

핵시설의 평화적 용도전환 필요...넌루거 프로그램

안 전 연구원은 “핵개발에 사용된 시설, 물자 중 상당 부분은 평화적 목적으로의 용도전환이 가능하다”면서 “이를 위해 미국이 구소련 해체 후 러시아에 적용한 ‘협력적 위협감축조치(CTR:Cooperative Threat Reduction)’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CTR이란 핵무기 등의 대량살상무기(WMD : Weapons of Mass Destruction)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안보위협을 감축, 제거하기 위해 WMD 소유국과 이를 우려하는 국가들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다양한 협력적 국제안보프로그램이다.

CTR은 대상국의 WMD 해체와 참여국의 정치, 외교, 경제, 안보적 보상을 교환하는 “비대칭 상호주의”에 입각한 군비축소의 한 형태다.

미국은 1991년 샘 넌(Nunn) 민주당 상원의원과 리처드 루거(Lugar) 공화당 상원의원이 공동입안한 ‘넌루거(Nunn-Lugar)’ 프로그램을 도입해 구소련의 붕괴로 인한 WMD 확산을 막으려 했다.

미국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벨로루시 등 구소련 국가들이 핵무기와 핵물질을 폐기하는 대가로 핵시설과 기술을 민수용으로 전환하고 핵 과학자들이 민수용 과학기술자로 전직할 수 있도록 재교육하거나 재취업을 지원했다.@

조문정 기자  moonjeong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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